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게임은 죽어서 캐릭터를 남긴다. 비단 게임 뿐만 아니라 영화, 애니메이션 등 각종 인기 문화 콘텐츠의 중심에는 넘치는 개성을 통해 세대를 넘어 오랜 시간 사랑받는 상징적인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의 아베 타라키(Abe Taraky) 디자이너가 '2018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 참석, '상징적 캐릭터 콘셉트 잡기 그리고 포트폴리오 리뷰' 강연을 통해 어떻게 상징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개발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공개했다.
이야기와 함께 캐릭터도 성장해야 한다
그는 상징적인 캐릭터의 특징에 대해 '스토리를 잘 대변하는지', '사회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지', '공감할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간달프'의 경우 영화의 처음 부분에서는 남루한 옷과 지팡이를 들고 있는 나이 든 노인이지만, 영화 속의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지팡이는 힘과 권위의 상징으로 변하며 간달프라는 인물 역시 강력한 힘을 지닌 마법사로 변화한다. 그는 "간달프라는 캐릭터는 사회적인 커뮤니케이션과 공감성 부분에서도 훌륭한 캐릭터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개발자의 의도적인 디자인을 통해 캐릭터성이 강해지는 예시로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다스 베이더'가 등장했다. 그는 "'다스 베이더'는 영화 내에 등장하면서 별다른 이야기나 악당스러운 행동을 하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은 다스베이더를 처음 봤을 때 공포감을 느낀다"라며 "이는 디자이너가 의도적으로 캐릭터를 악당처럼 보이게 설정한 결과"라고 말했다.
아베에 따르면, 포식자들은 주로 앞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착안, 다스 베이더가 주로 정면을 응시하도록 설정했으며 캐릭터의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사람들은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을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가면을 씌웠다. 그는 "효과적으로 캐릭터의 디자인을 전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목표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나 자신을 캐릭터에 투영시켜라
이어 그는 개인적인 경험이나 꿈이 담긴 캐릭터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자신의 모습이나 경험을 캐릭터에 녹여낼 수록 캐릭터의 최종 사용자들이 캐릭터를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것. 그는 "자신의 경험은 자신만의 것이 아니다. 창작자와 사용자를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은 삶의 요소들을 캐릭터에 녹여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개인적인 경험을 녹여낸 캐릭터로는 픽사의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에 등장하는 '바이올렛'이 소개되었다. 초능력이라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바이올렛'은 다스 베이더나 간달프와 달리 자신감이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베는 "오히려 이런 요소들이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을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작중 바이올렛의 복장이나 시선 처리 등이 실제 10대 청소년과 유사하기 때문에 이를 보는 관객들이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는 것. 그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힘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주변 인물들을 관찰하는 태도로부터 비롯된다"라고 말했다.
스토리를 잘 나타내는 캐릭터를 만들어라
한편, 상징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방법도 공개되었다. 그는 먼저 상충되는 요소들을 활용하라는 조언을 전했다. 근엄하지만 오히려 키가 작은 캐릭터를 만들거나 다스 베이더 처럼 존재감이 상당하지만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등의 상충되는 요소를 통해 캐릭터의 매력이 살아난다는 것.
이어 그는 캐릭터가 스토리를 잘 전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고했다. 전장에서 주로 활동하는 전사 캐릭터를 디자인할 경우 갑옷의 디자인은 좀 더 실용적으로 설정하고 낡아보이게끔 디자인해야 한다. 또한 특정한 스토리가 없는 주변 NPC 캐릭터의 경우에도 손님과 싸우다 상처가 생겼다는 등의 의도적인 디자인 요소들을 통해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변화하는 게임 산업에서 캐릭터의 중요성 부각
마지막으로 그는 게임 산업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징적인 캐릭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게임을 마케팅하는 경우에도 사람들이 가장 먼저 주목하는 것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세대를 초월하여 사랑받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 또한 기존에는 혁신적인 게임 플레이에 주목한 반면, 오늘날의 유저들은 게임과의 좀 더 세밀한 교감을 원하기 때문에 복잡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캐릭터 디자인 시에는 캐릭터를 통해 대변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고려하고 캐릭터를 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다양한 문화권에서도 이해할 수 있는지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작자로서 상징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다"라며 "개인적인 경험을 투영하여 공감대를 높일 수록 더욱 매력적이고 상징적인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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