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VR, 게임의 미래가 될까? #3 - VR게임 직접 체험해 보니...

등록일 2015년10월26일 06시55분 트위터로 보내기


지난 수년 동안 국내 게임업계는 모바일게임의 부상과 함께 큰 변화를 겪었다. 모바일게임을 통해 게임을 즐기는 유저 자체는 늘었지만 온라인게임은 크게 위축되었다. 세계로 시선을 돌리면 전반적으로 게임시장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역시 모바일게임 시장이 가장 큰 폭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게임포커스가 뉴스를 전한 지난 5년은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게임업계의 중심축이 모바일게임으로 변해가는 시기였다. 그리고 전세계 게임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과연 모바일게임 다음에 게임산업을 지배할 컨텐츠를 무엇이 될까?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플랫폼은 '버츄얼 리얼리티'(Virtual Reality, 이하 VR)다. 오큘러스가 선도해 시장을 열었고 지금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밸브 등 세계의 공룡 게임사들이 앞다퉈 VR 기기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에서도 VR에 대한 관심은 날로 커지고 있어 넥슨, 엔씨소프트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물론 모바일게임사들도 VR 게이밍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모바일게임 전성시대를 넘어 다음 세대 게이밍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VR은 대체 무엇이며, 과연 VR이 게임의 미래가 될 수 있을지 짚어봤다.

[순서]
1. VR이란 무엇인가
2. 어떤 VR기기들이 개발되고 있나
3. VR의 미래, 18금 게임 체험해 보니...

일본의 유명 개발자 호리이 유지가 플레이스테이션VR로 '섬머레슨'을 시연하고 있다

모바일게임 전성시대를 넘어 다음 세대 게이밍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VR 게이밍을 선점하기 위해 세계 게임사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연속기사 마지막 시간에서는 VR 기기들이 본격 출시될 2016년을 앞두고 준비중인 게임 중 주목할만한 것들을 살펴보고, 일본의 오큘러스 리프트 대응 18금 게임 '커스텀 메이드 3D 2'를 직접 시연해 본 감상을 정리해 봤다.

VR 게이밍 초기 AAA 타이틀을 목표로, RIGS와 플레이스테이션 VR
VR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들이 직면하는 문제 중 하나는 '게임과 현실감의 괴리'를 어떻게 풀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섬머레슨'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의 하라다 카츠히로는 "가상세계에 들어와 있는데 눈 앞에 '선택지', 'UI' 등이 보인다면 현실감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다 보니 현재 개발중인 초기 VR 게임들은 복잡한 UI가 필요없는 게임이 아니면 사람이 직접 움직이기보다는 가상세계에서 뭔가 '탈것'을 타고 움직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경우가 많다.

초기 VR 게이밍에서 가장 큰 움직임을 보일 VR 기기는 플레이스테이션 VR이다. 오큘러스 등 경쟁 기기들이 AAA급 타이틀의 등장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에 비해 플레이스테이션 VR에서는 SCE가 직접 AAA 타이틀을 만들어 공급할 수 있기 때문.

SCE 개발부문 총책임자 요시다 슈헤이 WWS 대표

SCE 개발부문을 이끄는 요시다 슈헤이 월드와이드스튜디오 대표는 플레이스테이션 VR 초기 AAA 타이틀로 'RIGS'와 '플레이룸 VR'을 지목했다.  플레이룸 VR은 UI가 필요없는 형태의 게임이고, RIGS는 탈것을 타고 움직이는 게임이다.

플레이룸 VR은 플레이스테이션4 발매 시 기본탑재 게임으로 들어갔던 '플레이룸'의 연장선상으로 이해하면 된다. 다양한 '파티게임'들을 구비해 VR 게이밍이 어떤 느낌인지를 보여준다. 플레이스테이션 VR을 장착한 사람이 술래가 되고 친구들이 도망다니는 술래잡기 게임이나 역시 플레이스테이션 VR을 장착한 사람이 괴물이 되고 나머지 사람들이 괴물에 맞서는 사람들이 되는 게임 등 흥미로운 미니게임들을 준비중이다.

플레이룸보다 더 AAA 타이틀이라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게릴라 캠브리지에서 개발중인 로봇액션게임 RIGS다. RIGS는 멀미 때문에 빠른 속도의 액션게임은 VR게임에서 구현하기 쉽지 않다던 선입견을 깨주는 '제대로 만든' 액션게임이다. 트레일러를 보면 RIGS가 어떤 게임인지 쉽게 감이 올 것이다.

물론, SCE가 준비중인 VR 게임은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도 위 두 게임은 더 주목해서 지켜봐야 할 게임들이다.

VR 게이밍에 적합한 장르는 무엇? EVE: Valkyrie, 키친, 섬머레슨
VR 게이밍에 가장 적합한 장르는 무엇일까? 초창기엔 FPS 게임이 주목받았고 어느정도 VR 기기가 보급된 후에는 대부분 장르에서 VR을 시험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다양한 장르를 경험해 본 기자는 VR은 역시 '호러'와 '모에'가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VR 슈팅게임 중 눈에 띄는 타이틀로는 EVE: Valkyrie가 있다. 오큘러스 대응게임으로 2015년 초 알파 버전이 공개된 바 있는 이 게임은 VR에선 역시 슈팅게임이 딱 맞는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멋진 타이틀이다. SCE에서 오큘러스 대응을 발표한 게임사들에게 플레이스테이션 VR 버전도 만들어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만큼 플레이스테이션 VR 대응 버전도 나오길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호러 장르는 현재로서 VR에서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장르로 보인다. 지스타 2015에도 시연버전이 전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키친'을 경험해 본다면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눈을 감는 것 외에는 도망갈 길이 없는 VR 가상세계 안에서 겪는 공포체험은 그 동안 '호러 게임'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무섭지 않다'는 부분을 완전히 해소해 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호러 장르는 VR에서 전성기를 맞이할 것이 확실하다. 다만 너무 리얼하게 무서운 만큼 호러 장르에 약한 사람은 손도 못 대는 장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업계의 유일한 걱정거리다.

모에라고 표현한 연애, 미소녀게임 장르는 VR에서 신기원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기술데모로 시작한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의 '섬머레슨'이 좋은 예다.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는 섬머레슨을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가 정식 게임으로 과연 개발할지는 지켜봐야 할 듯 싶다.

18금 게임 커스텀 메이드 3D 2, 직접 체험해 보니...
아직 대형 게임사에서 본격적으로 VR 게임을 개발해 선보인 경우는 없다. 섬머레슨의 하라다 카츠히로 프로듀서는 2017년 정도부터 대작 게임들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는데, 2016년에 상용화될 플레이스테이션 VR과 오큘러스 리프트가 어떤 성적을 내는지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오큘러스 대응 게임들은 18금 PC게임들이다. 그 중에서도 발빠르게 오큘러스에 대응해 빠르게 패치를 내고 있는 '커스텀 메이드 3D 2'가 가장 눈에 띈다.


커스텀 메이드 3D 2는 일본의 게임사 워크맨의 성인게임 브랜드인 Kiss에서 내놓은 18금 게임이다. 오래된 시리즈의 최신작으로 그냥 나왔구나~ 정도의 느낌이었던 이 작품은 오큘러스에 대응해 놀라운 VR 퀄리티를 보여주며 세계 게임 개발자,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오큘러스 리프트에 대응한다고 해도 그리 대단한 걸 보여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지만 VR에 관심이 많은 게임개발자의 도움을 받아 실제 커스텀 메이드 3D 2를 체험해본 결과 선입견은 선입견에 불과했음을 알게 됐다.


시점을 옮기기가 조금 불편하지만 힘들게 시점을 바닥으로 내리면 치마 속도 볼 수 있었다.(어디까지나 구현되어있나 확인하기 위한 행동이었음을 밝혀둔다.) 게임 화면에서 눈에 보이는 그 세계가 그대로 주변에 펼쳐졌고 캐릭터가 완벽한 입체감을 가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일상 대화파트, 함께 술을 마시는 부분, 사랑을 나누는 부분까지 VR 구현, 입체감 구현이 놀라운 수준이었다. 모에풍으로 묘사된 캐릭터가 입체감을 갖게되면 어색하고 이상한 느낌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모에풍 캐릭터가 입체감을 가지니 그 파괴력이 100배로 뛰었다. 캐릭터의 시선이 플레이어와 맞춰지는 부분에선 꽤 놀라고 말았다.

흔히 현실에서 눈 크고 입이 작은 모에풍 캐릭터가 있으면 외계인같이 보일 거라는 이야기들을 하지만 사람이 아닌 모에풍 캐릭터가 등신대 그대로 현실에 튀어나오면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부분은 플레이스테이션 VR의 하츠네미쿠 VR 시연에서도 확인한 부분이지만 멀리서 미쿠의 공연을 지켜보며 야광봉을 흔드는 하츠네미쿠 VR과 달리 커스텀 메이드 3D 2에서는 캐릭터를 근접 거리에서 보고 화면을 돌려볼 수 있어 모에 VR의 가능성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커스텀 메이드 3D 2를 체험한 지금, VR 게이밍의 최대 과제는 '촉감 구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촉감마저 구현되었을 때, 비로소 18금 에로게임이 꿈꾸던 이상향이 완성될 것 같다.

플레이스테이션 VR의 온가족의 VR게임부터 오큘러스 리프트를 대응한 18금 게임까지 다양한 VR게임을 시연해 본 후 VR게이밍은 먼 미래의 일도 아니고 우리가 적응하기 힘든 다른 차원의 것도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2016년 VR 기기와 게임들이 쏟아지면 게임은 또 한차례 진화하게 될 것이다.

가상세계에서 모험을 즐기고, 사랑을 나누고 싶은, 혹은 현실세계의 고통과 고민에서 벗어나 단순히 다른 세계로 도망치고 싶은 게이머들에게 이제 기다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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