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기로에서 무모한 도전임을 알면서도 이상을 따르거나 아니면 높은 이상의 장벽에 막혀 현실과 타협하고는 한다. 그리고 그 때 마다 그 선택에 만족하기도 하고 불만족스러워 하면서 인생을 살아간다. 물론 그 선택에 대해 그 누구도 무조건 옳다, 그르다라는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만약 당신이 길거리의 가난하고 배고픈 화가라면 당신은 당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만 그리는 이상적인 삶을 살 것인가?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내가 원하는 주제가 아닌 구매자들이 원하는 주제와 좋아하지 않은 색으로 그림을 그리고 생활비가 다급해 미완성된 그림을 판매하는 현실에 타협한 삶을 선택할 것인가?
선뜻 대답하지 못할 질문이겠지만 이런 질문을 대놓고 직설적으로 하는 게임이 등장했다. 바로 'Passpartout: The Starving Artist(이하 패스파투)'이다.
패스파투는 유저가 직접 프랑스 길거리의 화가가 돼 다양한 고객들에게 자신이 마우스를 이용해 직접 그린 그림을 판매하는 게임으로 처음에 유저는 허름한 뒷골목 차고지에서 시작해 점차 좋은 판매처로 옮겨가면서 다양한 취향을 가진 고객들을 만나게 된다. 유저가 마우스로 직접 그린 그림을 판매하는 만큼 각 고객들의 취향을 파악하고 색에 대한 센스가 중요하다.
기자는 예술의 세계에서 현실과 타협한 화가가 될지 이상을 쫓는 화가가 될지 도전해보기로 했다.
나도 곰손인데 도구도 불편하네
패스파투의 그리기 도구는 브러쉬를 시작으로 게임이 진행될수록 하나씩 공개된다. 브러쉬의 모양은 동그라미로 고정됐지만 크러쉬의 크기를 자유롭게 늘이거나 줄일 수 있어 이를 조절해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다만 마우스의 특성 상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브러쉬가 삐져 나가거나 원치 않는 곳이 클릭돼 점이 찍히는 등의 문제가 생겨도 지우개가 없어 그림 자체를 폐기하거나 다른 이미지로 덮어서 가리는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이후 레벨이 올라가면 스프레드와 펜 툴 등 다양한 툴이 공개되는 만큼 이 툴들에 익숙해지면 다양한 스타일의 고퀄리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섬세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펜 툴이 나오고 나서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편해져 그림의 퀄리티도 초반보다 크게 나아지게 되지만 게임 초반에는 섬세하게 그림을 그릴 수 없는 브러쉬로만 그림을 그려야 하므로 어려운 그림은 그리기 힘들어 나름 몬드리안의 그림 풍이라 쓰고 실제로는 부족한 그림 실력을 가리기 위한 기하학 적인 그림을 그리고 판매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디자이너들이 그림을 그릴 때 쓰는 타블렛을 연결하면 그림 그리는게 편해지겠지만 이마저도 기본적으로 지원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연결해야 쓸 수 있다는 점은 다소 마이너스 적인 요소다.
여기에 브러쉬나 펜 툴 등 도구의 두께를 조절하는 단축키가 없는 것도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이 때문에 마우스로 그림을 그리다 마우스를 화면 아래로 내려 브러쉬 굵기를 줄이고 다시 그림을 그리기 위해 마우스를 그리던 선에 다시 이어서 그림을 그리는게 매우 불편한 만큼 약간의 보완이 추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곰손도 꿈이 있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아틀리에(비록 허름한 차고지 한 칸, 작은 건물방일지라도)의 대여료를 제출해야 하는 만큼 그림을 판매해 일정한 금액 이상을 필수적으로 벌어야 한다.
특히 패스파투는 부제가 'The Starving Artist'인 만큼 컨셉을 살려 그림을 그리는 시간 동안 게임 상의 시간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게임 속 시간과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함께 지나가기 때문에 원하는 퀄리티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시간을 끌거나 그림이 마음에 안 들어 그림을 폐기했다 다시 그리고 폐기했다 다시 그리는 식으로 플레이 하다 보면 별로 한 것도 없이 아틀리에 대여료만 빠지게 돼 당연히 괜히 심리적으로 조급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돈을 적립해야 하므로 짧은 시간 안에 그린 그림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유저들이 그린 그림을 판매대에 올리면 NPC들의 냉정한 평가가 이어지는데 이 평가도 유머러스해 이 게임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NPC들은 마음에 드는 작품에는 “판타스틱”, “아침의 신선한 바게트 같아요”라는 좋은 평가를 하는 반면 마음에 안 드는 그림을 판매대에 올리면 “이건 그냥 똥덩어리야”, “핑크 극혐(극도로 혐오하다)” 등 신랄한 평가가 나와 가슴을 아프게 한다.
또한 다음 챕터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미술 비평가에게 좋은 평가도 받아야 가능하므로 처음에는 내가 원하던 그림만 그리다 어느 순간부터 돈과 함께 성공을 위해 고객들이 원하는 색과 소재로 그림을 그리게 돼 다소 아쉬웠다.
물론 우연히 비싼 그림을 판매해 자금의 여유가 생겨 중간 중간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는 순간은 매우 즐거웠고 그런 그림이 좋은 비평가들과 고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순간도 행복했다.
다만, 게임의 전체적인 플레이가 그림을 그리고 판매하고 고객들의 반응을 보는 것이 다이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금방 질리는 감이 없지 않아 있는 만큼 조금 더 다양한 이벤트가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현실에 안주할 것인가? 꿈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
패스파투는 게임을 계속 진행하기 위해 결국은 어느 정도 현실에 타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을 향해서는 등장하는 NPC를 통해 직설적으로 경고(인기가 너무 많아졌어요. 저희에게 돈 받을 생각은 그만해요)하는 등 그대로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조언해주고 있다. 아직 현실과 이상에서의 결정은 어렵고 쉽사리 답하기는 힘들겠지만 이번에는 현실과 타협한 화가가 됐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럼에도 나름 1회차 화가로서의 성공과 삶은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만약 1회차에서의 삶이 만족스럽지 못했다면 2회차에는 내가 원하는 그림만 그리는 화가가 되어도 보고 3회차에는 이상보다는 현실의 욕구만 쫓는 화가가 되어보면서 나은 삶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 게임의 개발사가 유저들의 의욕을 더 북돋아 줄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추가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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