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모바일게임 '헌트쿡 ~ 사냥부터 조리까지! 야생요리 레스토랑~(이하 헌트쿡)'은 셀렉트버튼의 첫 작품인 '살아남아라! 개복치(원제: '살아남아라! 개복치! ~3억 마리의 친구들은 모두 사망~)'와 마찬가지로 게임의 콘셉트틀 설명하고 있는 친절한(?) 제목 덕에 게임을 플레이 하기 전부터 어떤 내용의 게임인지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
귀여운 '시바견(犬)'이 점장으로 있는 산 속의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일하게 된 주인공은 야생에서 맛있는 요리가 될 동물을 직접 사냥해서 해체해 조리, 판매까지 해야한다. 처음에는 꿩과 토끼처럼 익숙하고 작은 동물로 시작해서 멧돼지나 곰까지 각양각색의 포획 무기로 산과 들과 바다와 강의 야생 동물까지 사냥하는 본격적인 사냥꾼 요리사가 되는 것이다.
사실 게임에서 포획한 몬스터 혹은 동물의 고기로 요리를 하는 것은 여타 작품에서도 볼 수 있었던 요소다. '몬스터헌터' 시리즈나 마인크래프트, 다양한 MMORPG의 생활 콘텐츠, 근래에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 '던전밥(쿠이 료코 저, 소미미디어)'과 '산적 다이어리(오카모토 켄타로 저, 애니북스)'까지. 다만 '헌트쿡'은 직접 요리해 먹는 것이 아닌 레스토랑을 개업한 이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여타 경영 게임과 비교하는 것이 옳을 지도 모른다.
'사냥하고, 요리하고, 손님을 대접한다'라는 명확한 목적을 갖추고 있는 이 게임은 느긋하게 즐기는 유저들에게 특히 적합하다. 게임 내에서도 레스토랑에 찾아오는 손님들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다. 맛있는 진미를 먹을 수 있다면'이라는 언급을 하기도 한다. 시간에 쫓겨 손님을 놓치거나 평판이 떨어지는 마이너스적인 부분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혹여 요리나 사냥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고 느낀다면 시간을 단축해주는 아이템은 얼마든지 있다. '헌트쿡'에서는 SNS공유나 광고 시청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게임에서 보기 드문 BM 구조다.
픽셀아트, 향수를 부르는 칩튠 BGM, 어딘가 엉성한 로컬라이징, 그 존재만으로 붐을 일으켰던 '개복치'와 달리 '헌트쿡'은 꽤나 매끄러운 모양새를 지니고 있다.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포근한 색채, 경쾌한 음악들도 이 게임의 매력을 충분히 뒷받침해주지만 '개복치'에서 보았던 컬트적인 취향도 결코 죽지 않았다.
말하는 '시바견' 점장과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주인공 캐릭터의 조합, 레스토랑에 찾아오는 각양각색의 손님들의 주문은 웃음을 자아낸다. 귀여운 그림체 그대로 그려낸 동물의 사체와 상세한 해체 과정 역시 제법 진지하면서도 생생한 기운을 전달한다. '으악 징그러'라고 외치기에는 어딘가 부족하지만 디테일이 살아있는 음식 이미지만큼이나 정교한 중간 해체도도 과하게 그로테스크하지는 않다.
'헌트쿡'은 SNS상에 공유하는 것이 쉽고 익숙한 게임 특성상 금세 입소문을 탔다. 단순히 플레이 스크린샷을 공유하는 것만이 아닌, 먹음직스럽게 그려진 요리가 확대된 이미지, 신규 레시피의 조리 과정을 담은 영상이 업로드되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끌고 별다른 홍보 없이도 게임은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덕분에 유저들끼리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쉬워졌다. SNS를 통해 친구를 구하고, 자신이 발견한 게임의 숨겨진 요소에 대해 이야기하고 '헌터시험'의 족보를 공유하거나 팬아트를 업로드한다. 사냥 실패시 밸런스를 고려해 유저에게 보상을 주는 존재인 NPC '야채할배'가 유저들 사이의 '밈(Meme)'을 형성한 것도 재밌는 요소다. 나타날 때마다 유저들의 원성을 사는 '야채 할배'는 확산성 밀리언 아서의 멀린(소위 '님카멀') 이후 가장 미움을 받고 있는 노인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최근 셀렉트 버튼은 '야채할배'의 넘쳐나는 야채 사랑을 부담스러워 하는 유저들을 위해 '야채 꼬마'를 추가하기도 했다.
또 점장님의 말투 그대로 유저의 문의를 접수받는 헌트쿡 공식 트위터 계정(@HuntCookApp)과 재빠른 피드백으로 곤란을 겪는 이들을 구제해주는 현지화 담당 개발자(@DolharubangKing)의 적극적인 소통도 호평받고 있다.
'헌트쿡'의 일본 원제를 살펴보면 '지비에'라고 쓰여 있다. 프랑스어로 '야생 요리'를 뜻하는데, 제철에 잡은 야생 동물로 요리한 음식들을 특별히 일컫는다. 프렌치 레스토랑이 대중적이지 않은 국내에서 '지비에'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야생 요리'로 풀어쓴 것으로 보인다. 일본보다 국내에서 더욱 큰 돌풍을 일으킨 '살아남아라! 개복치!'로 개복치에 대한 잘못된 오해가 퍼진 것처럼 '헌트쿡'으로 국내에도 '야생요리' 유행이 퍼지지 않을까? 생소하기만 한 까마귀, 오소리, 사슴, 도요새 요리를 보고 매일 입맛을 다시는 유저들이 한 둘이 아닐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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