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을 풀어 게임을 진행하는 수수께끼 풀이형 어드벤쳐/액션 게임은 그 역사가 오래된 만큼 신선한 게임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의 문법을 잘 활용해 적절히 풀어내기만 해도 좋은 게임이 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 재미있는 작품을 만나는 건 진짜 드문 일이다.
그런데 최근 EA에서 참신한 스타일에 적절한 난이도 구성, 거기에 좋은 스토리텔링까지 갖춘 멋진 횡스크롤 퍼즐게임을 내놨다. 스웨덴의 콜드우드 인터랙티브(Coldwood Interactive)가 개발한 '언래블'(Unravel)이 그 주인공이다.
EA가 어떻게 이런 보석같은 게임을 발견해 퍼블리싱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해지지만 그 부분은 일단 넘어가기로 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언래블은 정말 멋진 게임이었다.
먼저 스토리텔링 부분을 보면 대사와 문장 없이 비주얼과 상황만으로 이야기를 잘 전달하고 있는데, 털실로 이뤄진, 작지만 너그러운 마음을 지닌 '야니'(Yarny)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주먹만한 크기의 야니는 여러 곳을 탐험하며 잊혀진 앨범을 채워간다. 자연환경의 작은 변화도 야니에겐 큰 위협이 되며 야생동물들을 피해 재빨리 도망도 쳐야한다.
게임디자인 면에서 보면 털실을 사용해 다양한 상황에서 재미있는 퍼즐을 제공하고 있다. 퍼즐을 푸는 방법, 경로가 딱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흥미롭다.
퍼즐풀이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라면 조금 어렵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기자도 플레이 중에 도저히 진행이 안되어 두어군데 공략법을 찾아보고 플레이했으니, 막힌다면 해답을 살짝 참고해 플레이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닌텐도에서 역시 퍼즐풀이 어드벤처 게임을 쭉 만들어 온 아오누마 프로듀서는 "퍼즐이 풀리지 않으면 게임을 끄고 TV를 보거나 다른 일을 해 보라"고 조언한 바 있다. 그러던 와중에 '아, 혹시 그건가?'라고 생각나 시험해 보고 맞았을 때의 기쁨, 성취감을 즐기는 게 퍼즐게임의 진수라는 이야기다. 느긋하게 게임을 즐기고 싶은 게이머라면 아오누마 프로듀서의 조언을 따라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개발진에 따르면 언래블의 아름다운 배경은 실제 게임이 만들어진 스웨덴 북부의 대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모든 배경은 본래 자연의 일상적인 모습을 담고 있으며, 야니의 눈높이로 보이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유저들로 하여금 게임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자연환경은 단순히 게임의 배경이 될 뿐만 아니라, 유저들이 풀어가는 게임 속 이야기의 실마리나 힌트가 될 수도 있고 수집품이 숨어있을 수도 있으니 늘 배경을 유심히 보고 플레이해야 한다.
아름다운 배경과 더불어, 유저들은 배경 음악을 통해 게임 속의 감정과 생생한 스토리를 경험할 수 있다. 언래블의 스토리 중 몇 개의 단어들이 음악을 통해 흘러나오기 때문에 배경음악은 게임 속의 환경을 조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언래블의 사운드 트랙은 스웨덴의 민속음악과 전통악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 되었으며, 게임의 분위기를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다.
이런 부분은 작년 다운로드 전용 게임으로 나왔던, 이누이트 족의 문화와 전승을 게임으로 만든 '네버 얼론'을 연상시킨다. 네버 얼론도 좋은 게임이었지만 언래블은 그보다 좀 더 게임플레이에 공을 들였고 참신한 문법을 보여주는 게임이다. 그래픽 등 전반적인 면에서도 완성도가 뛰어나 속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야니와 언래블의 스토리는 누군가가 직접 이야기 해주는 것이 아닌, 유저 스스로 관찰하고 찾아나서야 하기에 더욱더 특별하다. 언래블은 신체적 정서적 연결에 관한 깊은 함축을 포함하고 있어 유저들은 개인적인 여정을 경험하고,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 또 언래블은 사랑과 깨진 유대관계를 고쳐나가는 이야기로, 크고 광활한 세계에서 살고 있는 작은 야니의 눈을 통해 더욱 선명해지는 의지와 용기와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트로피를 살펴보면, 퍼즐풀이 게임은 '해답'을 보고 플레이할 경우 누구나 클리어할 수 있어 트로피를 획득하기 쉬운 장르로 분류되곤 한다. 하지만 언래블은 그렇게 쉬운 게임은 아니었다. '한 번도 죽지 않고 클리어하기' 등 조작을 요하는 트로피가 있어 신중한 플레이, 때로는 반복 플레이가 필요해진다.
세계랭커들과 트로피 점수를 겨루고 있는 기자에겐 게임플레이의 효율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언래블은 시간을 잊고 진행에 몰두하게 만드는 그런 게임이었다. 기자와 같이 트로피를 달리는 유저라도 잠시 트로피를 잊고 잘 만든, 재미있는, 따뜻한 게임을 순수하게 즐겨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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