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눈뜨고 볼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한국을 대표할만한 게임기업인 CJ E&M 넷마블(이하 넷마블)과 넥슨(게임하이) 양사가 국내 1위 FPS게임인 서든어택을 두고 벌이고 있는 진흙탕 싸움이 동네 양아치들보다 더 치사하고 조폭들 패싸움 보다 더 악질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유저들을 위해서라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있지만 실제 이들이 지독하게 벌이고 있는 싸움에 서든어택 유저들의 권리는 관심 밖으로 밀려난 듯 하다.
업계 관례를 깨고 이례적으로 협상조건을 공개한 넷마블
이 지루하고 지저분한 사건의 발단은 넷마블이었다.
넷마블은 지난 5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돌연 게임하이와의 서든어택 퍼블리싱 재계약 협상 내용을 공개했다. 넷마블의 이런 행동은 협상도중 협상조건과 진행상황 등 계약과 관련한 내용을 일체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업계관례를 깬 것이라 매우 뜻밖의 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넷마블의 의도는 명확했다. 서든어택의 퍼블리싱 재계약이 불발될 확률이 높아지자 업계 최고 수준인 협상 조건을 공개하며, 게임하이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배수의 진을 친 것이었다.
5년간 계약에 150억원의 계약금, 수익배분 3:7(개발사) 이라는 업계 최고 대우 수준의 파격적인 조건을 게임하이측에 제시했다는 넷마블의 협상내용이 공개되자 여론은 순식간에 이러한 파격적인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은 게임하이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그러자 게임하이는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자신들은 재계약 협상에 매우 충실하게 임하고 있으며, '150억원 및 3:7 배분' 등은 자신들이 지난해 넷마블측에 제안한 것으로 오히려 이 조건을 거절한 것은 넷마블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넷마블은 게임하이의 계약조건이 퍼블리싱이 아닌 채널링 계약이었고, 수익배분도 7:3부터 9:1까지 슬라이딩 방식으로 되어있어서 수익의 최대 90%까지 게임하이가 가져가는 말도 안되는 조건이었다며 게임하이가 상황이 불리해지자 언론과 유저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그리고 이후의 진흙탕 싸움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계약을 둘러싼 양사의 진실공방과 게임하이의 불법 인식표 패치 및 서든어택의 운영권 박탈 논란, 그리고 유저 DB 문제 등 주제를 옮겨가며 끊임없이 계속됐다. 이 와중에 이번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인 남궁훈 CJ E&M 넷마블 대표가 사임하는 불행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든어택의 재계약 의지가 처음부터 없었던 넥슨
사실, 서든어택을 둘러싼 양사의 이번 분쟁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서든어택을 퍼블리싱하는 넷마블이 지난 해 게임하이를 인수하려다 실패하고 오히려 넥슨이 게임하이를 인수하면서 넥슨을 통한 서든어택의 퍼블리싱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넥슨포털이라는 훌륭한 온라인게임 플랫폼을 갖고 있는 넥슨이 엄청난 돈을 들여 인수한 자회사의 인기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굳이 남의 손에 맡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넥슨의 서든어택 직접 서비스 징후는 다양한 곳에서 매우 여러번 감지됐다. 그리고 올해 초 넥슨이 서든어택의 중국서비스 재진출을 발표하면서 넥슨을 통한 서든어택의 국내 서비스는 기정사실화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넷마블도 당연히 이를 모를리 없었지만 지난 7년간 서비스를 해오며 넷마블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서든어택을 그냥 넥슨에 넘겨주기에는 너무 아까웠던 것이다.
게임포커스의 취재에 따르면, 이미 사건 발생 이전부터 넥슨은 넷마블에 지속적으로 서든어택 재계약에 뜻이 없음을 밝혀왔고 그렇기 때문에 넷마블로서는 더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넥슨의 의지는 단호했고 결국 넷마블은 협상조건 공개라는 강수를 두게 된다.
사실 신사들의 점잖은 품격있는 다툼도 어느 한쪽이 욕을 하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동네 양아치 싸움이 되고 만다. 하물며 매출 500억원의 대박상품을 놓고 벌이는 다툼이 오죽했겠는가.
넷마블은 넥슨의 의지를 알면서도 자사의 이익때문에 어떤 방법을 쓰든 계약을 이어가려고 했다. 넷마블은 FPS 전문 퍼블리셔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그것은 서든어택의 성공때문이었지 서든어택을 제외하면 내로라 할만한 FPS게임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든어택의 뒤를 이을만한 후속작을 준비하기 까지 어떻게든 서든어택을 붙잡고 있어야 했던 것이다. 게임하이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도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치사하기는 넥슨도 마찬가지였다. 처음부터 넷마블과 재계약 의지가 없었음이 자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과 유저들의 비난이 두려워 충실하게 협상에 임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진심을 포장하고 숨겼왔기 때문이다. 사실 넥슨으로서도 넷마블측에 얻어낼 것이 있었다. 그것은 현재도 논란이 되고 있는 유저 DB. 넷마블과의 계약을 위반하면서까지 유저DB 수집을 위한 인식표 패치를 기습 업데이트 한 것도 직접 서비스에 대한 의지가 있지 않고서는 불필요한 행위였다.
지난 7년간의 유저DB가 없는 상태에서 만약 서든어택의 서비스를 새로 시작해야 한다면 서든어택의 성공을 보장받지 못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넥슨도 유저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싸움을 진행하려 했던 것이다.
양사 모두 유저를 위한다는 명분만 내세워
이후에도 양사는 유저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주장만 되풀이하며, 현재까지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넷마블은 이미 게임하이와 넥슨이 퍼블리싱 계약을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공동 퍼블리싱' 등을 제안하며 지속적으로 매달리고 있고, 넥슨은 넥슨대로 퍼블리싱 계약을 완료했으면 넷마블과 진정성있게 유저DB 이전에 대해 협상을 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려 한다.
사실, 유저DB 문제를 제외하면 이 분쟁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서든어택의 넷마블 종료시점은 점점 다가오고 있고 이미 넷마블도 서비스 종료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싸웠지만 결국 양쪽 모두에게 남은것은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뿐이다.
7년전만해도 이름없던 무명 개발사의 보잘것 없던 FPS '서든어택'을 이렇게 키워낸것은 누가 뭐래도 5할 이상은 넷마블의 힘이다.
지난 7년간 서든어택을 키워온 넷마블의 공은 무시한채 넷마블을 비난하는 것은 같은 게임기업이며, 국내 최고 매출을 올리는 대표적 게임기업인 넥슨이 할일은 절대 아니다. 더군다나 7년간 함께 걸어온 파트너를 대하는 태도로서는 더더욱 아니다. 더군다나 퍼블리셔가 가진 회원 DB의 소중함을 넥슨이 모르는것도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유저들을 볼모로 무작정 넷마블에 양보만 요구해서는 안된다.
넷마블도 마찬가지다. 넥슨과 게임하이에 서운하고 나쁜 감정이 있더라도 진정으로 지난 7년간 서든어택을 통해 넷마블을 이렇게 키워 준 유저들에게 보답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유저들이 넥슨에서도 아무런 불편없이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 서든어택을 키운것은 5할 이상이 넷마블이지만 넷마블을 이렇게 키워준것은 서든어택 유저들의 힘이었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양사는 현재도 매우 더티한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양사가 그들의 말처럼 진정 유저들을 위해서 협상을 진행하려 했다면 처음부터 의사 표시를 확실하게 하고 서로가 원하는 것을 요구했어야 옳다.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이제 그만 진흙탕 싸움은 그만하고 신사답게 테이블 위에서 협상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두 기업은 언론에 자신들만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고 주장하며, 상대방을 비난하고 있다. 자신들만이 유저들을 위하는 진정한 '선'(善)이라는 것이다. 지나가던 개가 비웃을 일이다.
어제와 오늘도 양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유저 DB에 대한 공방을 이어갔고 여전히 유저들을 위해서라고 자신들의 싸움을 변명했다. 과연 양사는 진짜 서든어택 유저들을 위하고 있는 것일까? 그에 대한 판단은 유저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