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18]픽셀베리스튜디오 올리버 미아오 대표가 말하는 스토리텔링 게임 성공 노하우

등록일 2018년04월26일 02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넥슨의  게임지식공유 컨퍼런스 'NDC 2018' 둘째 날인 25일, 픽셀베리 스튜디오의 올리버 미아오가 강연대에 올라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하는 '네러티브 게임'의 제작 및 성공 노하우를 경험을 에로 들어 발표했다.

픽셀베리스튜디오는 스토리텔링 게임 시장을 개척한 선두주자로 평가 받는다. 지난 2012년 올리버 미아오를 포함한 세 명이 공동으로 설립한 픽셀베리스튜디오는 '초이스', '하이스쿨 스토리' 등 대화와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하는 게임들을 선보이면서 주목 받았다.

특히 12년 전부터 모바일 스토리텔링 게임을 개발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 개발자들로 구성되어 있어 경쟁력이 높으며, 넥슨은 지난해 11월 픽셀베리스튜디오를 전격 인수하고 콘텐츠 개발을 협업함과 동시에 픽셀베리스튜디오의 글로벌 사업 확대 및 대표작인 '초이스'의 현지화를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초이스'를 출시하기까지 겪은 시행착오들
픽셀베리스튜디오의 대표작인 '초이스'는 대화를 중심으로 하는 모바일 스토리텔링 게임으로, 지난 2016년에 출시되어 iOS 매출 상위 25위에 들어가는 등 준수한 성적을 거둔 바 있다. 특히 어드벤처, 로맨스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스토리를 매주마다 선보여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다.

올리버 미아오는 "'초이스'는 매우 단순한 게임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여러 이야기들이 담겨있고 숨겨진 디자인과 프로세스가 있다"며 "14년 동안의 역사에 대해 되짚어보면서 설명하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자신만의 게임 스튜디오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친구 네 명이 모여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하지만 게임을 만들기만 했을 뿐, 게임을 통해 어떻게 돈을 버는지는 몰랐기 때문에 준비했던 자본은 금방 다 바닥나고 말았다.

올리버 미아오는 "75% 정도는 게임 코딩을 생각했고, 25% 정도만 비즈니스에 대해 생각했다.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회의에 참석하기도 하고, 세가, 소니 등 게임사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했다"라고 회고했다.

이후 그가 소속된 스튜디오는 외주 받아 돈을 벌기 시작했고, 자금 사정이 나아지자 브랜드를 위해 투자하기 보다는 오리지널 게임을 만들자고 생각해 고등학교를 주제로 게임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기존에 개발하기로 했던 장르는 RPG였지만, 방향을 선회해 고등학교를 주제로 한 스토리텔링 게임 '서바이빙 하이스쿨'을 만들게 된다.


올리버 미아오는 "우리는 20대 젊은 남자들이 모인 스튜디오였기 때문에 시장 조사가 필요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남자들이 원하는 것은 알아도 여자들이 원하는 것은 몰랐기 때문"이라며 "이후에는 젊은 여자를 타겟으로 한 책들을 조사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초이스'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소설과 영화를 감상했다"고 밝혔다.


게임에는 두 가지 수익모델이 존재했다. 7~8불 가량의 돈을 주고 다운로드 하는 방식과 2~3불 가량의 돈을 주고 월간 구독하는 방식이 있었는데, 두 수익 모델 중에서 월간 구독이 이용자가 훨씬 더 많았다. 이에 스튜디오는 이용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점점 업데이트 간격을 줄여나갔고 그 결과 매주 콘텐츠를 업데이트 하게 되었다.

그는 "이 시기 즈음 많은 회사들이 우리에게 접촉해왔고, 결국 비벤디게임즈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며 "마케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고 회고했다.

임원들과의 마찰과 새로운 게임 '초이스' 출시
이후 스튜디오는 비벤디게임즈(액티비전)에서 EA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EA는 iOS에 게임을 출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고, 올리버 미아오의 스튜디오는 EA에게 다양한 수익 창출 방식에 대해 건의했지만 번번히 거절을 당하고 말았다.


그는 "무료로 스토리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안, 제때 보지 못하고 놓친 콘텐츠를 유료로 제공하는시스템 등을 건의했지만 EA에서는 거부했다. 다음주 에피소드를 미리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은 어떤지 건의했는데 그제서야 임원들은 허가를 내주었다"라며 "'NO'라는 답변을 듣더라도 스스로가 믿고 있는 방법이라면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전화위복이란 말이 있듯이, 임원들의 거절 덕분에 오히려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게임은 출시 한 달 전 갑작스럽게 발매 취소라는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일주일의 시간을 더 들여 게임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고, 결국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해고당하고 말았다.


그는 "하지만 믿음을 가지고 게임 개발을 계속했고, 결국 iOS 인기 순위 8위를 기록하면서 임원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순위를 기록했다"며 "게임은 기본 완성도도 탄탄해야 하고, 마무리도 마찬가지로 잘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쟁작의 등장과 위기 극복, 중요한 것은 직원간의 '신뢰'
향후 EA에서 나온 팀원들은 다시 뭉쳐 픽셀베리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운 좋게도 EA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서바이빙 하이스쿨'을 지원하면서 게임의 권리 또한 되찾아왔다. 게임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여전히 없었지만 게임은 미국 iOS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었다.

'하이스쿨 스토리'가 성공한 이후, 픽셀베리스튜디오는 '뿌리'인 스토리텔링 게임으로의 회귀를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한 게임 내에 여러 개의 스토리', '새로운 에피소드를 읽을 때 필요한 에너지 시스템', 비용을 지불하면 더욱 흥미로운 스토리가 전개되는 '프리미엄 시스템'의 도입 등이 검토됐다.


일이 잠시나마 잘 풀리는 듯 했지만, 경쟁작이 등장해 그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바로 '에피소드'라는 스토리텔링 게임이 출시된 것이다. '에피소드'는 움직이는 그래픽을 구현해 스토리를 읽을 때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활동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유저들이 만드는 콘텐츠 시스템을 통해 수 천 개에 달하는 스토리들이 유저에 의해 만들어져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에피소드'는 빠르게 인기 스토리텔링 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픽셀베리스튜디오는 정면 승부를 걸기로 했다. '에피소드'가 다소 저연령층을 공략하는 것과 달리, '초이스'의 타겟 연령층을 20대 초중반으로 설정하고 유저가 만드는 콘텐츠 시스템도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내부 작가들을 통해 조금 더 품질이 높은 콘텐츠를 위해서였다. 또한 라이선스를 사용하는 콘텐츠가 아닌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 경쟁력을 키웠다. 라이선스를 사용하면 매번 허락을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에피소드'를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피소드'는 이미 10,000개가 넘는 스토리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스토리로 대규모 브랜드를 어떻게 이길 수 있냐는 의문을 제기했던 것.

여전히 악재는 계속됐다. 게임은 어느 정도 완성됐지만, 콘텐츠의 양이 발목을 붙잡았다. 게임을 기한에 맞춰 출시할 수 하지만 한 개의 이야기만 포함해 낼 것인지, 또는 전체 직원의 임금을 20% 삭감하고 한 달을 더 개발해 3개의 이야기를 담아 낼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결국 직원들의 익명 투표가 진행됐다.


그 결과 대부분의 직원들은 후자를 받아들였고, 회사는 '초이스' 출시 이후 삭감된 임금을 모두 다시 지급했다. 사전등록 시스템을 활용해 출시 전 유저들의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고, 주 단위 업데이트와 유저들과의 직접적인 피드백 및 소통을 통해 인지도를 쌓아 나갔다.

올리버 미아오 대표는 "결국 '신뢰'가 핵심이다. 직원 간에 서로 아끼고 배려하는 문화도 중요하다.  오래 함께 일한 직원들은 서로 배우는 점이 많고 경쟁력도 있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하면 새로운 미디어 포맷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 중"
그는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게임에 대한 미래를 고민했다. '초이스'는 책과 게임, TV와 공통분모가 있는 게임이다. 이러한 기조가 유지되어 새로운 미디어 포맷으로 커질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한편, 많은 게임사 중 피인수 업체로 넥슨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똑똑하고 야망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더불어 장기적인 비전을 가진 회사를 파트너로 결정하고자 했으며, 계속된 성장과 글로벌 지원도 절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그는 "스토리텔링 게임에 대한 전망은 매우 좋다고 본다. 여전히 책과 TV, 영화 등이 성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미디어의 핵심은 스토리이며, 좋은 스토리는 훌륭한 작가들을 통해 나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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