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14]스즈키 유, 최초 3D 격투게임 '버추어 파이터'의 탄생을 이야기하다

등록일 2014년11월07일 18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6일 KGC 2014 강연장에는, 최초의 3D 격투게임 '버추어 파이터'를 제작한 스즈키 유 프로듀서가 들려주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많은 청중이 모여들었다.


스타개발자이자 개발자들의 전설로 불리는 스즈키 유 프로듀서는 '버추어 파이터의 탄생과 진화'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시작하며 세가에 입사하기 전부터 도전 정신이 투철했던 젊은 시절에 대해 짧게 회고했다. 3D 건축물을 구축하는 것에 대한 졸업 논문을 썼던 스즈키 유 프로듀서의 꿈은 바로 3D로 '우미우시(해우)'를 만드는 것이었다.

대상에 관절이 많을수록, 부드러움과 곡선이 많을수록 표현하기 어렵고 계산도 복잡해지기 때문에 둥글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해우는 스즈키 프로듀서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궁극의 이상향이었다. 스즈키 프로듀서가 83년 세가에 입사했을 당시는 주로 2D 게임이 제작되었으며 내부 계산을 3D로 작업하지만 화면에 출력되는 모습은 최대한 2D에 가깝도록 보이도록 했다.

버추어 파이터 이전, 세가의 3D CG 보드 기반인 '모델1'이 완성됐고 처음 제작된 3D게임은 '버추어 레이싱'이었다. 6천개의 폴리곤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했는데 타이어의 둥글기나 도로의 굴곡 역시 고려의 대상이었다. 스즈키 프로듀서는 "가장 어려웠던 것은 인체였는데, 버추어 레이싱의 '피트 워크' 부분에서 실험적으로 인체의 움직임을 처음 시도해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피트 워크에서 실험한 것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인체만을 가지고 게임을 만들어보고자 했다. 스포츠 게임처럼 많은 사람이 나오는 것은 어려웠고 인체 단 둘로 만들 수 있는 대전 게임에 포커스를 맞췄다.

당시 '스트리트 파이터2'가 격투 게임의 왕도로 불리고 있던 상황으로 이를 넘어설 수 있던 격투게임은 없었지만 스즈키 프로듀서는 그만큼 시장이 넓다고 믿었기 때문에 더욱 도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격투 게임을 제작해 본 경험도 전무했으며 주변의 만류도 상당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3D 격투 게임으로 성공할 수 없다. 단념하라'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정말 만들고 싶었기에 그대로 밀고 나갔다"며 당시의 심정을 이야기했다.

스즈키 프로듀서는 다섯 가지 체크 포인트를 세웠다. '시장에 내놓을 가치가 있을 것인가', '차별화를 갖출 수 있는가', '평균 플레이 시간', '인터페이스', '반복 플레이 정도'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격투 게임이 전세계적으로 대중화된 상황에서 스즈키 프로듀서가 만들 게임은 최초의 3D 격투 게임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가치와 차별성를 가졌다. 또 아케이드 게임을 기획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 일 매출(1일 400게임으로 약 8만엔)을 목표에 두고 플레이 시간을 3분내로 잡았다.

다음은 인터페이스의 문제였다. 스트리트 파이터2는 총 여섯 개의 버튼을 필요로 했고 스즈키 프로듀서는 이보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을 고려했다. 결과적으로 버츄어 파이터에는 '가드(G)', '펀치(P)', '킥(K)' 세 개의 버튼만을 갖추게 되었다

게임의 승패 여부는 반복 플레이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진 사람도 다음 게임에 도전하고 싶도록, 격투 게임에 서툰 사람도 요행으로 이길 수 있도록 게임에 우연성을 가미하여 이를 조절했다. 이를 위해 개발자가 아닌 어린이나 사무직원들을 데려다 입력 패턴을 분석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완벽한 모션 디자인을 위해 개발자들과 다함께 권법 수련을 하거나, 테스트를 위해 오락실에 숨어서 플레이 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던 일화도 언급했다. 스즈키 프로듀서는 "게임을 플레이 하는 사람들이 직접 때리거나 맞는 것이 아닌데도 입으로 '아야!', '아파!'라고 소리내는 것을 보고 이 게임이 성공하겠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전했다.

93년 출시된 버추어 파이터의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스즈키 유는 계속해서 시리즈를 발전 시켜나갔다. 94년에 발표된 '버추어 파이터2'에서는 새로이 모션 캡처 기술이 동원되며 중국의 소림사를 방문하거나 실제 무술가들을 만나는 등 더 사실적인 움직임을 위한 노력을 거듭했다. 2편에서 새롭게 등장한 부분은 바로 캐릭터의 체급 차이인데, 상중하로 나뉘는 공격 범위를 체급 차이에 따라 재설정하는 것이 특히 어려운 일이었다고 스즈키 프로듀서는 설명했다.


'버추어 파이터3(1996)'를 제작할 때는 3D CG 보드도 발전해 '모델3'를 이용해 초당 1백만 폴리곤을 표현할 수 있었다. 또한 다양한 컬러 텍스처도 사용할 수 있었고 게임의 배경을 형성하는 데 여러가지 기술을 도입하여 대전 중 맵에서 비나 눈이 내리게 하고, 의복의 움직임도 나타낼 수 있었다.

또한 링이 아닌 지붕 위나, 지면에 기복이 있는 곳에서 격투가 가능하도록 하여 표현이 보다 복잡해졌다. 하지만 이 점으로 인해 버츄어 파이터 시리즈의 상성 규칙과 상중하로 나뉘는 공격 범위 규칙을 지킬 수 없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때문에 시리즈 4편부터는 다시 평평한 지면에서 싸우게 되었다.

스즈키 프로듀서는 "실제 기획과 프로그래밍을 담당했던 이전과는 달리 2001년 발표된 시리즈 4편부터는 프로듀서의 입장으로 관여했다. 지금은 세가에서 나와 그저 시리즈의 성장을 지켜보게 되었다"며 "새로운 버추어 파이터 팀이 새로운 버추어 파이터를 선보이고 있으며 계속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스즈키 유 프로듀서는 1편과 현재의 그래픽을 나란히 놓고 "과거는 미화된다고 하지만 직접 둘을 비교해보니 제법 충격적이다"며 "당시 유행하던 '버추얼 리얼리티'라는 말에서 가상의 선수라는 의미로 '버추어 파이터'라는 제목을 짓게 되었는데 이제는 제대로 된 인간이 되었다. 앞으로도 버추어 파이터가 그랬던 것처럼 모든 게임의 진화를 기원하며 지켜보고 싶다"고 밝히며 발표를 마쳤다.

다음은 강연 이후 스즈키 유 프로듀서와의 질의응답.


Q. 한국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천재 개발자의 일화'라며 스즈키 유 프로듀서가 '버추어 파이터' 개발 당시 막힌 부분을 꿈에서 본 대로 프로그래밍을 해 해결했다는 내용이 소개되고 있다. 이것이 정말인가?
개인적으로 꿈에서 이런저런 것을 보고 영감을 얻은 경우가 있어서 옆에 기록해 둘 것을 준비하곤 한다. 이건 조금 우스운 일화인데 버츄어 파이터의 밸런스를 조절할 시절, 모든 캐릭터의 강한 정도의 평균을 맞추기 위해 고생했는데 제프리와 울프가 좀처럼 강해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클레임을 자주 들었더니 꿈에 제프리와 울프가 울면서 나타났다. 이렇게 꿈에 나올 정도로 누구보다도 빠져있었고 그것밖에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Q. 버츄어 파이터를 꼭 만들고 싶었던 이유가 궁금하다
대학생 때부터 3D에 흥미가 있었다. 어려운 것에 도전하는 것도 좋았고, 당시 게임 회사에 근무하고 있었기에 할 수 있던 것이지만 시장에 잘 맞으면서도 스스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바로 격투 게임이었다. 막상 시작할 때는 아는 것이 없었지만 점점 배워가며 더 좋아하게 되었다. 물론 해우가 가장 만들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해우 대 해우 게임은 인기가 없을 것 같다.

Q. 모바일 게임에서 대전 액션 게임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는가?
모바일 플랫폼에 맞춰 제대로 커스터마이징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나왔던 것을 그대로 가져오니 재미가 없다.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하여 제대로 만들면 정말 재밌는 게임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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