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디즈니 거친 '엔도 유지' 넷마블 재팬 신임 대표, 그가 말하는 일본 게임시장 공략

등록일 2018년07월20일 14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한국 게임사 중 일본 시장 공략에 가장 성공한 회사라고 하면 역시 넷마블을 꼽아야 할 것이다. 넷마블은 '세븐나이츠'를 일본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상위권에 랭크시킨 데 이어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서비스중이며, 무엇보다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해외 게임사들의 무덤이었던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매출 순위 1위에 올라 세계 게임업계를 깜짝 놀래킨 바 있다.

 

넷마블은 두 성공적인 타이틀에 이어 일본 시장을 타깃으로 한 다수의 신작을 준비해 왔다.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 '일곱 개의 대죄' 등 굵직한 유명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들이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

 

이런 와중에 지난 3월, 넷마블은 엔도 유지를 넷마블 재팬 대표를 새로 선임했다. 세가와 디즈니를 거치며 게임, 콘텐츠, 그리고 IP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진 엔도 대표는 넷마블 재팬을 이끌며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서는 한편 넷마블의 해외 개발기지로 넷마블 재팬의 위상을 재정립할 중책을 맡았다.

 

취임 후 5개월째를 맡은 엔도 대표가 향후 넷마블 재팬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에 한, 일 게임업계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넷마블 재팬의 동향을 현지에서 생생하게 취재해 전달해 온 기자가 엔도 대표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도쿄로 날아갔다.

 



 

도쿄 신바시의 넷마블 재팬 오피스에서 엔도 유지 대표를 만나 디즈니에서 넷마블로 옮겨와 4개월여를 보낸 소감과 향후 전략, 기대되는 라인업 등을 직접 들어봤다.

 

디즈니에서 넷마블로, 엔도 대표가 느낀 넷마블의 분위기
엔도 대표에게 가장 먼저 디즈니에서 넷마블로 옮기기로 결정한 계기와 넷마블 재팬 대표로 보낸 4개월여의 감상을 물었다.

 

"디즈니에서 넷마블로 옮긴 것을 특이한 케이스로 받아들이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제 캐리어를 보면 세가에서 시작해 소프트뱅크를 거쳐 디즈니에서 일하다 넷마블로 온 것이 위화감 없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가에서 3년, 소프트뱅크에서 5년, 그리고 디즈니에서 13년 동안 일하고 넷마블로 온 것인데, 사실 모든 회사에서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을 해 왔던 터라 넷마블에 온 것이 새로운 필드로 옮겨왔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세가 시절 게임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소프트뱅크 시절에는 엔씨 재팬 설립 등에 관여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게임업계, 그리고 한국 게임업계와의 친화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넷마블은 디즈니와 다양한 협업을 하는 회사라 어떤 회사인지도 알고 있었습니다.

 

실제 넷마블 재팬에 들어와서 느낀 점은 제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재미있는 회사라는 것입니다. 이건 타이밍적으로 잘 맞아서이기도 할 텐데, 넷마블이 한국에서 먼저 성장해서 지금은 글로벌 컴퍼니로 확대해 나가는 상황입니다. 이런 면에서 내부에서 다양한 움직임, 챌린지를 시도하는 중이죠. 역동적이고 매우 재미있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넷마블은 '마블 퓨쳐파이트' 등 디즈니 IP를 활용한 세계적 히트게임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디즈니와 협력해 다양한 게임을 개발중이다. 게임업계에서 일한 경험도 있고 콘텐츠, IP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진 엔도 대표가 넷마블로 옮겨온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해도 될 것 같다.

 

자체 개발 게임으로 세계시장 공략한다... 엔도 대표가 그리는 넷마블 재팬의 미래
넷마블은 일본에서 세븐나이츠와 리니지2 레볼루션, 그리고 마블 퓨쳐파이트 등을 서비스해 인지도를 어느 정도 쌓은 상태이다. 특히 리니지2 레볼루션이 일본 1등 자리에 올라 관심을 모으며 인지도를 크게 늘렸다.

 

서비스 예정인 게임도 많아 넷마블 재팬의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작년에 한 층의 절반만 쓰던 것에서 1년 사이에 한 층 전체를 쓰고 있다는 것에서 쉽게 드러났다고 생각했더니 앞으로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오피스 이전 등도 고려해야 할 시기인 듯 보였다.

 

엔도 대표는 인지도가 어느 정도 올라왔지만 아직 더 배가 고프다는 입장. 넷마블이라는 이름만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만들겠다는 포부와 함께 향후 넷마블 재팬을 서비스만 하는 게임사가 아닌 좋은 게임을 개발해 세계에 전하는 게임사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넷마블 재팬에서는 일본 유저들이 즐길 타이틀을 앞으로도 서비스를 잘 해 나갈 것입니다. 라인업이 많이 준비되어 있는데 힘을 기울여서 철저하게 서비스하는 게 저의 가장 큰 임무일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개발에도 공을 들일 계획입니다.

 

현재 넷마블 재팬이 서비스하는 타이틀은 한국에서 개발된 게 많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개발조직을 꾸리고 있는 상황으로 일본 유저들에게 친숙한 형태로 개발한 넷마블의 일본 게임을 세계에 전개해 나가는 형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넷마블 재팬의 규모는 더 커질 것입니다. 서비스해야 할 게임이 많고 그 게임들을 서포트해서 운영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도 조직 규모는 계속 커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엔도 대표가 이야기했듯 넷마블에서는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많은 타이틀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시장만을 위해 준비된 신작 타이틀도 많고, 기존 한국 및 글로벌에서 서비스가 진행된 타이틀을 일본 시장에 맞게 바꿔 서비스할 준비도 착착 진행중이다.

 

넷마블 최대 강점은 '그래픽'
다음으로 엔도 대표가 생각하는 향후 기대할 만한 라인업과 넷마블 게임들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넷마블의 강점은 역시 첫째는 그래픽 퀄리티이고 그 다음은 게임성입니다. 이 두 가지를 아주 잘 갖춘 게임을 제공하는 게 넷마블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저들이 PC로 즐기던 하이엔드 PC게임 수준의 게임을 스마트폰으로 즐기게 해 주는, 매우 높은 수준의 퀄리티가 넷마블의 특징이 아닐까 합니다.

 

캐주얼 게임 시대에는 그래픽을 크게 중요시하지 않았습니다만, RPG 계열로 시장 흐름이 넘어가며 원래 콘솔로 게임을 즐긴 경험이 많은 일본 유저들은 그래픽을 더욱 중시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인 퀄리티가 뛰어나야 하지만 특히 그래픽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라인업을 살펴보면, 많은 타이틀 중 출시가 근접한 건 역시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와 '일곱 개의 대죄'입니다. 이 두 타이틀은 곧 나올 예정으로 정말 최선을 다해 준비중입니다. 한국에서는 관심이 덜할 수도 있지만 '요괴워치'도 주목해야 할 타이틀이죠. 레벨파이브와 함께 준비중인데 일본 시장에서 친숙한 IP로 재미있는 타이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MMORPG도 다수 준비중입니다. '테라M'의 일본 서비스와 함께 '세븐나이츠2' 같은 타이틀도 기대가 큰 작품이죠"

 

오랫동안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한국, 중국과 달리 MMORPG가 주류 장르가 아니었다. 사실 지금도 '리니지2 레볼루션'이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MMORPG 장르가 상위권에 여럿 자리잡은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MMORPG가 앞으로 주류 장르로 자리잡을 거라는 것은 분명하다는 게 기자가 만난 일본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망.

 

"MMORPG 장르는 일본에서 유행한 적이 없습니다. '리니지2 레볼루션' 전에 없던 시장을 '리니지2 레볼루션'이 만든 것으로, 일본 유저 중에도 MMORPG를 플레이해보고 재미있다고 느낀 사람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MMORPG 장르를 경험한 사람도 늘었습니다. 앞으로 나올 MMORPG는 일본 유저들에게 더 잘 받아들여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장 환경과 조건이 잘 맞아떨어진 것도 크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의 화면이 커진 것과 배터리가 커진 것 등이죠. 4G 통신이 확산된 것도 그렇고요. 전체적인 면에서 MMORPG처럼 많은 사람이 접속해야 하는 네트워크 게임의 플레이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것이 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엔도 대표의 설명이다.

 

근래 한, 일 모바일게임 시장의 화두인 '모바일게임 유저가 감소세로 돌아선 상황'에 대한 넷마블 재팬의 전략은 '전 연령이 즐길 수 있는 타이틀을 늘린다'는, 당연해 보이지만 쉽지 않은 것이었다.

 

넷마블의 장기인 코어 유저 대상 RPG와 함께 전 연령 대상 게임도 충실히 서비스하겠다는 투트랙 전략이다.

 

"앞으로 모든 연령대가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많이 내게 될 것 같습니다. 글로벌에서 순항중인 '해리포터'도 있고 앞서 언급한 '요괴워치'도 있죠. 디즈니 IP를 활용해 준비중인 게임 등도 있고요. 10대부터 고연령층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연령층이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경우도 늘고 있고 아케이드와 콘솔부터 시작해 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일본에는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직 모바일게임을 즐기지 않는 유저가 처음 시작할, 즐기다 쉬고있는 유저들이 다시 돌아올 게임들도 넷마블이 제공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굉장한 자신감이다. 코어 유저를 더 확보하기 위해 미드코어, 하드코어 게임을 집중 준비중인 게임사도 있는 가운데 넷마블이 두 방향에서 모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 전망
마지막으로 엔도 유지 대표에게 향후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 전망을 들어봤다. 수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최상위권 게임들은 그대로 자리를 지킬 거라고 보는지, 해외 게임들의 가능성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장르적 변화는 없을지를 종합해 물었다.

 

"해외 게임들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크게 변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여전히 상위권에는 일본 타이틀로 가득하죠. 현재 상위권에 있는 게임들은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유지할 거라고 봅니다. 일본 유저들에겐 자기가 좋아하는, 친숙한 게임을 오랫동안 꾸준히 플레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 인기있는 게임들은 앞으로도 계속 인기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IP 기반게임, 퍼즐게임 등 기존에 인기를 얻은 장르에서 벗어나 새로운 게임들이 치고 올라올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유저들 중에는 새로운 장르, 신선한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일본 유저들에게 익숙한 캐주얼한 게임에서 벗어난 코어한 장르를 즐기는 유저도 늘어났다고 보고요.

 

무엇보다 모바일게임 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 큽니다. 스마트폰의 성능도 갈수록 좋아지고 네트워크 품질도 좋아지고 있죠. 환경이 변하면 즐기는 방식도 좀 변할 겁니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장르, 게임이 인기를 얻을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캐주얼 게임 중에도 인기를 얻는 게임은 계속 나오겠지만 좀 더 무거운 그래픽의 스케일이 큰 게임도 인기를 얻을 겁니다. 그런데 이걸 단순히 코어 유저가 늘어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말하는 코어 유저는 IP에 집중하는 유저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IP에 기반한 게임들은 계속해서 더 나올 것이고, 환경 변화와 맞물려 생각하면 콘솔로만 나오던 IP들이 모바일게임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늘어날 거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콘솔게임만 즐기고 모바일게임은 즐기지 않던 유저들이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경우도 늘어날 거라고 봅니다"

 

넷마블 재팬은 일본에서의 성공을 위해 넷마블 본사 개발팀들과도 적극적으려 협력하고 있다. 일본 유저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일본 유저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협의하며 일본 시장을 공략할 게임을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일본 시장을 공략할 '일본 게임'을 직접 만드는 단계까지 나아갈 계획. 엔도 대표의 바람대로 일본 유저들이 '넷마블의 신작이라면 기대할만 하다'고 인식하는 날이 올 것인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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