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직후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킨 '소녀전선'이 지난 6월 30일 국내 출시 1주년을 맞이했다.
'소녀전선'은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10여명의 소규모 동인 개발팀인 미카팀이 만든 두 번째 작품이다. 인디게임 '빵집소녀'의 세계관과 총기 의인화라는 마니악한 소재에서 출발한 '소녀전선'은 현재 중국, 한국, 대만, 글로벌에 이어 한 차례 불발됐던 일본에서의 서비스까지 준비하고 있는 인기 게임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주위 사람들 대부분이 다른 게임을 찾아 떠나 '소녀전선'을 플레이하지 않고 있는 지금, 바쁜 와중에도 '군수전선'을 하며 여전히 게임을 하고 있는 기자가 '소녀전선'의 1주년을 맞아 출시부터 지금까지 다사다난했던 1년을 돌아봤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소녀전선'의 흥행 돌풍
당시 '소녀전선'의 흥행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흥행 여부를 미리 점쳐볼 수 있는 사전 예약자 수가 약 20만 명으로 상당히 적은 편이었고, 이전에도 미소녀를 전면에 내세운 모바일게임이 시장에 존재했지만 '데스티니 차일드' 등의 일부 게임을 제외하고는 높은 인기를 구가한 게임은 그리 많지 않았다. 미소녀로 대표되는 일본식 '오타쿠'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리니지2 레볼루션' 등의 인기 IP를 활용한 MMORPG 장르가 일찌감치 대세로 자리잡은 국내 시장에서 '소녀전선'과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게임이 성공할 수 있겠냐는 의심도 목소리도 많았다. 실제로 '소녀전선'이 출시됐던 지난해 6월 말은 이미 인기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매출 상위권에 포진해 있는 시기였고, 심지어 출시 당시 X.D. 글로벌은 홍보나 마케팅을 대규모로 진행 하지도 않았다. 당시 광고의 수준은 중국 서버를 즐기던 유저들이 직접 카피라이트를 수정하라고 요청할 정도로 그 수준이 낮았다.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본 데에는 중국에서 개발한 그저 그런 수집형 모바일게임이라는 인식도 한 몫을 했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의 개발력과 기획력이 국내 업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지만, 비교적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하면 '삼국지'나 '서유기' 등을 활용한 흔한 양산형 모바일게임을 떠올릴 정도로 중국 게임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뛰어난 그래픽과 연출, 다수의 콘텐츠로 중무장한 국내 모바일게임을 '소녀전선'이 이길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쉽게 예단하지 못했다.
하지만 '소녀전선'은 대규모 마케팅, 유저들의 경쟁심리를 자극하는 PVP 콘텐츠, 뛰어난 그래픽 등 국내 모바일게임이 주로 선보인 공식들과는 정 반대의 길을 걸었음에도 확고한 유저층을 보유한 대표 미소녀 모바일게임으로 자리잡았다. 여전히 이러한 시스템과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MMORPG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소녀전선'은 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현재까지도 탄탄한 마니아층의 지지에 힘입어 롱런하고 있는 인기 타이틀이 됐다.
등급 직권 재분류부터 'K7' 업데이트 잠정 연기까지, 다사다난했던 '소녀전선'의 1년
물론 '소녀전선'이 1년 동안 큰 문제 없이 탄탄대로만 달려온 것은 아니다. 비교적 자잘한 문제로 볼 수 있는 중복 결제 사건이나 각종 크고 작은 버그들은 애교다. 심지어 유저들은 공식 카페에 올라오는 공지사항에 오타가 있는 것 정도는 웃으며 넘기는 수준이 됐다.
이미 1년 가량 먼저 서비스되고 있던 중국 서버의 콘텐츠를 따라잡기 위해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된 업데이트 및 짧은 스킨 판매 주기는 비교적 최근 진행됐던 '특이점' 업데이트까지 계속됐다. 이 때문에 유저들이 심한 부담과 '현자타임'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대규모 전역 이벤트 중 '큐브 플러스'까지 모두 선보였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중국 현지와 비슷한 일정으로 업데이트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국내 유저들을 위한 즐거운 첫 번째 오프라인 행사가 되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행사 주최측인 '케이크스퀘어'의 안일한 준비 과정 및 현장 운영이 문제가 됐던 오프라인 행사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러한 오프라인 행사에서의 아쉬움은 '지스타 2017'과 'X.D. 팩토리' 등에서도 이어져 개선이 필요하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높다.
이 외에도 검열 되지 않은 일러스트를 특정 제조식으로 해제할 수 있는 일명 '666코드'와 관련된 게임위의 등급 직권 재분류 사태도 큰 논란을 낳았다. 당시 X.D. 글로벌은 발빠르게 대처해 '666코드'를 게임 내에서 제거하고 일러스트도 모두 검열 버전으로 수정해 애플 앱스토어 서비스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면했지만, '데스티니 차일드'나 '리니지M'과 같이 18세 이용가 버전과 12세 이용가 버전을 따로 운영해 달라는 유저들의 요구는 논란이 있고 난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 지난 3월 말 게임에 추가될 예정이었던 국산 총기 'K7'를 담당한 일러스트레이터의 개인 SNS 활동과 관련된 논란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해당 일러스트레이터가 개인 SNS를 통해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내용의 글을 지속적으로 리트윗 하는 등 극단적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X.D. 글로벌 측은 업데이트를 연기하고 해당 일러스트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빠르게 대처하면서 사건은 일단락 됐다.
'소녀전선'의 1주년이 보여준 의미와 가능성
'소녀전선'이 출시된 이후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그야말로 '다사다난(多事多難)' 이라는 사자성어가 가장 적합하다. 혜성처럼 등장해 MMORPG 일변도였던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흔들었고, 다소 주류에서 벗어나 있는 서브컬쳐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유저층을 확보하면서 국내 시장에 '오타쿠'를 타겟으로 한 게임도 잘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연달아 출시된 X.D. 글로벌의 '붕괴3rd'와 '벽람항로' 또한 업데이트가 이루어질 때마다 가파르게 차트를 역주행하며 저력을 과시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국내 시장에서 롱런하며 가능성을 보여준 '소녀전선'은 그동안 지쳐있던 유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게임 내외적으로 크고 작은 논란을 겪으면서 서비스를 이어왔고 결국 1주년을 맞이했다. 이를 단순히 수많은 중국의 미소녀 게임 중 하나가 이례적으로 운 좋게 성공한 것이라고 말한다면 의미가 퇴색된다. 점차 높아지고 있는 중국의 기획력과 개발력, 그리고 유저가 원하는 바를 잘 잡아낸 비즈니스 모델과 '오타쿠' 문화의 적절한 조합으로 이루어낸 1년 동안의 성과는 국내 게임업계에 울리는 경종으로 봐야 할 것이다.
'소녀전선'이 출시된 후 매출 순위 상위권에 진입하면서 흥행 청신호를 켰을 당시, 한 업계 관계자가 “도대체 왜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다. 단순히 과금 유도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인기가 있을 수 있는 것인지 의아하다”라고 한 매체를 통해 말한 것이 유저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이러한 '소녀전선'의 롱런을 국내 시장을 노리고 진출하는 중국 게임들의 이례적인 성공 신화로 치부하지 말고 유저들의 목소리를 쉽게 흘려 보내지 말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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