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와 '로그라이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최근에는 '엔터 더 건전',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 '다키스트 던전', 그리고 얼마 전 리뷰했던 '슬레이 더 스파이어'와 같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로그라이크' 요소가 들어간 '로그라이트' 인디 게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지난 2016년 11월 개발이 시작된 '팀 호레이(TEAM HORAY)'의 '던그리드(Dungreed)' 또한 앞서 언급한 게임들과 같이 '로그라이크'의 특징들이 가미된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다. 이미 지난해 5월 스팀 그린라이트에 '그린릿'된데 이어, 'BIC 2017' 시청자가 뽑은 베스트 인디 게임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게임 출시 전부터 유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지난 16일 스팀을 통해 출시된 '던그리드'는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 동안 유저들의 입소문을 타고 오랜만에 등장한 '갓겜'으로 칭송 받고 있다. 얼핏 봐서는 흔하디 흔한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 '갓겜'으로 불리는 이유는 과연 무엇인지 직접 플레이 해봤다.
높은 완성도의 도트 그래픽으로 구현된 특유의 매력과 감성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가장 흡족했던 부분은 수준 높은 도트 그래픽과 BGM(특히 보스 '니플헤임'전의 BGM)이었다. 모험가 캐릭터부터 NPC들, 몬스터 뿐만 아니라 배경과 각종 아이템, 심지어 '호레리카'가 파는 음식들까지 모두 세심하게 만들어져 있으며,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나 '브로포스' 등 다른 게임에 버금가는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혹자는 도트 그래픽을 시대에 뒤떨어진 그래픽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현실을 방불케 하는 그래픽과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모니터들이 서서히 보급되고 있는 요즘, 도트 그래픽이 설 자리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특히 과거에도 그러했지만 그래픽은 게임을 구매하는데 영향을 주는 첫인상 같은 존재다. 그래픽이 좋지 않아도 뛰어난 서사성과 게임성을 바탕으로 흥행하는 게임들도 있지만,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알기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기술력이 발달해도 도트 그래픽은 그 나름대로의 매력과 감성, 그리고 끌림이 있다. 단순히 이미 만들어져 있는 에셋이나 천편일률적인 텍스쳐들과는 다르다. 물론 지금은 과거처럼 극한의 '도트 노가다'가 필요한 시대는 아니지만, 장인이 도자기를 굽듯이 하나하나 세심한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던그리드'가 일반적인 2D, 또는 3D 그래픽을 활용한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었다면 그저 그런 게임으로 남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트 그래픽이야 말로 '던그리드'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핵심 요소라고 말하고 싶다.
골라 쓰는 재미가 살아있는 다양한 무기들과 패러디 요소들
횡스크롤 액션 게임인 만큼 다양한 무기도 빼놓을 수 없다. 율포드의 할아버지가 대량으로 만들어 놓은(?) '숏소드'부터 묵직한 손맛이 일품인 '츠바이헨더'나 '바위검' 등 근접 무기들은 물론이고 '새총'이나 '화승총', '투척용 단검'과 같이 각양각색의 원거리 무기들도 마련되어 있다. 사실 종류는 많아도 몇몇 무기들이 너무 강력해 밸런스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각 무기마다 확실한 특색이 있는 만큼 골라 쓰는 재미는 확실한 편이다.
다만 액션 게임을 지향하고 있음에도 공격 방식이 다소 단순한 편이어서 아쉬움을 남긴다. 사실상 일반 공격과 대시 공격, 그리고 몇몇 무기에 있는 스킬들이 전부인데, 때문에 액션 측면에서 적의 탄 공격을 막아내는 것 외에 깊게 파고들 만한 요소가 부족하고 단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직관적이고 적응하기 쉽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액션 게임인 만큼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스킬, 또는 액션이 추가된다면 더욱 볼륨감 있는 게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한편, 게임 곳곳에 마련되어 있는 유쾌한 패러디와 유머들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게임의 초반, 마을 사람들을 구해달라는 율포드의 제안을 청개구리 심보로 거절하면 억지로 플레이어에게 임무를 떠맡긴다. 훈련장의 카블로비나는 지도를 거꾸로 보면서 이해하는 척을 해 웃음을 주고, 던전 내에서 여관을 운영하는 방법에 대해 호레리카는 '자신을 복제하고, 식재료를 현장에서 수급한다'는 엉뚱한 설정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여기에 블리자드의 H 모 게임이 생각나는 '디멘션 소드', 인디 액션 게임계의 전설인 '곡괭이' 트릴로지를 기리는 '붉은 곡괭이', 무엇이든 자를 수 있는 부엌의 Must-Have 아이템 '흑장미칼' 등 아는 만큼 보이는 패러디들은 게임의 재미를 더해준다.
쉽고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로그라이트'
'던그리드'는 '로그라이크' 장르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상당히 가벼운 축에 속한다. 사망했을 때 패널티는 단순히 얻었던 아이템과 진행한 단계만 초기화될 뿐이며, 레벨은 유지되고 일정량의 골드는 던전에서 가지고 나올 수 있다. 심지어 아이템의 경우 특성으로 아이템을 한 가지 가지고 돌아갈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해 중요한 고급 아이템을 다음 도전에 활용할 수도 있다.
물론 난이도를 높이는 요소도 있다. 게임 내에 체력을 회복할 수단이 많지 않다는 점이 그것인데, 회복 수단은 상자를 부수거나 보스를 클리어하고 먹을 수 있는 요정과 호레리카가 파는 음식이 전부다. 상자를 부숴 나오는 요정은 확률이 낮은 편이고, 호레리카의 음식은 포만감과 스탯의 중요성 때문에 무한정 먹을 수도 없다. 늘 무작위로 등장하는 무기들, 사망했을 때 아이템을 빨아들이는 던전과 음식 시스템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이 게임이 평범한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 아닌 '로그라이크'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계속해서 상기시킨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진정으로 하드코어한 '로그라이크'를 기대한 유저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로그라이크'의 일부 요소만 가져온 '로그라이트'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 외로 후반부 단계에 접어들수록 난이도가 급상승하고, 체력 회복 수단은 한정되어 있어 늘 압박에 시달리는 만큼 너무 무겁지도 또 너무 가볍지도 않은 적정 수준이라고 느껴졌다.
'웰메이드'이긴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남아있는 인디 게임
게임의 속을 조금 들어다 보면 소규모 개발팀이 만든 게임인 만큼 아직까지 완벽하게 가다듬어지지 않은 아쉬운 부분도 있다. 적응하는데 다소 시간이 필요한 조작 방법과 키 변경을 아직 지원하지 않는 문제 등이 그것이다.
게임의 조작은 점프가 스페이스바와 W 키로 함께 설정되어 있어 혼란스럽게 한다. 이와 함께, 무기를 휘두르거나 대시를 하는 방향은 마우스로 조준해야 한다. 처음 접하는 유저 입장에서 조작이 난해할 수 있다. 물론 개발팀에서 밝힌 최우선 개발 순위에 키 변경 설정이 포함되어 있는 만큼, 앞으로 해결될 문제이기는 하다.
'던그리드'는 '로그 레거시'와 '엔터 더 건전' 등 기존 게임들의 장점을 잘 버무려 놓은 웰메이드 인디 게임이었다. 아직은 몇몇 치명적인 버그와 다소 부족한 '로그라이크'로서의 깊이, 무기 밸런스와 편의성 개선 등 갈 길이 남아있지만, 기반은 상당히 잘 다져져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팀 호레이의 피드백과 업데이트가 매우 빠르고 현재진행형인 만큼, 향후 더욱 높아질 완성도와 업데이트될 다양한 콘텐츠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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