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게임스컴, 미국의 E3와 함께 세계 3대 게임쇼로 꼽히는 도쿄게임쇼 2015가 지난 20일 올해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이번 도쿄게임쇼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역시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의 VR 기기 '플레이스테이션 VR'이었다. 하지만 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최대 부스를 낸 사이게임즈의 임팩트도 만만치 않았다.
도쿄게임쇼를 처음부터 끝까지 취재하며 지켜보고 느낀 바를 정리해 봤다.
상용화 임박한 플레이스테이션 VR, 높은 완성도 보여줬다
도쿄게임쇼 2015(TGS15)에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낸 회사는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와 사이게임즈(Cygames)였다. 특히 사이게임즈는 전통적 강자들, 스퀘어에닉스,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 코나미, 코에이테크모보다 더 큰 최대 규모 부스로 참전해 관람객들을 놀래켰다.
SCE는 잘 알려진 세계적 대기업이다. 플레이스테이션4로 글로벌 차세대 콘솔전쟁에서 승기를 잡았고, 특히 아시아에서는 압도적인 우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TGS15에서는 상용화가 임박한 VR 머신 '플레이스테이션 VR'을 중심으로 개발중인 대작 게임들을 다수 선보였다.
플레이스테이션 VR은 시연해본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할 정도로 높은 하드웨어 완성도와 좋은 소프트웨어까지 준비되어 있음을 보여줬다. 모든 장르에서 VR이 미래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파티게임'이라 불리는 캐주얼게임들과 호러, 어드벤처 등 몇몇 장르에서는 압도적 몰입감을 줄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한가지, 착용감 면에서 안경을 착용한 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자인 오큘러스보다 높은 점수를 주는 사람이 많았다. 난시의 경우 오큘러스의 원근조절로는 제대로 된 화면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현 단계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 VR의 방향성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2016년 상반기 상용화까지 얼마나 좋은 라인업을 갖추느냐와 가격이 문제가 될 것 같다. 플레이스테이션4 론칭에서 보여준 감각을 다시 한 번 발휘한다면 요시다 슈헤이 SCE WWS 대표의 말처럼 "향후 20년을 좌우할" VR 부문에서 소니가 앞서나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SCE의 시선, 아시아에서의 우위를 확고한 것으로
이번 도쿄게임쇼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참가하지 않았다. 플레이스테이션4의 독무대였다.
이미 아시아에서 압도적인 우위(10:1 비율 이상의)를 점하고 있는 SCE는 높은 보급률을 바탕으로 아시아를 확고한 플레이스테이션 시장으로 만들 준비를 착착 진행중이다.
현재 수면 위로 나와있는 것은 '강력한 현지화'다. 중문판, 한국어판 등 각 언어별 로컬라이즈 버전을 적극 제작하는 한편 서드파티 개발사들에게도 로컬라이즈 버전 제작을 권유해 현지 언어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걸 어필하고 있다.
싱가폴에서 주요 의사결정을 하고 나라별로 기민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SCE의 움직임에 대처를 못 하고 있다. 이 강력한 현지화만으로도 플레이스테이션의 우위는 지속될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한편, SCE는 수면 밑에서 더 무서운 무기를 준비하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4와 PS Vita 보급률이 아시아에서 압도적이기에 가능한, '장르 다변화'와 '라인업 강화'다.
SCE는 그 동안 해외에 자사 게임을 내지 않았던 개발사들과 협의해 로컬라이즈 버전으로 아시아 각국에 소개할 준비를 진행중이다. 게이머들이 이제까지 '당연히 일본어판을 아마존에 주문해 즐겨야 한다'고 생각했던 장르, 작품들이 속속 현지 언어로 소개될 예정이다.
플레이스테이션4와 PS Vita에서 아시아 시장은 일본 내수시장과 비슷한 규모로 성장했다. 이제까지 내수 버전만 내던 장르 게임들이 출시돼 저변을 넓히고 기반을 더 단단하게 다지게 되면 Xbox가 뚫고 들어갈 여지는 더 줄어들 것이다.
각국 개발사들에 접근해 각 나라의 게임들을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가져온다는 전략 역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지스타부터 이어진 한국 개발사들의 플레이스테이션 진출이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아시아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른 플랫폼의 게임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플레이스테이션 개발을 늘려 자연스럽게 유저풀도 늘리고 그 나라에서 더 대중적인 게임 플랫폼이 되겠다는 SCE의 전략은 아시아 시장을 플레이스테이션의 독무대로 만들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일본 모바일게임의 본격적 글로벌 시장 진출
sCE와 비슷한 규모로 도쿄게임쇼에 부스를 낸 사이게임즈는 국내에선 그리 잘 알려진 개발사가 아니다. 적극적으로 한국 시장에 접근해 '바하무트', '삼국지퍼즐대전',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걸즈' 등 3개의 게임을 선보였지만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세 게임 모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고 '그랑블루판타지'라는 자체 신규 IP를 성공시키는 등 탄탄한 개발력과 자금을 확보했다. 신작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걸즈 스타라이트 스테이지'도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롱런 가능성도 높다.
TGS15에 최대 규모 부스를 내고 그랑블루판타지 알리기에 나선 사이게임즈는 한국 대형 모바일게임사들과는 다른 두 갈래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자체 IP의 멀티미디어화와 콘솔 진출이다.
이미 바하무트 애니메이션을 선보인 사이게임즈는 그랑블루판타지 애니메이션 제작을 발표해 팬들을 기쁘게 했다. 자체 개발한 콘솔 타이틀도 이번 TGS를 앞두고 공개했다.
자체 IP의 멀티미디어화는 멀티미디어화가 일반적인 일본에선 당연한 선택으로, 게임, 애니메이션, 소설이 함께 해외로 나가 시너지 효과를 얻는 상황에서 미래 게임업계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이게임즈 외에도 자체 IP로 성공작을 낸 일본 게임사들은 다들 멀티미디어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멀티미디어화는 생소한 게임을 바로 서비스하기 전에 애니메이션과 라이트노벨로 현지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이미 서비스를 하고 있더라도 저변을 넓힐 수 있는 좋은 전략이다.
또 한가지, 사이게임즈는 그랑블루판타지에 향후 한국어를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정식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복수의 일본 개발사가 개발중인 신작 게임에 한국어를 넣을 계획이다.
이미 일본어 버전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국내 유저가 많지만 향후 친숙한 그림, 음악에 언어까지 지원되는 일본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애니메이션 제작이나 소설화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 한국 개발사들이 IP를 앞세워 한국 유저들을 유혹하는 일본 개발사들과 어떻게 경쟁할지도 주목된다.
이번 도쿄게임쇼를 통해 일본 게임업계가 콘솔과 모바일 양쪽 모두에서 내수만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시야에 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건 아시아 시장이다. 아시아 유저들은 서구권 게임과 일본 게임을 모두 즐기지만 일본의 만화, 애니메이션 등 서브컬쳐 문화에 친숙해 일본 게임을 선호하는 유저가 많이 분포해 있다.
중국의 규모의 개발에 서구권, 동남아 등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IP를 앞세운 게임들도 역시 같은 곳을 보고 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어떤 길을 가야할지, 한국 모바일게임의 글로벌 전략을 가다듬어야 할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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