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18]중앙대 한덕현 교수 "게임과 도박이 다른 이유는 '스토리텔링'"

등록일 2018년04월26일 02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넥슨 'NDC 2018' 개최 이튿날인 25일, 중앙대학교 한덕현 교수가 연단에 올라 최근 국내외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게임 이용 장애(인터넷 게이밍 장애)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한덕현 교수는 "최근 인터넷 게이밍 장애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고 있는 상황이다. 넥슨에서 모처럼 자리를 마련해준 만큼 업계 종사자들과 함께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게임업계를 밖에서는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는지 알아보고, 이에 대한 고민을 해본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게임 밖에서의 시각을 느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정확한 진단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인터넷 게이밍 장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인터넷 게임 장애'는 1996년 Young에 의해 처음 보고된 '문제적 인터넷 사용'이 그 기원이다. 한 43세 가정 주부가 6개월 동안 일주일에 60시간 이상 채팅방에 머물러 있었고, 결국 직업을 잃고 별거까지 하게 됐다는 사례가 핵심 내용이다. 당시 의학계에서는 알코올 중독과 문제적 인터넷 사용이 유사하다고 판단해 많은 연구를 진행했지만, 적절히 확립된 기준이 없어 '엄청난 이질성(great heterogeneity)'를 야기하게 됐다. 또한 기술 발전의 속도를 연구가 따라잡지 못하는 문제 또한 발생했다.


특히나 각기 다른 질환에 대한 정의도 문제였는데, 서핑과 SNS, 쇼핑, 포르노 등 많은 인터넷 활동들을 구분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문제적 인터넷 사용이라는 단어 자체도 사실은 구식이다. 이제는 '전자기기의 병적 사용'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적 인터넷 사용이라는 개념은 '인터넷 게임 장애'가 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쳤으며,최근에는 'DSM-5'의 섹션 3에 포함되면서 많은 논란을 낳았다. 한 교수는 섹션 3에 포함된 만큼 정식 진단 기준에 등록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게임과 도박을 동일선상에 놓고 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진단 기준과 진단 역치가 현재까지도 평가 중이기 때문에 인터넷 게임 장애를 판단하는 데는 어려운 사항이 많다. 시간으로 중독을 구분할 것인지, 또 오로지 게임을 해야 중독인지, 더불어 게임을 보는 것도 진단 기준에 포함되는 것인지 의학적으로 구분이 명확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DSM-5'에서는 다수의 진단 기준을 마련해두었으나 이는 알코올, 마약 등 물질 중독과 유사하다. 또한 중독의 핵심 증상인 금단, 내성, 갈망이 'DSM-5'에는 포함되어 있지만, WHO의 기준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한 교수는 "예를 들어 내성은 술에 취하기 위해 양이 계속해서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게임은 그렇지 않다. 게임을 오래 하면 오히려 질리고 하기 싫어진다. 또한 개발사들은 유행에 따라 게임 장르를 바꿔 개발하곤 한다. 이렇게 장르가 바뀌고 유저가 즐기는 것을 내성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단증상 또한 유사한데, 흔히 게임을 하다 못하게 하면 짜증이 나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짜증과 화를 보고 금단 증상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기준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인터넷 게임 장애'가 'DSM-5'의 정식 질환에 오르지 못한 이유는 아직까지 연구들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종적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단면적인 연구만 계속된다면 병의 실체를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공존 질환과 너무 많이 연관되어 있다는 점도 이유 중에 하나로 손꼽힌다.

"게임과 도박이 같다는 주장은 사실과 달라, 게임의 가장 큰 무기는 '스토리텔링'"
인터넷 게임과 도박이 같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한 교수는 크게 확률 및 경우의 수, '샐리언스', '돈', '충동 조절의 어려움' 등 네 가지로 구분했다. 먼저 확률 및 경우의 수에 대해 그는 "게임에 확률이 없어진다면 절대 재미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기능성 게임이 재미없는 이유가 바로 노력하면 무조건 보상이 주어진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재미있는 것을 반복해도 재미를 느끼게 되는 '샐리언스(Salience)와 돈이 걸려있다는 점, 충동을 조절하기 어렵다는 점이 게임과 도박이 같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의 근거로 손꼽힌다.


한 교수는 이에 대한 반박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인터넷 게임과 인터넷 도박을 하는 사람들을 모아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인터넷 게임보다는 인터넷 도박을 하는 사람의 뇌에서 보상회로가 더욱 활성화되어 있는 반면 인지회로는 게임이 훨씬 더 많이 활성화 되어 있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이유를 한 교수는 게임이 가진 '스토리텔링'의 힘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스토리텔링'은 게임이 게임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해주고, 게임과 도박이 같다는 등의 주장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이다"라며 "슬롯머신에서 게임과 유사한 수준의 화려한 그래픽을 보여주지만 '스토리'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WHO의 'ICE-11' 초안, 콘텐츠와 이용자에 대한 이해와 고민이 없어
WHO에서는 ICE-11 초안에서 '게임 장애'에 대한 정의를 크게 네 가지로 정의하고 있다. 한 교수는 "WHO에서는 엄격한 기준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과연 WHO에서 정의하는 게임과 반대되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며 "만약 이런 게임을 만들 수 없다면 WHO에서 그 방법을 제시할 것인지도 확답할 수 없다.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와 콘텐츠 자체의 문제인지, 이용자의 문제인지 고민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게임 장애가 게임 플레이 자체만을 이야기하는지, '유튜브'와 각종 스트리밍 콘텐츠, SNS, 게임 관련 오프라인 활동도 포함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한 교수의 설명. 일반인들을 중독자로 만들 수 있는 위험성이 있고, 모랄 패닉(Moral panics)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학계에서는 'ICD-11' 초안에 반박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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