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18]MS, 블리자드, 넥슨의 조직관리를 말하다... 넥슨 플랫폼본부 박종천 부본부장

등록일 2018년04월27일 15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넥슨의 게임 지식 공유 컨퍼런스인 'NDC 2018' 현장에서 넥슨 플랫폼본부 박종천 부본부장이 프로젝트 관리, 프로세스 개선, 조직 개편 등의 문제를 '마이크로소프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넥슨' 등의 기업에서는 어떻게 다루는지 경험과 책의 목차를 토대로 풀어 설명하는 강연을 진행했다.

박종천 부본부장은 '한글과컴퓨터'의 개발팀장 및 미국 보스턴 주재 다수 벤처기업 개발실장을 거쳐,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 수석 개발자를 맡은 후 현재는 넥슨 플랫폼본부의 부본부장을 맡고 있다.

이번 강연은 IT 기업과 관련된 고민, 개발 분야 및 조직 간 커뮤니케이션 이슈를 다룬 도서 '하드코드'를 기반으로, 도서 내 열 가지 주제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및 넥슨에서의 업무 경험을 비교하고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스케쥴 조율하기
일반적으로 '스케쥴(기한)'을 지키기는 매우 어렵다. 때문에 꼭 해야 하는 일, 하면 좋은 일, 했으면 좋은 일 등으로 우선순위를 나누어 일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며, 조직에서는 품질과 납기일(On-Time) 을 결정해야 하는 역할을 하는 프로젝트 매니저가 나서 전체적인 일정 조율을 도와야 한다. 개발자들만 있다면 우선순위를 정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프로젝트 매니저 조직이 굉장히 세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반면 블리자드는 품질 우선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블리자드는 재미있을 때까지 게임을 계속 개발하며, 경력이 많은 베테랑들의 경험으로 커버하는 타입이다. 하지만 최근 게임 시장의 트랜드 변화가 매우 빠른 만큼, 베테랑 개발자들이 많아도 따라가기 힘든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블리자드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인력들을 많이 섭외했다. '스케쥴 프로세스'를 많이 도입하고 있고, 목표하는 시간 내에 게임을 출시하자는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넥슨 또한 프로젝트 매니저가 당연히 내부에 존재하며 프로젝트 관리를 도맡아 한다. 최대한 작게 동작할 수 있는 프로덕트(Product)를 구성하고, 계속해서 개선하고 출시하는 것이 기본이며, 연단위 계획과 분기단위 계획을 구성한다.

낭비를 막기 위한 전략
회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낭비는 알면서도 개선 및 실천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필요 없는 기능 만들기, 요구 조건의 불투명, 사내에서의 정치적 결정, 커뮤니케이션의 속도 저하 등이 제품을 개발하는 진행 속도를 느려지게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확인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액션을 하는' 4단계의 룰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 외부에서 얼핏 보기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안에서는 매우 빠르게 많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박 부본부장의 설명이다.

박 부본부장은 “윈도우7을 출시한 후 축하 행사를 진행했을 때 모인 개발자들이 무려 7만 명이었다. 조직이 커지면 커질수록 낭비가 생기지만, 이를 관리 대상으로 삼아야 더욱 큰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게임도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블리자드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비해 비교적 단순하다. 게임이 재미있으면 된다는 생각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낭비를 없애자는 노력보다는, 베테랑의 유동적 대처에 의지하는 편이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세스가 점차 도입되면서 바뀌어가는 추세다. 특히 박 본부장은 예전과 같은 '주먹구구'식 마구잡이 개발은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넥슨의 경우 3주에 1번 '스크럼(Scrum)'을 진행하며, 개발 환경에도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테스트 환경부터 개발 프로그램의 버전까지 세세하게 투자해야만이 개발자들이 편하게 개발할 수 있고, 작업 환경이 개선되어야 낭비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부본부장은 “이처럼 업계에서 사용하는 표준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래야만이 낭비를 없앨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낭비의 주 원인 '미팅'
한편, 박 부본부장은 이러한 낭비의 또 다른 주요 원인으로 '미팅'을 꼽았다. 여러 사람들이 쓸데없는 소리를 하면서 시간이 낭비된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미팅을 결정, 정보, 의논 등 세가지로 나누어 진행한다. 결정이 필요한 미팅이라면 참석자는 이에 대해 미리 고민하고 참여해야 한다. 정보 공유가 목적이라면 대부분 메일로 가능하기 때문에 지양하고, 의논을 나누는 미팅에서 주로 하게 되는 '브레인스토밍'은 준비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미팅을 하는 룰을 '회수가 적고, 시간이 적고, 사람이 적으면 좋다'라고 정해두었다. 되도록이면 적은 사람이 짧은 시간에 만나고, 그 회수가 적으면 더 좋다는 것이다. 또 한 미팅에서는 한 주제만 다루는 것이 좋으며, 미팅을 통해 결정된 것이 전파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블리자드는 '미팅 없는 날(No Meeting Day)'을 개발팀마다 정하도록 해두었다. '미팅 없는 날'에는 미팅을 아예 하지 않는다. 하루 정도 미팅을 하지 않아도 결국 조직은 돌아간다는 것이다.

넥슨은 애드-혹(Ad-Hoc) 미팅을 주로 선호한다. 필요할 때 그때그때 간단하게 미팅을 하는 것이다. 이때 프로젝트 매니저들이 미팅에 참여해 사안을 결정한다. 또한 오래된 도구(Tool)인 이메일은 되도록 지양하고 주간 보고서를 권장하고 있다.
 
직군 간의 협업, 개발자와 QA의 충돌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QA의 가치를 높게 생각한다. QA가 중요한 이유는 제품에는 무조건 '버그'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일기예보 하듯이 수치로 설명해주는 품질 통계도 중요하다. 버그를 많이 찾고 고치는 것이 안정성 측면에서는 더욱 좋은 것이며, 제품의 완성도를 직접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QA다. 개발자가 코드 및 기술에 집중하는 반면, QA는 고객과 제품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블리자드는 오로지 게임의 재미를 테스트하는 게임 QA와 기술적인 문제를 다루고 점검하는 테크니컬 QA가 따로 존재한다. 블리자드는 내에서는 어떤 직원의 의견이라도 모두 들어주는 문화이기 때문에 협업이 잘 이루어지는 편이다.

넥슨은 임베디드 QA를 팀마다 한 명씩 배치해 처음부터 끝까지 테스터로서 함께하며, 개발자들의 개발 툴이 발전해가는 만큼 QA 또한 새로운 툴을 연구해 나간다.

품질이 좋아야 승리한다
제품의 품질을 결정짓는 것은 크게 비용(Cost), 시간(Time), 스코프(Scope) 등 세 가지다. 하지만 사람과 시간은 늘 부족하기 때문에 밸런스와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품질 유지는 단순히 제품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며, 제품 안에 있는 코드 품질, 테스팅 툴, 고객지원 팀, 사용자 경험, 개발 환경도 모두 포함된다.


블리자드의 경우 게임 자체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며, 넥슨의 경우 '코드 리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최근에는 자동화 테스팅과 데이터 분석도 많이 도입하고 있으며, 수치로 정량화 할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
 
디자이너와 아키텍트의 중요성
이 외에도 박 부본부장은 디자이너(기획자)와 아키텍트의 중요성 또한 언급했다. 기획자와 기술 총책임자가 따로 있어야 하며, 파이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전문화된 디자이너와 아키텍트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박 부본부장의 설명이다. 특히 데이터 분석과 기획, 아키텍트와 클라우드를 모두 갖춰야만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리자드는 게임의 재미가 최우선인 조직인 만큼 이에 대해 다소 미진했지만, 최근 들어 그룹마다 아키텍트와 프로그램 매니저를 도입하는 등 체계적으로 조직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엔지니어들의 성장
더불어 내부에 존재하는 엔지니어들의 '성장'도 중요하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내부에 엔지니어링 레벨이 35가지가 존재하는 등 철저하게 관리한다. 일반적인 조직에서는 따라 하기 힘들지만, 초, 중, 고급 개발자 등으로 랭크를 잡고 '캐리어 패스'를 만들어줄 필요성은 있다.


블리자드의 경우 내부 인사이동이 매우 활발한 조직이다. 전채 채용의 약 30%가 내부에서 일어난다. 박 부본부장은 이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사내이동을 권장하는 것이 좋다. 내부에서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도록 하는 것 보다는, 다양한 일을 하도록 권장하는 것이 더 좋다”고 덧붙였다.

넥슨의 경우 각 팀에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주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팀 안에서도 개인이 열심히, 그리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려고 노력하며, 2~3주에 한번씩 면담을 하는 등 방향성을 잡아주고 있다.

자기개발과 커뮤니케이션
마이크로소프트는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을 매우 중요시 여긴다. 특히 박 부본부장은 'Always Consult Before Deciding(결정을 내리기 전에 의논하라)'라는 문장을 매우 강조했다. 혼자 결정하고 통보하지 말고 의논을 하라는 것이다. 내가 내리는 결정을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조직의 리더 또한 늘 소통해야 하며, 직원들을 '깜짝 놀라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 박 부본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리더에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예측성이다. 전 직원이 상관의 다음 행동과 계획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블리자드는 'Embrace Your inner geek(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봐라)'를 사내 모토로 삼고 있으며, 자기개발을 위한 다양한 클래스 교육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넥슨은 개인의 발전을 도모하는 내부의 문화를 중요하게 여긴다. 전문 코치를 통한 상담도 진행하며, 개개인의 능력을 살펴보고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잘하고 못하는지 조언한다. 특히 엔지니어의 경우 7가지 항목으로 구분해 개인이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좋은 매니저, 그리고 더 좋은 매니저
한편 박 부본부장은 내부 조직 관리자의 중요성 또한 언급했다. 특히 어떤 관리자가 좋은 관리자인지에 대해, '좋은 매니저(Good Manager)'와 '더 좋은 매니저(Great Manager)'로 구분했다. '좋은 매니저'는 모든 직원들을 존중하고 일할 환경을 좋게 만들어주는 것을 일컫는다. 반면 '더 좋은 매니저'에게는 '했던 말을 지키는 것'이 미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직원들을 깜짝 놀라게 하면 안 된다'는 룰과 일맥상통한다. 상황을 정리하고 우선순위와 기대치를 정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블리자드는 개발자들이 많이 모인 회사인 만큼 이러한 '관리' 측면이 다소 약한 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매니저 트레이닝을 통해 개선을 진행하고 있으며, 서로 식사를 함께 하며 각자의 고충을 공유하고 돕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넥슨의 경우 블리자드처럼 완전히 수평적인 구조는 아니지만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또 관리자들을 성장시키기 위한 평가 항목 중에서도 매니지먼트와 리더십 두 가지를 더했는데, 매니지먼트는 사람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을 일컫는다. 반면 리더십은 함께 일하면서도 조금 더 일에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조직의 변화
박 부본부장은 “앞서 설명한 것들을 토대로 조직은 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하나의 제품을 출시하면 그 팀을 완전히 해체하고 개편한다. 조직이 변화하지 않으면 고여서 썩게 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개선과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조직의 내공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블리자드는 특유의 열린 문화(Open Culture)가 특징으로, 조직 변화 측면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조직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꾸준히 개선을 이어나가고 있다.

넥슨의 경우, 비전과 제품, 조직, 기술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조직만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토대로 작은 변화를 계속해서 주고 있다.

박 부본부장은 “'변화'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을 꺼내는 순간 저항에 부딪히게 되기 때문이다. '조직을 다 갈아 엎을 것'이라는 기조로 억지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을 마치기에 앞서 그는 '깊게 변하라, 아니면 천천히 죽을 것이다(Deep Change, or Slow Death)'라는 문장을 인용하며 조직 및 개인의 변화에 빠르고 민감하게 반응하기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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