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감정을 유쾌한 해석으로 풀어낸 수작 '인사이드 아웃'

등록일 2015년08월07일 11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 기사 제공: 애니포스트(www.anypost.co.kr)

네이버 웹툰 중 이동건 작가의 '유미의 세포들'이란 웹툰이 최근 흥미로운 소재를 바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유미의 세포들'은 평범한 여자 회사원인 '유미'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여러 상황에 반응하는 유미의 모습을 '응큼 세포' '불안 세포' 등 머릿속 세포를 의인화 해 유머러스하게 보여준 웹툰이다.

특히 이 작품은 엉뚱한 상상이 더해진 웹툰임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현실성에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 기자 개인적으로도 매우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웹툰이다. 그런데 최근 이와 비슷한 애니메이션이 개봉해 눈길을 끌었다. 바로 디즈니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이다.

인사이드 아웃은 모든 사람의 머릿 속에 존재하는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주인공 '라일리'의 감정을 조절하는 '기쁨(조이)', '슬픔(새드니스)', '버럭(앵거)', '까칠(디스커스트)', '소심(피어)'가 우연히 큰 사고에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라일리의 감정 변화와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기발한 발상을 더해 아이의 성장을 잘 표현한 작품
사람의 감정은 단순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분명 화낼 일이 아닌데 왜 저 사람이 화내는지, 이 어색한 상황에서 왜 한 명만 웃고 있는지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 누구에게나 존재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인사이드 아웃은 명쾌하고 유쾌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누군가 화를 내는 것은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일하는 '버럭'이가 감정을 컨트롤해서 그러는 것이며, 이유 없이 무서워지는 것은 '소심'이가 컨트롤해서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감정을 컨트롤한 모든 행동에 대한 결과는 기억의 구슬로 저장되고 이 중 중요하고 강렬한 기억은 핵심 기억으로 바뀌어 핵심 기억 공간으로 저장되게 된다.

컨트롤 타워를 누가 조정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반응이 달라진다

이 핵심 기억이 중요한 이유는 이 기억들이 모이고 모여 각각의 섬을 만들어내고 그 섬이 바로 인간의 성격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즉 엉뚱한 핵심 기억이 많은 사람은 엉뚱한 성격의 섬이 만들어지고 가족과의 기억이 많은 사람은 가족애를 상징하는 섬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교육학자들이 쓴 아이의 성격 발달에 관한 다양한 저서에서 설명한 정의들을 단 몇 분의 스토리, 특히 애니메이션의 주 타겟층인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고 있기에 어른과 아이 모두 흥미롭고 재미있게 이에 대한 개념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기자의 눈을 끈 것은 이 작품은 기억의 저장 뿐만 아니라 기억의 잊혀짐에 대해서도 하나의 상징을 등장시켜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빙봉은 다양한 동물의 형태를 띄고 있고 몸은 솜사탕으로 돼 있는 라일리 상상 속의 친구이다.

누구나 유아기 시절 좋아했던 영웅 캐릭터, 상상 속의 동물들이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존재들은 커가며 또 다른 영웅, 실제 아이돌, 현실 애인 혹은 공부와 같이 의무적으로 무언가를 하게 되면서 그 존재는 점차 자연스레 머릿 속에 지워지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인사이드 아웃은 '빙봉'이란 라일리가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가상의 존재를 통해 직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빙봉은 한 때는 라일리의 가장 친한 친구로 함께 노래를 부르며 로켓을 타기도 했으며 함께 사고를 치고 놀기도 한 가상의 캐릭터였다. 하지만 라일리가 커가면서 어느 샌가 잊혀지자 성격의 섬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니다 라일리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는 존재였지만 결국 기쁨을 감정 본부로 돌려보내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기억의 공간에서 완전히 소멸하게 된다.

이는 기자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셜록 홈즈에서 나온 “인간이 기억을 저장하는 공간은 한정적이므로 필요 없는 기억은 잊어야 한다”라는 표현을 가장 단적으로 잘 보여준 장면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즉 또 다른 즐거운 기억을 저장하기 위해 빙봉과 같이 필요 없는 기억들은 인간의 기억에서 사라진다는 것을 이 영화는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기쁨만이 행복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반기를 든 작품
기자도 평상 시에 자주하는 생각이지만 매일 매일 기쁜 일만 생길 순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인사이드 아웃도 이 점을 '기쁨(조이)'를 통해 단적으로 잘 표현해주고 있다. 감정 컨트롤 타워의 리더인 조이는 라일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기뻐야 한다고 믿어 최대한 슬픈 기억을 남기지 않기 위해 '슬픔(새드니스)'의 행동을 제어하는 편이다.


특히 핵심 기억 중 하나가 슬픈 기억으로 형성되자 호들갑을 떨며 그 기억이 성격 발달에 영향을 주는 것을 최대한 막으려는 조이의 모습은 슬픈 일은 피하고 언제나 즐겁고 기쁜 일만 있기를 바라는 인간의 심리를 극단적으로 표현한 장면이기도 했다.

하지만 슬픈 일이 있었기에 그 후에 온 기쁜 일을 더욱 기쁘고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던 것과 슬프고 힘들 때에는 그 것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기쁨의 모습을 통해 꼭 기쁜 일들만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 시간이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사람은 커가면서 이전보다 더 많고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뻔한 행동들은 이 복잡해진 감정에 의해 조금의 일탈이 더해져 엉뚱한 행동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것을 머리로 안다고 해도 자신의 변화를 잘 인지하지도 못하는 아이에게는 설명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는데 인사이드 아웃은 이런 개념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쉽게 설명한 작품이므로 요즘 아이가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있다면 아이의 손잡고 이 영화를 한 번 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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