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를까? '리니지', '카트라이더' 등의 유명 게임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겠지만 게임업계를 조금만 알아도 '야근', '휴일 근무', '철야'와 같은 고된 업무환경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된 업무환경에서 조금이라도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업무 환경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게임사들이 적지 않다. 다양한 복지정책은 물론 직원들이 더 나은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시간과 환경을 제공하고 고민하는 게임기업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게임사가 바로 국내 최대 게임사인 넥슨이다.
현재 넥슨은 직원들의 휴식이 회사에 대한 만족감과 업무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프로그램인 '넥슨 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넥슨 포럼이란 지난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학협력단이 주관하는 '아르꼼(ARCOM): 문화예술을 통한 기업창의학습 지원사업'의 자문에서 출발, 2012년 넥슨에 처음 도입된 프로그램으로 직원들에게 업무와 일상으로부터 휴식을 제공하고 직원들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사내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이다.
'넥슨 포럼'은 음악, 미술이 중심이 되는 '아트', 회사에서 벗어나 좀 더 많은 세상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컬처', 마라톤, 트레킹, 미술사 등 직원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주는 '휴먼' 세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평균 10주에서 연단위의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넥슨 포럼이 운영된 지난 3년 동안 넥슨 임직원들은 재즈 빅밴드 과정 '더놀자 밴드', 42.195km의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는 '넥슨 러너즈', 세계의 명산 트레킹에 도전하는 '킬리만자로 트레킹', 자전거로 국토를 종단하는 '넥슨 자전거 국토종단 원정대', 시각 영상을 활용해 공간을 재구성하는 '미디어아트: 프로젝션 맵핑'을 비롯, 단편영화 제작, 영화 연기, 도예, 드로잉, 유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의미있는 활동들을 해왔다.
넥슨, 그리고 넥슨 임직원들에게 재충전과 '넥슨 포럼'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게임포커스는 '넥슨 포럼'을 운영하고 있는 넥슨 인사실 백한주 부실장, 인재문화팀 복지파트 이동주 파트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넥슨 포럼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난 2012년 '게임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취지로 넥슨 게임 아티스트 6명이 온라인 게임 '마비노기' 시리즈를 모티프로 '보더리스' (BORDERLESS, 경계·국경 없는) 라는 주제 아래 게임과 예술, 가상과 현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을 선보인 바 있었다. 이 때 참여했던 작가들은 '보더리스'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예술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었고, 이 자극들이 이후 창조적 생산에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지친 몸과 마음에도 쉼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넥슨 포럼은 보다 많은 직원들에게 이런 긍정적인 경험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직원들에게 업무와 일상으로부터의 쉼을 제공하는 한편, 직원들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사내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으로 2012년 처음 도입됐다.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 특히 게임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꼭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사고의 다양화, 관점의 전환 등을 위해서 다양한 환경과 변화를 접하고 고민할 수 있는 휴식과 자극이 필요한 것이다. 넥슨 포럼이 직원들이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적 발상을 마음껏 펼치고, 이들 개개인의 능력이 곧 회사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긍정적 채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를 바랐다.
참여 인원과 프로그램 수, 참석율이 궁금하다. 특히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 직원들의 만족도는 어떤가
넥슨 포럼은 넥슨 외에도 자회사들도 함께 진행한다. 제주도에 있는 네오플의 경우는 위치상 독자적으로 진행한다. 올해의 경우 약 43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참석 인원은 연간 1,000여 명에 달한다. 참석율의 경우는 프로젝트별로 다르며 프로젝트는 한 달 미만의 단기 프로그램부터 6주부터 10주, 최대 1년 동안 이어지는 장기 프로젝트가 있다.
만족도의 경우는 주관적인 문제로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프로그램이 진행되기 전 짧은 시간 동안 일종의 맛보기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만큼 본 프로그램의 이탈율은 상당히 적은 편이다. 프로그램을 경험한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현재 넥슨 포럼이 주최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가장 많은 참여비율을 보이는 직군은 어떤 파트인가
직군을 뽑자면 아무래도 게임개발사인 만큼 개발자, 기획자, 아트쪽 인력이 전체적으로 많은 편이다. 하지만 특정 직군에만 쏠리진 않고 다양한 직군에서 고루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참가자들이 본인의 직군과 연관된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프로그래머가 디자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유화과정을 듣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디자이너가 프로그래밍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프로젝션 맵핑' 같은 과정에 참여하기도 한다. 또한 기획자가 사고의 폭을 확대하기 위해 재즈 과정인 '더놀자밴드'에 참여하기도 하고, IT직군 종사자들이 '도예'과정에 참여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목적과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레디액션! 넥슨, 그들이 사는 세상'이라는 단편영화 제작 프로그램이 운영됐고 최종 프로젝트인 '히어로'라는 이름의 단편 영화가 제작되며 주목을 받았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단편영화 '히어로'는 넥슨 포럼 참여직원이 사내에서 단편영화제작 과정(이론/실기) 수업을 듣고, 과정의 마지막 단계로 본인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배우 캐스팅을 하는 등 촬영과 제작 전반에 모두 개입해 만들고 있는 프로젝트다. '히어로'는 사내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 로맨스'라는 장르 영화로, SNS 기반으로 운영되는 커뮤니티와 게임회사, 그리고 그 속의 사람들을 조명한 이야기다.
'SNS '히어로'라는 커뮤니티는 마치 게임 같은 곳이다. 커뮤니티에 속한 사람들은 서로 얼굴은 모르고 닉네임으로 대화하며, 매일 서로 다른 미션을 제공하고 이 미션을 아무도 모르게 수행하는 것을 재미로 여기고 있다. 주인공 '현우'와 '사랑'은 같은 커뮤니티 소속이며, 같은 회사 소속으로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오프라인에서 퀘스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랑을 키워나가는 내용도 담겨있다.
현재는 영화촬영을 끝내고, 편집 진행 중이며, 아마도 10월 중 내부시사회 후 연말 상영회를 통해 직원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넥슨 포럼을 시작하고나서 가장 인상 깊었던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백한주 : 처음 기획단계에서부터 개인적으로 좋아했고 내부 일정 관계로 아쉽게 참여할 수 없었지만 천문학 관련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강사를 초청해 별자리의 유래나 설명을 들었고 별자리를 볼 수 있는 양주의 한 장소에서 실제로 별자리를 보면서 저녁을 먹었던 적이 있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지난해 제주도에서 가족여행 때 경험했는데 회사에서 진행하는 이러한 프로젝트가 정말 유익하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도 직원들에게 창작과 창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동주 : 생에 최초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목표로 2013년 8월 처음 구성된 사내 마라톤 프로그램인 넥슨러너즈가 생각난다. 마라톤 경험이 전혀 없던 직원들이 모여 전문 강사의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 점차 변해가는 모습을 옆에서 확인하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 재무관리실에 있던 한 직원분은 3시간 34분 50초의 기록으로 풀코스 도전 2년 만에 서브3을 달성했고 서브3 달성자만 참가 가능한 '보스톤 마라톤대회'에 출전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도 느끼고 또 한편으로는 사람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포럼 진행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재정지원이다. 내부에서 포럼 진행과 관련된 지원이나 제약은 어떤가
기존까지의 넥슨 포럼은 크기를 늘려 더 많은 직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최근에는 포럼 자체의 크기 보다는 하나하나의 내실을 다지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크기는 지금 수준을 유지하고 참여자들에게 더 유익하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내부 실무자들의 의견에 경영진 역시 충분히 의도를 이해하고 지지해주고 있다. 자금 지원에 딱히 제약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초 목적과는 동떨어져 보일 정도의 과도한 포럼진행의 계획은 없다.
넥슨 포럼에 대한 타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혹시 다른 기업의 직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을까
깊게 고민해본 주제는 아니지만 다른 회사와의 교류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본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한 부분보다는 어떤 것이냐에 대한 부분일 것이다. 내부 직원과 외부 직원이 교류해 어떠한 결과물을 내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단순 참여를 위한 문호 개방은 여러 가지 이유상 고려하고 있진 않다.
넥슨 포럼에 처음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추천해 주고 싶은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이동주 : 최근 동양화 과정을 오픈했다. 참여자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내부의 예상을 깨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유가 궁금해 참여자들에게 물어봤더니 의외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갖는 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디지털 홍수 속에서 아날로그적 활동을 통해 심신의 안정을 취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앞으로도 꾸준히 진행해 볼 예정이다.
백한주 : 더놀자밴드를 추천한다. 개인적인 바람일 수도 있겠지만 남자가 악기 하나를 다루며 놀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굉장히 부러운 일 아닌가?(웃음). 초기 아마추어 수준의 밴드가 이제는 전문가 못지 않은 수준을 자랑한다. 음악 페스티벌, 사내 결혼식 축하연주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프로젝트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는가
한 해 프로젝트를 정하는 사업 계획을 준비하면서 사람과 사람의 다양성,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가치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짠다.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으로 노력해보지 않으면 경험해보지 못할 다양한 것들을 중심으로 진행을 한다.
프로젝트 선정 자체는 특별히 정해진 규칙이라든지 룰이 따로 정해져있지는 않다. 앞으로도 즐기는 사람 중심의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다양한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짤 것이다.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실제 게임 개발에 적용한 사례도 있나? 만약 없다면 혹시 시도를 해 볼수도 있을까
처음 포럼을 만들면서 생각해봤던 부분이다. 하지만 이것을 의도적으로 결과물에 반영을 시키면 예상하지 못한 많은 부작용이 생길 것이고 참여자 스스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지양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에서 시도하지 않더라도 넥슨 포럼을 경험해 본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좀 더 다양한 문화를 접해볼 수 있는 만큼 여기에서 얻었던 경험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게임에 접목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럼에 참여했던 애니메이터가 음악 관련 포럼 과정을 배워나가면서 음악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화를 시도한 사례가 있으며 일반 사물에 영상을 투여해 새로운 모습을 만드는 프로젝션 맵핑 과정에 참여한 듀랑고 팀의 개발자가 이를 게임에도 적용시켜 보려고 한 사례 등이 있다.
참여한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나 개발에 대한 영감을 받는다고 한 만큼 앞으로도 이러한 방향에서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넥슨의 공개채용 소식이 게임업계에 첫 발을 내딛고 싶어하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의 현황이 궁금하다
9월1일부터 9월 22일까지 자회사를 포함한 6개 법인이 공개채용을 진행하고 있으며, 개발직군인 게임프로래밍, 기획, 아트를 포함하여 해외사업, 모바일사업, 경영지원(회계) 직군 등 여러 분야에 걸쳐서 신입과 경력직 인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반응도 좋은 편이다. 지난 9월 1일부터 10일까지 9개 학교 대상으로 진행했던 캠퍼스 리크루팅은 2014년 대비 30% 많은 인원이 참여를 하였고, 현재 지원자 수도 작년 동기간 대비 높은 등 지원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넥슨 포럼을 구인을 위한 마케팅 프로그램으로도 활용할 계획이 있는가
솔직하게 이야기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넥슨 포럼을 어떻게 보고 평가하느냐에 대한 문제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콘텐츠를 즐기는 것은 내부의 직원들이 대상이 되겠지만 외부 인원이 봤을 때 넥슨 포럼이 넥슨에 입사한 사람에게만 주어질 수 있는 기회라는 측면에 있어서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보고 있다.
대다수의 구직자들이 공채를 통해 입사한 사람이 어떤 기준으로 개별적 팀에 배정되는지 궁금해 한다
직군 면접을 보고 어떤 팀에 입사할지를 정하는 팀 단위의 면접이 시작된다.
입사 면접에서는 그 사람의 작업 스타일이나 성격, 업무적 지식 등을 고려해 배치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최대한 적합한 곳으로 안내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배치가 되었더라도 본인이 희망을 하고 해당 부서에서 인력을 필요로 하면 내부 순환을 통해 해당 부서로 배정한다.
신입사원들 중 일부는 경력자들 못지않게 좋은 능력을 보여주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의 신입 사원들은 자신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혹은 어떤 능력이 특기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보통 이런 것을 파악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2~3년 정도인데 넥슨이라는 조직은 이러한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잘 갖춰져 있는 기업이다.
넥슨 포럼을 지켜보는 외부인들 혹은 관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동주 :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사장님이 시장에서 나온 게임을 답습하기 보다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넥슨만이 시도할 수 있는 것들 해보자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가 지나치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여유로움을 제공해야 된다. 바로 이러한 목적에 정확하게 부합되는 것이 바로 넥슨 포럼이다.
물론 회사이고 조직별로 해야 될 업무가 당연히 우선시 되겠지만 그것을 적절하게 조율하는 선에서의 다양한 넥슨 포럼 프로젝트는 넥슨이 필요로 하는 창의성 발달에 분명히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앞으로 넥슨 포럼은 직원들의 이러한 창의성을 살려주고 넥슨이 바라는 기업 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길 희망한다.
백한주 : 사람이 일을 하다보면 일의 능력이 깊어지지만 반대로 시야가 좁아지는 경우가 많다. 매너리즘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전문직인 게임 개발과정에서 일의 능력과 다양성은 좀처럼 양립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것들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넥슨 포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모든 직원들에게 시각의 다양성을 부여하고 시각을 다양하게 주는 것만으로도 창조적인 생산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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