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리뷰 내용 중에는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 해설하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을 아직 안 보신, 스포일러를 피하려는 분들은 먼저 극장에서 작품을 본 뒤에 기사를 보시기 바랍니다.
** 아래 이미지는 보도를 위해 워너브라더스 코리아가 배포한 것입니다.
'오블리비언'에 이어 다시 한 번 SF액션 블록버스터에 출연한 탐 크루즈, 그가 선택한 영화는 '엣지 오브 투모로우'였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일본 장르 문학의 한 형식인 라이트노벨 작품들 중 All You Need is Kill(사쿠라자카 히로시 저)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라이트노벨이 최초로 헐리웃 영화화된 사례이기도 하다.
'본 아이덴티티', '미스터&미세스 스미스' 등 장르 안에서 깔끔하게 잘 빠진 영화를 만드는 더그 라이만이 감독을 맡았다. All You Need is Kill은 엣지 오브 투모로우로 영화화 되며 꽤 많은 각색이 이루어졌으나, 외계 종족의 침략 때문에 인류가 멸망의 위기에 처했고 참전한 주인공이 특정일을 기점으로 계속 같은 날을 되풀이 하는 루프물이라는 뼈대는 그대로 유지했다.
'사랑의 블랙홀'부터 '시간을 달리는 소녀', 최근의 '어바웃 타임'에 이르기까지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다른 루프물 영화와 크게 다를 바 없이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무엇보다 특기할 만한 점은 게임의 내러티브를 영화화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루프물에서의 루프라는 속성을 게임에서의 세이브라는 개념으로 치환하면 이 영화의 내러티브는 거의 완벽히 게임적 경험과 맞아 떨어진다.
그동안 게임 원작의 영화화는 아시다시피 범작이라고도 하기 힘든 작품들이 난립했고 그중에는 우베 볼 감독의 영화 같은 불세출(?)의 망작들도 가득했다. 일반적으로 게임 같은 영화의 의미는 흥행의 부도수표이자 작품성의 무덤이란 의미를 함축한 멸칭에 다름 아니었다. 그나마 영화 속에서 제대로 볼 수 있었던 게임적 요소는 이른바 1인칭 시점의 FPS 게임과 비슷해보이는 장면 정도였다. 국산 CG캐릭터(?)의 최고봉인 원빈이 출연했던 아저씨의 목욕탕 전투에 잠시 등장했던 그 장면 말이다.
그런데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게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 나왔던 모든 영화들 중에 가장 게임에 근접한 경험을 관객에서 전달하고 있다. 그 흔한 FPS 장면조차 등장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특히 이 게임적 경험은 PC와 콘솔로 패키지 게임을 즐겼던 올드 게이머의 그것에 가깝다.
케이지가 처음 엑소 수트를 입었을 때 일본어로만 표시되는 메뉴 때문에 우왕좌왕하며 무기의 안전장치조차 풀지 못하는데, 이는 원작 국가인 일본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일본어 혹은 영어로 된 게임을 할 수밖에 없었던 올드 게이머에게 묘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아마 DOS-V와 게임 속 모든 글자가 깹뺇졸땙쒇쉚으로만 보이던 그 시절 일본 게임들을 떠올린 게이머들도 적지 않으리라.
또한 같은 시간과 공간의 적을 반복하여 상대하면서 전장에 가본 적도 없던 공보 장교인 케이지가 일당백의 전사로 거듭나는 것은 레벨 노가다로 대표되던 그 시절의 일본 RPG를 떠오르게 만든다. 이 반복되는 전투를 바라보는 관객은 일종의 플레이어로서 케이지라는 캐릭터와 함께 발컨에서 신컨으로 함께 성장하는 게임적 경험을 맛보게 되기도 한다.
물론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중심 설정인 루프는 그 자체로 게임의 세이브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작중 케이지는 리셋 되기 이전 세계의 기억을 가진 상태로 다시 시작하고 공략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할 때에는 죽음으로써 능동적으로 세계를 리셋한다. 이는 삼국지부터 슈퍼로봇대전에 이르기까지 PC와 콘솔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써먹던 게이머의 비기 리셋(세이브) 노가다에 다름 아니다. 게이머가 능동적으로 세이브를 컨트롤 할 수 없는 오늘날의 온라인 게임과는 조금 다른 정서라고 할 수 있다.
최종 보스인 오메가를 처단하여 전쟁이 일어나기도 전에 승리한 세계를 맞이한 케이지의 기쁨, 세계를 구했지만 그 사실을 나만 알고 있다는 점은 게임을 클리어한 후 2회차에 접어든 게이머의 감정과도 유사하지 않을까? 플레이스테이션3의 광고였던 Long Live Play를 본 마이클과 같은 입장의 게이머가 머금었을 뿌듯한 미소는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케이지가 마지막에 터뜨렸던 웃음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처럼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루프물이라는 영화 장르적 설정을 통해 게임적 내러티브를 깊숙이 받아들이고 관객에게 플레이어로써 때로는 게임 속 캐릭터로써의 경험을 선사하는데 성공했다.
여태까지의 영화의 게임적 요소들이 그저 비슷한 UI를 흉내내는 수준의 한계를 보였다면,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관객에게 게이머의 경험을 전하는 UX를 제공하는 것으로 확장되었다고나 해야할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일본 문화 원작의 영화화에 성공한 헐리웃을 바라보면서 다소 애잔한 것도 사실이다. 한 때 세계 게임업계를 주도하던 일본 게임의 시대가 지고 영미권 게임이 헤게모니를 쥔 오늘날의 게임 환경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인터렉티브 무비 게임 붐으로 게임이 영화를 게임의 요소를 받아들이던 시절이 있었다. 언더 어 킬링 문, 드래곤즈 레어, 스타워즈 루크 스카이워커 역의 마크 해밀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윙커맨더3 등이 그 시절의 유산들이다. 시간이 지나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등장으로 이제 영화가 게임의 요소를 체화하기 시작했다. 과연 앞으로 게임과 영화가 어떤 화학 반응을 일으킬지 기대가 된다.
* 본문의 내용은 게임포커스 리뷰어 Sion님이 기고하신 엣지 오브 투모로우 리뷰를 가필, 수정한 것으로 게임포커스 편집부의 편집 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필자 프로필
닉네임 Sion. 영화, 서브컬쳐 칼럼니스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만 덕후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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