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에 부는 '배틀로얄' 열풍, 최단기간 100만 장 판매
사람들은 이름 모를 섬에 떨궈진다. 100명의 사람들은 무기와 각종 생존도구를 활용해 서로를 죽이고 최후의 생존자가 되어야 한다. 소설이나 영화의 도입부가 아니다. '테라'를 개발한 것으로 유명한 '블루홀'의 신작 '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의 게임 룰이다.
'배틀그라운드'는 일본의 타카미 코슌이 쓴 소설 원작의 일본 영화 '배틀로얄'의 줄거리와 매우 유사한 플레이 방식을 가진 온라인 슈팅게임이다. 섬이라는 넓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무기와 아이템을 모으고, 이를 활용해 최후의 1인이 되는 것이 목표다. 흔히 타카미 코슌의 원작 소설명을 따와 '배틀로얄'이라는 장르로 불린다.
사실 'H1Z1: King of the Kill'과 'DayZ' 등 이러한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들은 이전에도 다수 있었고, 새로운 장르의 창시와 나쁘지 않은 판매량 등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최적화 문제와 게임 내에 만연한 버그, 느린 업데이트 등 수많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유저들이 지쳐갈 때쯤 혜성처럼 등장한 '배틀그라운드'는 출시 3일만에 40만 장 이상 판매되며 1,100만 달러(3월 27일 기준 한화 약 123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또한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스팀' 얼리억세스 게임 중 최단기간 100만장 판매 기록을 갈아치우는가 하면 '도타2'와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GTA5' 등 기라성 같은 해외 게임들과 동시 접속자수로 어깨를 나란히 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모든 것이 익숙한 '배틀로얄' 장르
사실 게임 내적인 부분은 다른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과 매우 유사하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특정 지역에 낙하한 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후의 생존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자동차와 보트 등 각종 탈것은 물론, 소총과 샷건, 낫과 마체테 등 다양한 무기도 사방에 널려있다. 장르 자체가 신선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이미 각종 '배틀로얄' 장르를 표방하는 게임들이 출시됐고, 많은 유저들이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르가 갖는 특유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린 직후부터 펼쳐지는 플레이어들과의 심리싸움은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섬에 내려와 빠르게 무기와 필수 아이템들을 확보해야 유리하기 때문에 초반부터 치열한 싸움이 펼쳐진다. 물론 섬의 외곽에 떨어져 느긋하게 아이템을 모을 수도 있으니 선택은 플레이어의 몫이다.
다수의 플레이어가 섬 전역에 넓게 퍼져있는 게임 초중반에도 그렇지만, 극소수의 인원이 살아남아 가시거리 내에서 지형지물을 두고 심리싸움을 펼치게 되면 그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 이러한 긴장감이야 말로 '배틀그라운드'가 가진 정체성이자 재미다.
아이템을 어느 정도 갖췄다고 해도, 언제 어디서 적이 등장할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일부러 고급 아이템을 떨어트려놓고 다른 플레이어를 낚거나, 조용히 집 안에 숨어 '캠핑'(숨어서 적을 기다리는 것)을 하는 플레이어도 부지기수다. 엄폐물이 없는 지역을 이동할 때 사방팔방을 살피지 않으면 열심히 모은 아이템이 물거품으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죽고 난 후 '티배깅(teabagging)'을 당하는 것은 덤이다.
또 이미 'H1Z1'에 존재하는 시스템이긴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안전지역이 차츰 사라지는 시스템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끊임없이 이동하게 유도하고, 한 곳에 모여 말 그대로 '배틀로얄'을 벌이게끔 만든다. 또, 공중보급이나 폭격 등 게임이 늘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각종 시스템도 마련되어 있어 단순히 플레이어와 마주치지 않는다고 해서 방심해선 안 된다.
'배틀그라운드'만의 차별화, 성공을 가져오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배틀그라운드'는 기존의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과 크게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배틀그라운드'는 '배틀로얄' 장르의 핵심이자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쪼이는 맛'은 해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총기 및 총기 부착물로 차별화를 꾀했다.
기관단총부터 산탄총, 권총, 돌격소총 등 다양한 총기를 입맛에 맞게 골라 쓸 수 있고, 여기에 탄창과 소음기, 손잡이와 개머리판 등의 부착물을 달아 개성을 살릴 수도 있다. 'H1Z1'과 '배틀그라운드'의 총기 수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총기 부착물은 매우 매력적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순위와 랭킹 시스템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끊임없이 도전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다른 플레이어 한 명만 죽여도 '이번 판은 성공이군'이라고 생각하지만, 몇 번 상위권의 맛을 보게 되면 어느 순간 1위를 목표로 게임을 플레이 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2등은 기억되지 않은채 오로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게임이 바로 '배틀그라운드'다. 어떻게 보면 야박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바로 '배틀그라운드'의 정체성이다. 극초반 만난 상대와 맨손격투를 하다가 허무하게 죽어도 계속해서 비행기에 탑승하는 이유는, 결국 고난과 역경 그리고 긴장과 스릴을 뛰어넘고 마침내 1위를 기록했을 때 오는 희열 때문이 아닐까.
'배틀로얄' 장르의 창시자인 브랜든 그린이 개발에 참여했다거나, '언리얼엔진 4'를 사용해 다른 '배틀로얄' 게임보다 그래픽이 더 뛰어나다고 해서 '배틀그라운드'를 '배틀로얄' 장르 게임의 완성판이라고 수식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완성을 위해 나아가고 있는 게임이라고 표현하면 적절할 것 같다.
아직 미흡한 최적화 문제와 가격에 비해 빈약한 콘텐츠가 발목을 잡고 있긴 하지만, 아직 정식 출시까지는 시간이 남았다. 그 동안 치명적인 여러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H1Z1'의 자리를 밀어내고 '배틀로얄' 장르 게임의 대표주자가 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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