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로제와 황혼의 고성', 잔혹하며 아름다운 스토리와 뛰어난 게임디자인의 결합

등록일 2016년07월11일 15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처음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가 니폰이치소프트의 '로제와 황혼의 고성' 한국어판을 낸다는 발표를 들었을 때, 기대보다 불안이 컸던 게 사실이다.

니폰이치의 신예 후루야 마사유키 디렉터가 2014년에 선보인 'htoL#NiQ-호타루 일기'가 흥미로운 게임디자인을 보여주긴 했지만 난이도, 전체적인 밸런스 등에서 썩 좋은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기 때문이다. 후루야 디렉터의 속편 로제와 황혼의 고성도 역시 2D 퍼즐 어드벤처 장르라는 점에서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심을 거둘 수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직접 플레이해본 결과 로제와 황혼의 고성은 니폰이치의 젊은 개발자들이 경험을 쌓아 절제되고 완성도 높은 게임디자인을 보여줬고, 니폰이치 특유의 다크 판타지가 게임디자인과 잘 결합된 멋진 게임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후루야 디렉터의 전작 호타루 일기는 니폰이치가 매년 진행하는 '기획제'에서 선발되어 실제 게임 제작으로 이어진 케이스다. 기획제란 직군, 직책을 가리지 않고 직원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사내 기획대회로 매년 최소 한 타이틀 이상은 무조건 실제 제작, 출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기획제를 통과해 제작된 호타루 일기는 2D 퍼즐 어드벤쳐 게임으로 나와 색다른 게임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렇게 깊은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그리고 속편 로제와 황혼의 고성이 발표되었지만 RPG, 대작, 시리즈물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내 PS Vita 시장에서 이 게임에 관심을 보이는 서드파티 퍼블리셔는 없었다. 그러자 SIEK가 직접 나섰다.


최근 니폰이치 타이틀을 거의 내지 않던 SIEK가 굳이 이 작품을 들여온 것은 게임에서 뭔가 빛나는 부분을 발견했다는 의미일 것이라는 생각에 빠르게 플레이해봤고 확실히 좋은 게임이라는 걸 확인했다.

게임 속에서 주인공 '로제'가 눈을 뜬 곳은 색깔도 시간도 잃어버린 폐허가 되어버린 고성이다. 기분 나쁜 정적에 둘러싸인 '황혼의 고성'에 혼자 남겨진 소녀는 수수께끼의 고성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황혼의 고성에서는 대부분의 물체의 시간이 멈춰있지만, 한 가지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피의 힘'을 품은 것(빨간 것). 플레이어는 로제가 가지고 있는 피의 힘을 다른 물건에 적용해 물건의 시간을 조종하며 고성을 탐색하게 된다. 또 탐색을 하면서 로제는 커다란 '거인'과 조우하게 되는데 거인은 튼튼한 몸에서 나오는 괴력으로 연약한 로제를 도와주는 파트너이다. 그의 힘은 고성 탐색에서 매우 든든한 존재가 된다.


전혀 다른 퍼즐 매커니즘을 가진 두 캐릭터를 번갈아 조작해 퍼즐을 풀고 스테이지를 클리어해 나가는 것이 로제와 황혼의 고성의 기본 진행방법이다. 진행 중 서로 떨어져 한 캐릭터만 조작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코스에서 둘을 함께 조작하게 된다.

잘 다듬어진 퍼즐 매커니즘은 로제와 황혼의 고성의 최대 장점이다. 일본 전국에서 '도트를 찍고싶은 사람', '2D 캐릭터 게임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 모여든다는 니폰이치의 젊은 개발자들이 우리도 고전 퍼즐 명작들과 같은 걸 만들 수 있다는 열정을 담아 만든 로제와 황혼의 고성의 퍼즐은 직관적이면서 때로는 머리를 써야 하고, 조작이 필요한 구간도 있다.


이 게임의 구매를 고민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고어한 표현이 나온다'는 점을 고민의 이유로 든다. 확실히 '잔혹동화'라 부르기에 충분할만큼 로제는 고통을 받고 죽음을 반복한다. 하지만 저주에 빠진 로제를 돕는 것이 플레이어의 역할이라는 점에서 게임의 동기부여 요인으로 작용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화면 상에서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은 그리 심하지 않다.

기자처럼 호러무비에서 괴물이 튀어나와 사람들을 잔혹하게 죽이는 장면보다 무서운 상황설정, 분위기를 더 참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고통받을 부분이긴 하지만, 끝까지 플레이한 입장에서 그런 묘사는 이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고 감동을 키우는 역할도 하고 있다는 걸 밝혀두고 싶다.


마지막으로 트로피 면에서는 호타루 일기보다 훨씬 난이도가 낮아졌다. 니폰이치 게임 중 텍스트 어드벤쳐를 제외하면 가장 쉬운 편에 속하지 않을까.

쭉 플레이해서 클리어하고 수집, 숨은 요소는 나중에 스테이지 선택으로 클리어할 수 있다. 넉넉하게 잡아도 플래티넘 트로피 획득에 20시간은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한글판의 경우 플래티넘 트로피 획득률이 일본어판에 비해 낮은 편인데, 시간이 지나며 일본어판 수준이나 그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라 예상한다.

'요즘은 PS Vita로 할 게임이 없다'거나, '퍼즐 어드벤쳐가 하고 싶다'는 게이머, 혹은 '스토리가 있는, 난이도가 좀 있는 게임'을 하고싶다는 게이머에게 추천하고 싶다.

기자는 지난 4월 일본 기후의 니폰이치 본사를 방문해 '디스가이아', '마녀와 백기병'의 PD를 직접 맡은 니이카와 대표를 비롯해 '요마와리', '크리미널 걸즈' 등의 개발자를 만난 바 있다. 당시 후루야 디렉터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는데, 다음에 다시 니폰이치를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꼭 만나 그의 개발철학, 로제와 황혼의 고성을 만든 이야기, 다음 작품에 대해 직접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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