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을 뽑는 4.13 총선이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122석에 그친 새누리당은 123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에 의석 수에서 밀렸으며 탈당파 무소속 당선자들을 합쳐도 과반에 턱없이 모자란 성적을 거뒀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게임산업 탄압, 게임업계 발목잡기에 열을 올렸던 의원들 중 상당수가 20대 국회의원 명단에서 빠지게 되어 19대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신의진법', '손인춘법' 등 게임악법들의 재추진 동력이 사라진 점은 게임업계에 고무적인 일.
게임포커스는 20대 총선 당선자가 모두 정해진 이 시점에서 19대 국회에서 게임산업 탄압, 혹은 진흥을 위해 움직였던 의원들이 어떤 결과를 맞이했는지 살펴봤다.
이번 선거는 야당의 압승으로 끝났기 때문에 게임법 혹은 게임업계와 관련한 야당의 정치인들 대부분이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경기도 광명시갑 지역에서 새누리당 정은숙 후보와 경합을 벌인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공중파 3사가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에서부터 상대인 새누리당 정은숙 의원과의 격차를 40.3%, 32.9%(20시 기준)로 크게 따돌리며 최종득표율 39.4%로 당선을 확정지었다.
백 의원은 지난 2013년,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4대 중독법 프레임과 움직임을 함께하고 의도적으로 선정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게임사와 관계없는 2차 창작물까지 꺼내들며 네티즌과 게임업계 관계자들에게 반감을 샀던 인물. 국정감사 이후 ‘에로L 의원’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대표적인 반게임 인물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해명자료를 통해 “신의진 의원의 중독법에 대해서는 ‘중독자에 대하여 국가가 보호/재활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일부 공감하지만 물질 중독과 행위 중독은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찬성하지 않는다”며 과몰입과 중독법에 대한 자신의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백재현 의원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공약을 공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소득법 개정, 조세특례제한법 등을 개정해 전역 장병에게 200만 원 규모의 사회복귀금을 지원, 저소득층 구직 청년에게 월 60만 원 정도의 금액을 6개월 동안 지원하는 취업활동 지원금, 10대의 목소리를 더 크게 전달하기 위한 선거권 연령 인하(18세), 청년고용의무제 강화, 채용공정화법 개정, 대학의 대학입학금에 대한 자의적 책정을 불가능하게 하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 등 6개다.
광주 동남을 지역에 출마한 국민의당 박주선 의원 역시 공중파 3사가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병훈 후보와의 격차를 58.2%, 36.3%(20시 기준)로 일찌감치 크게 벌리며 최종 득표율 54.5%로 당선을 확정지었다.
박 의원은 그간 게임의 등급분류제도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오고 게임 관련 토론회에도 참여하는 등 일찍이 게임 산업에 다양한 관심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하지만 지난 2014년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이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는 게임의 등급 분류를 받으면서 국내에서는 등급 분류를 받지 않고 서비스한다는 점을 지적했고 여기서 유통사와 개발사의 등급분류문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스팀에 대한 강경한 문제제기로 ‘스팀저격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일부 논란이 있기 했지만 박 의원은 전병헌 의원과 함께 ‘게임물 등급분류 제도개선 토론회’를 통해 구시대적인 규제로 문제를 겪고 있는 게임 산업의 어려움을 지적하기도 했으며 여기서 얻게 된 내용을 바탕으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20대 총선을 앞두고 박 의원은 청년들의 실업 문제와 신용불량자, 이른바 ‘청년실신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8대 핵심 공약을 냈다. 공약 발표와 함께 박 의원은 “경제 정책에 있어 중요한 것은 성장률과 수출액 목표가 아닌 일자리, 그것도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혀 네티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대 총선 최고 격전지 중 하나인 경기 수원무 지역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공중파 3사가 실시간 출구조사 결과에서 새누리당 정미경 후보를 상대로 46.3% 41.4%(20시 기준)로 접전을 이어 나간 끝에 최종득표율 51.5%로 당선이 확정됐다.
게임업계의 대표적인 규제법안인 셧다운제에 찬성하며 이름을 알린 김 의원은 게임업계의 냉담한 반응 속에서도 지난해 경기도 도지사로 출마하면서 가장 먼저 판교 게임사에 방문할 정도로 친 게임 국회의원의 이미지를 쌓이 위해 노력한 정치인이다.
특히 청소년 보호법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두 건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이름을 올리며 청소년 보호법상의 청소년과 게임진흥법에서 말하는 청소년의 애매모호한 경계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김 의원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주거 안정 공약, 양질의 기업을 키울 수 있는 스타트업 활성화 공약, 일자리 창출 공약, 신혼 부부 및 맞벌이 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핵심 공약 등을 공개했다.
게임업계 출신 인사로서는 최초로 20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20여년이 넘도록 여당의 텃밭이라고 평가 받던 분당갑 지역에 출마해 당선 여부가 확실치 않았던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후보 역시 최종득표율 47.0%로 20대 총선의 주인공이 됐다.
김 후보는 지난 2000년 벤처기업 '솔루션홀딩스'를 NHN에 매각한 이후 2005년 NHN게임스의 대표를 역임하다 2010년 웹젠과의 합병 후 2012년부터 웹젠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대표적인 게임계 출신 인사다. 야당의 험지라고 평가 받던 분당갑 지역에서의 전략공천 끝에 이루어낸 당선 소식은 게임 업계 분 아니라 정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김 후보는 총선 전 핵심 공약으로 IT산업의 진흥과 올바른 규제의 확립을 이야기 했다.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혼란의 여지가 있는 일부 진흥 정책과 규제가 되지 않아도 되는 게임에 대한 규제법안을 살펴 산업 종사자들이 피부로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IT업계와 게임 산업 전반의 문제, 그리고 이와 맞물려 있는 비정규직 문제나 대표이사 연대보증과 같은 기업의 핵심 문제들을 당론으로 격상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김 후보의 당선으로 게임 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판교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판교 실리콘밸리를 대한민국 최고의 실리콘밸리 단지로 육성시키겠다는 김 후보의 공약이 최근 인공지능 열풍으로 관심이 높아진 첨단 산업 육성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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