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 혹은 보스와의 경쟁에서의 승리가 주요 목표인 게임들이 많다. 유저들은 이런 게임에서 경쟁에서의 승리를 목표로 몬스터를 잡으며 전투의 경험치를 획득하고 재화를 모은 후 이를 활용해 더 강한 몬스터를 사냥해 장비를 마련하면서 재미를 찾는다.
하지만 어떻게 세상 모든 사람들의 취향이 천편일률적일 수가 있을까. 물론 게임 유저들 중에는 전쟁을 싫어하거나 불편해하는 유저도 많고 이런 유저들을 위한 전투 요소 없는 요즘 들어서는 힐링 게임이라 말하는 작품들도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이 가운데 '길티기어' 시리즈와 '블레이블루' 시리즈 등을 통해 액션 게임 명가의 이미지를 쌓아 온 아크시스템웍스가 작년에 격투보다는 수집에 중점을 둔 기존 스타일과 다른 게임을 출시했는데 바로 모형 정원 시뮬레이션 게임 '버스데이즈 – 시작의 날 –'이다.
'버스데이즈 – 시작의 날 –'은 '목장 이야기(Harvest moon)' 시리즈로 유명한 게임 크리에이터 '와다 야스히로' 프로듀서와 아크시스템웍스가 손을 잡고 만든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생명을 만들어내는 모두의 모형 정원'이라는 컨셉에 맞춰 생명체를 탄생시키고 지형을 변화시키며 하나의 작은 세계를 만들어가는 게임이다.
지난 해 플레이스테이션 4 플랫폼과 스팀을 통해 PC 플랫폼 버전이 출시됐으며 지난 3월 29일 기존 '버스데이즈 – 시작의 날 –'에 새로운 요소를 추가한 닌텐도 버전 '해피 버스데이즈'가 국내 정식 출시됐다. 과연 격투게임 명가가 개발한 힐링 게임은 어떤 재미를 담고 있었을지 직접 플레이해보았다.
모든 생명들의 탄생의 순간은 소중하다
해피 버스데이즈는 기본적으로 주어진 큐브 정원의 지형을 유저가 자유롭게 변형하고 이 지형에 맞춰 진화한 새로운 생명체의 탄생을 지켜보는 게임이다.
유저들은 자신의 HP를 소모해 지형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고 지형을 바꾸면서 생기는 변화를 관찰하고 모은 별을 이용해 새로운 호수를 만들거나 생명체를 없애는 죽음의 물을 만드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특히 지형 변화에 따른 환경의 변화를 매우 세세하게 설정했는데 높은 지형이 많으면 전체적이 기온이 낮아지고 바다의 비율이 높아지면 기온이 높아지고 지형에 존재하는 물의 범위에 따라 습도가 달라지거나 주변 타일의 종류에 따라 유저를 도와주는 내비가 서 있는 땅의 특징도 달라진다.
지형의 변화는 플레이어의 HP 내에서 변화 시켜야하므로 한 번에 많은 양을 변화시킬 수 없으며 단계적으로 차츰차츰 플레이어가 원하는대로 지형이 바뀌게 된다. 뭔가를 이쁘게 꾸미는데 재능이 있는 플레이어였다면 디자인적으로 이 시도 저 시도 다해봤겠지만 그저 빨리 다른 지형으로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에 온도를 낮춰 새로운 종을 보겠다고 산만 주구장창 늘린 것이 다소 아쉬워 2회차에는 약간의 디자인적인 시도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문제는 손이지만).
한편 큐브의 환경이 바뀌면서 그 환경에 적응하는 동식물이 계속 나타난다. 새로 나오는 동식물은 수집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도감에서 획득한 동식물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동식물은 진화론에 입각해 진화하므로 아이들과 함께 즐긴다면 교육적인 효과도 있을 것 같다.
힐링 게임으로서는 좋은데 오래하기에는 좀...
사실 해피 버스데이즈를 이미 오래전에 다이렉트게임즈의 설날 랜덤박스를 통해 얻은 바 있었지만 아직까지 라이브러리에만 저장하고 있던 이유는 다른 게임을 즐기느라 바쁜 것도 있었지만 유저 평가에서 많은 유저들이 이 게임의 조작감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유저의 조작 한 번에 큰 변화가 생기는 시뮬레이션 게임에서의 불편한 조작은 당연 유저가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리티컬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내비의 이동에 따라서 유저의 시선이 이동하게 된다. 같은 높이의 블록을 이동할 때는 괜찮았지만 급하게 고도가 높아지는 곳을 이동할 때 내비가 올라가는 시간이 오래 걸려 렉인가 싶어 화살표를 잘못 만졌다 올라갔던 내비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등 불편한 부분이 많아 이동할 때마다 카메라도 방향을 조작해야하는 등 섬의 변화를 관찰해야하는 게임인데도 관찰자 시점이 불편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거기다 지형 변화 범위도 생각보다 좁았는데 나름 커다란 산을 만들고 싶어도 최고 1*1사이즈부터 최대 4*4 사이즈 정사각형 블록만 조정이 가능해 1자로 길게만 늘리고 싶은 경우에는 본의 아니게 한 칸 한 칸 높이를 조정해야 하는 것 외에도 내가 생각한 완만한 산의 모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장시간에 걸쳐 미세한 컨트롤을 요구하는 등 불편한 부분이 많았다.
즉, 새로운 산짐승 혹은 식물을 위해 유저는 몇 십분 넘게 산 기둥을 세우고 그 높이에 맞추기 위해 주변 블록을 올리다 운이 나쁘게도 다른 블록을 잘못 올리면 올린 블록을 다시 내리고 내가 올리고 싶은 블록으로 다시 이동해서 높이를 조정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콘솔 게임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니라 콘솔 조작에 서툴러서 그런지 이 과정이 유난히 어렵게 느껴진 것. 오죽하면 이미 라이브러리에 존재하는 PC판 해피 버스데이즈가 이 조작 과정을 마우스로 하는 것을 지원한다면 당장이라도 플랫폼을 갈아타고 싶을 정도였다.
또한 일부 갓 게임 류의 문제로 손꼽히는 목적 의식의 부재가 이 게임에서도 나타난다. 나만의 정원을 꾸미고 그 안에서 새로 태어나는 생명체들을 보는 것은 좋지만 아무런 이유도 목적도 없이 단순히 지형 변경 -> 새로운 동식물 탄생 -> 채집의 무한 반복의 굴레가 계속된다면 당연히 유저 입장에서는 질릴 수 밖에 없다.
개발사도 유저들이 쉽게 질리는 것을 막기 위해 미션이 주어지는 챌린지 모드 등을 제공하긴 하지만 결국 그 것도 기본적인 게임성은 똑같아 결국 근본적인 해결은 힘들어 보인다.
힐링 게임의 입장에서 해피 버스데이즈는 나쁘지 않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나만의 세계를 창조하고 거기서 탄생하는 새로운 생명체들을 모으는 수집의 재미도 좋았다.
하지만 해피 버스데이즈 이전 '햇빛목장' 등의 가벼운 힐링 게임들이 결국은 목적 의식이 뚜렷한 게임에 유저층을 뺏긴 것을 생각했을 때 장기적인 유저를 잡을만한 콘텐츠와 목적이 없는 것은 다소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콘솔 조작이 익숙치 않아 해피 버스데이즈 2회차부터는 PC로 즐길 예정이지만 이동 중에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필요로 한다면 닌텐도 스위치의 큰 장점인 포터블 기능을 최대한 살린 해피 버스데이즈를 즐겨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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