인트라게임즈가 한글화를 거쳐 출시하는 야심작 '워게임: 레드 드래곤' 발매가 임박했다. 인트라게임즈는 포커스 홈 인터랙티브가 개발한 워게임: 레드 드래곤의 한글화 작업을 마무리짓고 6월 6일 정식 출시한다.
'워게임' 시리즈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 장르가 침체기인 접어든 최근 몇 년 사이에 두각을 나타낸 시리즈이다. 레드 드래곤은 시리즈 3번째 작품이자 최신작이다.
워게임 시리즈 첫 작품인 '워게임: 유러피안 에스컬레이션'에서는 나토와 바르샤바 조약 군의 대립을 그렸고, 두번째 작품인 '워게임: 에어랜드배틀'에서는 북유럽을 전장으로 하는 이야기 속에 공군의 추가가 이뤄졌다. 그리고 최신작 워게임: 레드 드래곤은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로 한국, 중국, 일본, 북한군이 참전하며 해군의 추가가 이뤄졌다.
전통적인 유닛 생산에서 벗어난 시스템
워게임 시리즈는 RTS 장르로 분류되는 게임이지만, 전통적 RTS('스타크래프트' 시리즈와 같은)와 달리 기지 건설과 유닛 생산 부분이 없다.
유저들은 지휘 유닛으로 맵을 점령해서 자원 채취를 해야 하며 모인 자원으로 자신이 게임 전에 미리 구성한 덱의 유닛을 외부에서 불러오는 형식으로 전투 유닛을 생산하게 된다.
그리고 불러온 유닛으로 상대방 유닛을 날려버리면 되는 것이다.
덱 구성에서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공수부대, 기계화 부대, 해병대 등으로 전문화를 추구할 수 있고(전문화를 선택하면 타 병과를 못 쓰는 제약이 붙는다), 유닛 최대 생산 수를 낮추는 대신 경험치를 높여 정예부대로 편성할 수 있는 등 전략성과 자유도가 높다.
정교함을 추구하며 생긴 난이도 상승
유저들은 워게임: 레드 드래곤에서 다른 게임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세밀한 시스템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신경써야 할 게 너무 많아 진입장벽을 높이는 역효과도 가져온다.
워게임: 레드 드래곤은 체력, 공격력, 방어력, 지상사정거리, 대 헬기, 대 항공기 사정거리, 비포장 및 포장도로 이동속도, 연사속도, 시야, 가격, 최대 생산가능 수, 소지 탄약 수, 수륙양용… 등 일반적인 RTS보다 훨씬 정교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소지 탄약 수라는 부분에서 눈치챈 유저도 있겠지만, 무한탄약을 가진 일반적 RTS와 달리 워게임: 레드 드래곤에서는 공격 횟수가 제한된다. 탄약이 다 떨어진 유닛은 보급을 받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못 하는 바보가 된다.
정찰이 중요하다는 점은 RTS 장르의 공통된 특징이지만, 워게임: 레드 드래곤에서는 정찰 수치가 낮을 경우 일방적으로 학살을 당해야 하므로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관측수치가 상대의 은폐수치보다 낮다면 상대가 뻥뻥 쏴대도 인식을 못해서 그저 맞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 보니 게임에서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는 게 전투력만이 아니라 정찰과 보급이다. 워게임: 레드 드래곤에 정찰과 보급을 담당하는 카테고리가 따로 있다는 것이 모든 걸 말해준다.
워게임: 레드 드래곤의 이런 복잡한 시스템은 플레이어의 섬세한 지시를 요구한다. 인내심 없이 뭔가 부족한 상태에서 명령을 실행했다가는 참혹한 패배를 지켜봐야 하 것이다.
또 하나 진입장벽을 높이는 요소는 유닛의 종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게 탱크라는 것은 알겠는데 능력이 뭐더라?"라는 사태가 자주 발생한다. 다행히 게임 내에서 능력치를 확인하는 창이 있긴 하지만 번거로운 게 사실이다. 확인 창이 계속 떠있지 않고 다른 유닛을 클릭하면 사라지는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사실성을 추구하며 들어간 경험치와 사기, 상태이상도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한다.
공격을 당하면 사기가 깎인다. 사기가 저하되면 명중률이 떨어지고 재장전도 느려지는 등, 체력이 1만 남아도 공격력에 영향이 없는 보통 RTS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된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고급 유닛이라도 두들겨 맞다 보면 겁을 먹고 스턴에 걸려 정신을 못 차리게 된다. 또 치명타를 맞으면 각종 상태이상에 걸려 100%의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경험치의 경우 덱을 편성할 때 정할 수도 있지만 유닛 자신이 피해를 입거나 상대방 유닛에게 피해를 줄 때도 경험치가 쌓인다. 보급을 해주며 최대한 숙련병들을 유지하는 것이 승리의 열쇠가 된다.
흥미로운 시나리오를 제공하는 싱글플레이
현재 '워게임: 레드 드래곤'은 4개의 시나리오로 구성되어 있지만 추가 다운로드 콘텐츠로 '제2차 한국전쟁'이 기획되어 있고 개발 중이다.
싱글 플레이는 기본적으로 난이도가 꽤 높은 편이라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 있다.
초반 시나리오 인트로의 경우 볼만한 영상을 제공해 준다. 전작에 있던 전략옵션-핵폭탄 투하, 화학탄 투하 등이 사라진 것은 시리즈 팬으로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지만 전반적인 전투단 단위의 전략맵 전투는 전작들에 비해 더 재미있어졌다.
자동전투가 생겨서 전작처럼 이길게 뻔히 보이는 전투도 수동으로 진행해야 했던 불편함이 사라졌으며 전반적인 진행이 전작보다 쾌적해졌다. 전술맵에서 전투는 섬멸전 방식으로 진행된다.
멀티플레이의 덱과 달리 싱글 플레이에서의 전투단 구성원은 변경할 수 없으며, 전투단끼리 연합해서 싸우게 된다. 전략 요충지를 점령하면 얻어지는 자원으로 전투단을 더 불러올수 있다.
시나리오는 현실에 기반한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를 다루는 이야기로, 배경 사건을 알려주는 시나리오 인트로를 제공한다.
다른 나라 이야기는 비교적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한국을 소재로 한 '부산 포위전' 같은 경우 한국전쟁에서 나온 인천상륙작전의 오마주로 특히 한국 게이머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줄 것이다.
워게임의 핵심, 멀티플레이
워게임의 핵심이자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멀티플레이다. 어려운 싱글플레이보다 10vs10 멀티플레이부터 시작하며 게임을 배우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이다. 지나가는 유저의 프로필을 확인해 보면 싱글플레이 시간이 0분인 사람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산악침투, 포격유도, 헬기강습, 시가전, 전차전, 전투기들의 도그파이트… 유저들은 워게임에서 현대전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대한민국처럼 포대에 올인(밀리터리 전문가들의 주장에 따르면)한 화력덕후 플레이도 가능하긴 하지만 실제 그런 방식의 플레이를 택할 경우 쏟아지는 팀원의 욕은 알아서 감당해야 할 것이라는 충고를 적어 둔다.
1vs1 부터 10vs10까지, 승리 목표가 정해져 있는 게임부터 상대의 씨를 말리는 토탈 디스트럭션까지 방장의 설정에 따라 다양하게 게임이 진행된다.
큰 틀은 디스트럭션(섬멸전)과 컨퀘스트(점령전)의 두 가지로 진행되며 이코노미라는 방식이 있긴 하지만 인기가 없다. 일정량의 자원을 모으면 이기는 형식으로 역시 사람들은 자원 생산보다 전투를 바란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섬멸전의 경우 일정포인트만큼의 상대방을 제거하면 승리하는 형식이고, 점령전의 경우 중요지역을 지휘유닛으로 점령해서 일정량의 승점을 모으면 승리하는 형식이다.
초심자라면 섬멸전이 접근하기 더 쉬울 것이다. 상대 유닛을 처치하면 점수가 오르는데 보이지 않는 숲 안에 있는 적을 처치해도 표시되기 때문에 자신이 해당지역을 정리했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점령전에서는 주요지역을 빼앗기면 아무것도 못 하고 손을 놓은 채로 패배하게 되지만, 섬멸전에서는 방어만 하더라도, 자신의 유닛이 일정수준 이상 죽기 전까진 끝나지 않는다.
반면, 점령전에서는 유닛 처치점수가 안 뜨기 때문에 정찰의 중요성이 매우 커진다. 또 섬멸전에 비해 자원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좀 더 많은 물량전, 국지전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섬멸전에 비해 상대와의 기량에 따라 500:0 이라는 게임도 이루어질 정도로 실력에 영향을 많이 받는 방식이라 초심자에겐 힘들지만, 고수가 될수록 선호하는 모드가 바로 점령전이다.
현재는 워게임: 레드 드래곤 멀티플레이를 주로 외국인들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좋지 않은 핑은 감수해야 하지만, 게임 자체가 사소한 컨트롤보다는 전체적인 조합과 배치, 시야 확보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우려할 부분은 아니다.
맵은 육상, 육상+해상, 해상전용맵의 3가지 형태로 나뉜다. 실제 지형을 기반으로 한 맵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멀티플레이 시의 밸런스 조정을 위해 일부 수정되어 있다.
훌륭한 고증, 진입장벽 넘는다면 재미 느낄 것
워게임: 레드 드래곤의 최대 장점은 역시 높은 수준의 고증이다. 물론 '판타지스러운 북한군'과 같은 게임적 허구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고증 수준이 매우 높다.
게임성과 현실성 사이에서 잘 구현된 전장과 각각의 병과 간의 역할과 연계가 훌륭하게 표현되었다는 점도 칭찬받을 부분이다. 적절한 수준의 밸런스와 흥미로운 멀티플레이, 모든 DLC의 무료 제공과 발 빠른 패치 등 개발사의 태도 및 개발력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여기에 텍스트 한글화 및 한국군 우리말 더빙은 금상첨화라 할 수 있겠다.
물론 단점도 있다. 먼저 이번 작품에 처음 추가된 해군 유닛의 밸런스가 아직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는 부분을 들어야겠다.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계열이 대부분 그렇듯 전투 중에 화면을 확대하고 싸움을 구경하는 것은 바로 패배로 이어져 전투 관전을 제대로 못한다는 부분도 조금 아쉽다. 확대된 상태의 유닛 뷰어 기능도 탑재되어 있지만, 주변 지형이 안나와 우주공간에서 싸우는 느낌이라 실제 확대해서 보는것보다 보는 맛이 없다.
한편, 초보자와 숙련자 사이의 실력차이에 따른 교전 결과가 극단적으로 나오는 부분은 한글화에 따른 유저풀 증가로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RTS를 좋아하는 사람, 현대전을 직접 실행해 보고 싶은 사람, 전작 워게임을 했던 사람들에게는 강력 추천한다. 하지만 복잡한 RTS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나 4드론 저글링 러쉬나 4차원 관문 찌르기 같은 전술적 플레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기 힘들 것 같다.
* 본문의 내용은 게임포커스 리뷰어 Eles님이 기고하신 워게임: 레드 드래곤 리뷰를 가필, 일부 수정한 것으로 게임포커스 편집부의 편집 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필자 프로필
아이디 Eles. 한국의 평범한 게이머. 현실에서 일어날 리 없는 것들을 너무 좋아합니다. 물론 실제로 겪는건 사양. 픽션은 픽션이라 좋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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