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현실의 시대가 도래했다. 과연 우리는 무얼 준비해야 할까?
6일 KGC 2014 둘째 날 세계가 주목하는 VR기기 '오큘러스 리프트'를 제작한 오큘러스VR 코리아의 서동일 지사장은 '가상현실 시장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들'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1963년 이반 서덜랜드에 의해 가상현실 HMD가 만들어진 후 벌써 5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을 정도로, 가상 현실 구현 기기의 역사는 제법 오래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VR기기들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서동일 지사장은 전혀 새롭지 않은 시도인 VR기기가 항상 주목 받는 이유와 오늘날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 그리고 가상 현실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준비에 대해 이야기했다.
VR기기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물론 시뮬레이션 기능을 충실히 활용하여 의료, 제조업, 교육 및 훈련, 원격 체험에 도움이 되고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나사에서 로봇 움직임을 연구하는 데 쓰였고 우주에 직접 나가지 못하는 상황의 경우에 대한 대응이나 혹은 미래의 자동차 디자인에 쓰이기도 했다. 더불어 '가상 현실 치료'라 하여 정신 질환에 치료와 재활 목적으로 쓰였으며 시야가 좁은 전차를 탔을 때 전차의 전방을 볼 수 있게, 하는 등 군사훈련에 적극적으로 쓰인다.
서동일 지사장은 오늘날에는 VR기기 외의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발전이 이루어진 덕분에 더 이상 하드웨어의 제약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여러 제반 기술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으니 문제는 바로 이를 이끌어 갈 콘텐츠다.
VR 시장을 이끌어갈 주요 콘텐츠로 꼽히는 것 중 게임 및 기능성 게임, 네비게이션, 여행용 가이드, 커뮤니케이션 도구 등이 있지만 특히 가상 현실을 활용한 게임에 대해서는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서동일 지사장의 입장이다.
서동일 지사장은 "밸브 사가 '하프라이프2'나 '포탈2'와 같은 기존 콘텐츠를 오큘러스 리프트를 활용해 가상 현실에 맞게 단지 '변환'했더니 기대한 만큼 결과가 나와주지 않았다. 한마디로 재미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가상 현실 분야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상태이며 함께 배워나가는 상황이므로 매우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단계에서부터 새로운 게임 디자인 컨셉이 세워져야 한다.
또 VR기기는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이기 때문에 전혀 예기치 못한 문제를 불러 일으킨다. 아직 학문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3D 멀미현상'이나 갑작스러운 동공 확장에서부터 공간 인식 오류, 가상 현실 입력 오류, 인지 오류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더불어 시각적인 측면뿐 만 아니라 가상 현실 세계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줄 요소인 촉각과 청각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지연 없이 정보를 전달하는 무선 기술이 부족하며, 무선 상태일 경우의 배터리에 대한 문제도 있다.
서동일 지사장은 가상 현실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급부상하고 단 1년 만에 포화 상태가 된 한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의 경우를 언급했다. 시장 초기 급성장 한 모바일게임 시장은 현재 단시간만에 새로운 게임이 히트하기도 어려운 구조이며 돈 많은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전쟁터가 되었다는 것.
그는 "VR 시장, 특히 가상현실 게임 분야는 이전의 모바일 게임 시장과도 똑같다. 아직 아무도 VR 게임에 대한 재미를 모른다"라며 "동시에 플랫폼이 주는 재미를 찾아 도전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무엇이 재미있는가를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단계다"라고 설명했다.
오큘러스가 하드웨어 및 R&D(Research & Development)를 모두 공개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VR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수 많은 하드웨어 업체들이 후발주자로 뛰어들어도 좋은 것이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서동일 지사장은 토마스 프레이 다빈치 연구소장의 말을 인용했다.
"기술 발전으로 2030년까지 약 20억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촉매' 기술이 고용을 창출할 것이다. 가상현실 기기 개발자와 엔지니어, 전문가가 인기 직업이 되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인프라 기술 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다"
서동일 지사장은 "VR 시장이 뜰 때까지 기다리는 태도로 있다가는 시대에 뒤처지게 된다. 시장이 형성된 다음에 뛰어들고자 한다면 이미 앞서나가는 콘텐츠들 때문에 발도 못 디딜 것이다. 그러나 만약 지금부터 시도한다면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하드웨어는 콘텐츠의 혁명을 불러일으키며, 콘텐츠는 새로운 하드웨어를 퍼뜨리는 촉진제가 된다. 이미 시작된 가상현실의 시대, 전세계의 많은 이들이 이를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생활의 변화를 일으켰던 것처럼 VR이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다"라며 이야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