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가 묘한 게임을 하나 선보였다. 지난 8월 다운로드 전용 게임으로 나온 '모두가 랩쳐로 갔다'(Everybody's Gone To The Rapture)가 그 주인공이다.
실력파 개발사 '차이니즈 룸'(The Chinese Room)이 선보인 의미를 알 수 없는 제목의 이 게임은 오픈월드 어드벤처라는 특이한 장르에 종교와 철학을 담은 스토리를 그려 특히 서구권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권에서는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세계를 잘 구현했지만 할 게 너무 적고 이야기를 찾아서 봐도 크게 와닿지 않는다는 평이 많다. 무엇보다 형이상학적인 이야기와 장자를 연상시키는 동양철학풍의 철학이 오히려 아시아, 한국 게이머들에게 얼마나 먹힐지에는 약간 의구심이 생기는 게 사실이다.
기자가 이 게임을 하고 받은 첫인상은 '?'였다. 아마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비슷한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캐릭터의 모습이 등장하지 않고 목소리만 등장해 이야기와 사건 전개를 설명해주는 이 게임의 장르는 기본적으로 한때 주목받던 '사운드노벨'에 가깝다고 해야할 것이다. 게이머들은 영국의 한 시골마을 주변을 탐색하며 마을 사람들에게 벌어진 일을 점차 알아가게 된다.
문제는 이 게임이 그려내는 세계가 '오픈월드'라는 것이다. 여기저기 숨어있는 트리거를 발동시키면 사건의 전개와 캐릭터들의 전말을 하나하나 볼 수 있지만 엔딩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트리거를 제외하면 모두 패스해도 무방하다. 트리거가 놓여있지 않은 세계의 대부분은 그저 눈앞에 펼쳐져있을 뿐 게임에 어떤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5pb에서 '슈타인즈게이츠' 등 과학 어드벤쳐 시리즈 개발을 책임진 마츠바라 타츠야 프로듀서는 플레이스테이션4 발매 직후 게임포커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하드웨어의 성능이 발전하며 가장 큰 진화를 이룰 장르는 어드벤처"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가 언급한 어드벤처란 '포인트앤클릭' 어드벤처가 아닌 이야기를 보여주는 일본식 텍스트 어드벤처였다.
'모두가 랩쳐로 갔다'는 마츠바라 프로듀서가 한 말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해 준 게임이었다. 모두가 랩쳐로 갔다를 끝까지 플레이하고 나니 배경 그림을 보여줄 것 없이 세계 자체를 구현한 후 해당 장소로 가서 이야기를 보고 대화를 나누는 오픈월드 텍스트 어드벤처(?)도 가능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랩쳐로 갔다가 재미있는 게임이었냐는 질문에는 뭐라 답해야할지 정말 모르겠다. 하지만 한번쯤 해볼만한 게임이라는 말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트로피는 꽤 쉬운 편이다. 공략을 보진 않으면 획득이 매우 어려운 트로피가 몇 있지만 오픈월드가 되었어도 어드벤쳐는 어드벤쳐. 어느 정도 공략을 참고하면 플래티넘 트로피를 그리 어렵지않게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차이니즈 룸에서 모두가 랩쳐로 갔다 개발을 지휘한 두 개발자의 공동 메시지를 첨부해 둔다. 이 게임에 개발팀이 뭘 담고 싶었는지가 조금은 전달되길 기대한다.
"Everybody’s Gone to the Rapture를 제공하게 되어 매우 영광입니다. 본 게임을 위해 거의 지난 3년 간 작업을 해왔는데 참으로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께서 진심으로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저희는 대단히 유능하고 열정적인 개발자들로 구성된 작은 팀이며 이들은 본 게임에 온 마음과 영혼을 쏟아 부었습니다. 이 점은 여러분들도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분명히 느끼실 거라 생각합니다.
Everybody’s Gone to the Rapture는 단순히 겉보기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게임은 아니며 게임의 본질에 좀 더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그것은 리스크를 감내하더라도 이 게임을 기존 게임들과 다르게 만드는 저희의 진정한 신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수년 동안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이 작은 규모의 팀으로 오픈 월드 게임을 만드는 것은 무리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습니다. 또, Dear Esther와 Gone Home에 변화를 준 스토리 중심의 게임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유저들은 스토리가 얼마나 다양하게 전개되는지는 신경 쓰지 않으며 아무런 지시나 일방적인 미션 없이 요우턴 마을을 자유롭게 탐험하는 것에 대해 특별히 인내심을 갖고 전념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불평에 불과합니다.
Everybody’s Gone to the Rapture는 신념에 대한 도전이자 도약이지만 저희 팀은 분명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저희는 항상 한 장르를 선택해서 새롭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밀고 나갈 수 있다고 믿었으며 유저들은 언제나 세상에 나가 탐험하는 것을 그 무엇보다 선호한다고 믿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저희는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고 창의적인 매개체라고 믿고 있으며 우리 스스로 이런 매개체의 일부가 될 수 있어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저희는 Everybody’s Gone to the Rapture의 핵심에 뛰어난 스토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이것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놀라운 미술, 환상적인 성우 연기, 그리고 기막힌 사운드 트랙 모두가 저희가 바라는, 매우 유니크하고 특별한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진심으로 여러분이 이 게임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플레이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Dan & Jess
Studio Heads, The Chinese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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