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스필버그 감독의 대중문화 찬가 '레디 플레이어 원', 봐라! 세번 봐라!

등록일 2018년03월22일 10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찬양하라! 그리고 '레디 플레이어 원'을 예매하자. 가급적 아이맥스로.

 

오락영화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걸작이 추가될 예정이다. 28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레디 플레이어 원' 말이다.

 

이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영화팬 중에는 트레일러와 영화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만 보고 '기대가 안 된다', '실망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사실 기자 역시 그랬다.

 


 

수많은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의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제대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정리가 되겠냐고 의심하는 독자가 많을 것이다. 만약 감독이 스티븐 스필버그가 아니었다면, 그런 예상대로 볼만한 CG가 군데군데 나오지만 내용은 엉망인 그런 영화가 나왔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다행히도) '레디 플레이어 원'의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 오락영화의 거장 그 사람이었고 영화는 그의 명성에 걸맞는, 8~90년대의 걸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재미와 비주얼을 갖추게 됐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하면 근래 행보만 보고 오락성, 흥행성보다는 작품성에 신경 쓴 듯한 영화를 더 많이 만드는 감독이라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화제를 모으고 관객을 모으는 영화보다는 영화제에서 상을 탈 것 같은 그런 영화 말이다.

 

'백투더퓨쳐', '인디아나 존스', '쥬라기공원',  '구니스', '그렘린' 'ET' 등등 1980년~1990년대, 스필버그 감독의 이름은 오락영화의 대명사였다. 그리고 '레디 플레이어 원'은 스필버그 감독이 오락영화를 그동안 만들지 않았을 뿐, 지금도 여전히 감각을 잃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영화였다.

 

엄청난 숫자의 캐릭터, 아이콘, 설정을 정말 잘 배치했다. 스토리에 필요한 캐릭터를 적재적소에 투입하면서 클라이막스에서의 엄청난 카타르시스까지. 정신없이 지나가는 영상을 따라가며 보다보면 2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스필버그 감독이 설정에 맞게 직접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패러디로 소비되는 캐릭터들, 대사로만 등장하는 작품, 캐릭터까지 배치를 잘 해 뒀는데, 이것들을 하나하나 구분해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였다.

 

친구들과 함께 극장에서 보고 '그거 봤어?' '그거 나왔냐?'라고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영화.

 

영화를 한 번 본 기자는 놓친 게 너무 많은 느낌이 들어 바로 2회차 관람을 하고 싶어졌지만 개봉일은 1주일이나 남았고, 워너브라더스코리아가 시사회를 자신있게 개봉 1주일 전에 잡은 이유도 바로 이해가 되었다. 이걸 본 나름 영화광을 자처할 영화기자들이 다시 보고싶은 욕구까지 담아 입소문을 엄청 낼 테니 말이다. 기자 역시 SNS 등을 통해 계속해서 레디 플레이어 원에 대해 이야기하고 꼭 보라고 권하고 있는데, 이건 개봉일까지, 아니 개봉 후에도 계속될 것 같다.

 


 

흥분을 조금 가라앉히고.

 

'레디 플레이어 원'은 국내에도 소개된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2045년을 배경으로 가상현실 세계 '오아시스'를 무대로 오아시스의 지배권을 두고 주인공과 동료들이 벌이는 모험, 그리고 역시 가상세계의 지배권을 노리는 거대기업의 음모와 방해, 그에 맞서는 주인공 일행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클라이막스는 트레일러에도 묘사된 대규모 전투로, 이 부분에서의 카타르시스는 정말 상상 이상이다.

 

고질라 테마와 함께 건담이 날아오르고(?) 아이언 자이언트가 달리고, 마스터치프 부대가 돌진하고... 글로만 적어선 스필버그 감독이 펼쳐낸 비주얼의 1/100도 전달이 안 될 것 같다. 정말 끝내준다. 특히 건담 팬이라면 눈물이 앞을 가릴 수 있으니 손수건을 준비해 가자.

 

어니스트 클라인이 쓴 원작 소설은 80년대 대중 문화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작품이다.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도 잔뜩 묘사가 되었는데,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를 직접 맡게 되며 자신의 영화는 '쥬라기 공원'과 '백투더퓨쳐'만 남기고 나머진 제외했다. 대신 90년대와 00년대의 팝컬쳐 아이콘들을 대거 수용했다. 보고 있으면 '앗 저건'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 것이다.

 

다양한 아이템과 가벼운 묘사를 툭툭 던져두고 하나하나 회수하며 압도적 비주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스필버그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고전걸작들과 나란히 언급 될 영화라고 확신한다.

 

일본 팝컬쳐에 대한 존경도 담겼다. 아키라, 건담, 고질라. 드로리안과 레이싱 맞대결을 펼칠 수 있는 메카는 카네다의 오토바이 뿐이며 클라이막스는 건담과 고질라가 책임진다. 일본 팝컬쳐와 함께 성장한 한국의 청장년층에게도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무엇보다 게임에 대한 원작자의 애정을 그대로 담으면서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점에서 게이머들에게 보내는 찬가이기도 하다. 고전게임부터 스트리트파이터, 소닉, 헤일로, 스타크래프트, 오버워치까지. 특히 '블리자드가 영화에 투자라도 했나' 궁금해질 정도로 블리자드 캐릭터들은 좀 더 조명을 받는다. 블리자드이니 영화에 마음대로 써 주시고 클로즈업 좀 해 달라고 부탁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종합하자면, '레디 플레이어 원'은 오락영화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내가 오락영화를 한동안 안 만든 것 뿐이야'라는 걸 결과물로 보여준 영화이자, 대중문화, 그리고 대중문화를 즐겨온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찬가다. 특히 게이머들이라면 느낌이 더 클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트레일러만 보고 기대를 접으려 했던 걸 사과해야겠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우리가 꿈꾸던 영상을 현실로 구현한 작품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레디 플레이어 원'은 VR에 대한 꿈을 키워주는 영화이기도 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페이스북이 '레디 플레이어 원' 소설 때문에 오큘러스를 인수했다는 농담이 농담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영화 보기 전 팁
1. 의심을 버리고, 일단 봐라

2. 영화 '샤이닝' 팬이라면 갈아입을 속옷을 준비해 가자. 아직 못 봤다면 샤이닝을 한 번 감상하고 보면 좋을 것 같다. 건담 팬도 속옷을 준비해야할 것 같다.

3. 1회차 관람으로 모든 걸 다 보려는 욕심을 버려라. 마음을 비우고 본 뒤 스필버그 감독에게 찬사를 보내고 재감상하면 된다

4. 가능한 한 큰 화면에서, 좋은 소리와 함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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