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오늘의 죽음은 내일의 밑거름이 된다... 에이치투 인터렉티브 '데드셀'

등록일 2018년08월22일 05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치킨에는 맥주, 탕수육에는 부먹, 모 국왕님께는 쌍검이 어울리는 것처럼 인디 게임과 '로그라이크' 장르는 궁합이 잘 맞는다. 1980년대 텍스트와 특수문자로만 이루어진 '로그'라는 게임으로부터 시작된 '로그라이크' 장르는 무작위적인 스테이지 구성, 확률에 기반한 시스템,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게임을 시작하는 등의 특징을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마니아 층을 보유하고 있다. 무작위성에서 오는 재미와 죽음의 패널티에서 오는 긴장감이 매력이지만, 오히려 이런 요소가 진입장벽이 되어 쉽게 접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바인딩 오브 아이작'을 시작으로 '엔터 더 건전' 등의 인디 게임들이 소위 '로그라이트(Rogue-lite)'라 불리는 장르의 게임들을 통해 '로그라이크'의 게임성을 바탕으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로그라이크' 장르가 가지고 있는 무작위성에서 오는 재미와 죽음의 패널티라는 특징을 살리는 한편, 다른 제약들을 완화하여 유저들이 쉽게 게임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한 것. 이런 '로그라이트' 장르의 게임들을 '로그라이크'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점차 많은 사람들이 '로그라이크'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로그라이크' 장르의 게임성을 차용한 '로그라이트' 장르의 인디 게임들이 연이어 좋은 성적을 거둔 가운데, 얼리 억세스 버전을 통해 유저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로그라이트' 게임인 '데드셀'이 정식으로 출시되었다. '데드셀' 역시 죽으면 처음부터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 하고 무작위로 스테이지가 구성된다는 점에서는 '로그라이크'의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다양한 시스템을 통해 유저들의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고 도전 욕구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로그라이트'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확률에서 오는 부담을 줄인 성장 시스템

 



 

기존의 '로그라이크' 또는 '로그라이트' 장르의 게임들은 흔히 '운빨' 게임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능력치나 부가적인 효과들을 아이템을 통해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얼마나 좋은 아이템을 획득하는지에 따라 게임의 전체적인 진행 난이도가 확연하게 달라지는 것. 무작위에서 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만 게임이 잘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유저가 느끼는 허탈함과 박탈감 역시 클 수 밖에 없다.

 

'데드셀' 역시 게임 진행 도중 무작위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지만 여기에 확정적인 성장을 제공하는 '두루마리 강화' 시스템을 통해 유저들이 좋은 아이템에만 기대지 않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플레이어는 스테이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두루마리를 통해 '잔혹성', '전략가', '생존술' 세가지 중 하나의 성향을 강화할 수 있다. 강화를 통해서는 플레이어의 체력과 각 색에 해당하는 무기의 공격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한 아이템이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공격력과 체력을 갖출 수 있다.

 



 

또한 색에 해당하는 무기의 공격력을 선택해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대부분의 '로그라이크' 장르의 게임에서는 플레이 초반 획득한 아이템에 맞춰 플레이 방식을 맞춰 나가는 것과 달리, '데드셀'에서는 무기의 공격력을 선택적으로 높일 수 있으며 무기들의 특성에 맞춰 색이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직접 캐릭터의 성장 방향을 주도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매 스테이지 종료 시 획득할 수 있는 '변이' 역시 확정적인 성장의 일환이다. '변이'를 통해서는 게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의 재사용 대기시간을 줄이거나 체력을 높이고 확정적으로 한 번 부활할 수 있는 등의 부가적인 능력을 획득할 수 있다. 이처럼 아이템 이외에도 플레이어가 강해질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제공하기 때문에 확률적인 요소에 기대지 않고도 성장할 수 있어 기존의 '로그라이크' 장르의 게임에 비해 성장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의미 있는 실패를 겪으며 성장한다

 



 

'로그라이크' 장르 게임의 주된 특징 중 하나는 죽음에 대한 패널티이다. 세이브 포인트가 있어 게임에서 죽어도 다시 부활해 도전할 수 있는 일반적인 게임과 달리, '로그라이크' 장르의 게임에서는 별도의 세이브가 없기 때문에 다시 처음부터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 여기에서 오는 긴장감이 '로그라이크' 장르의 매력이지만, 여기에서 오는 허망함과 허탈함으로 인해 다시 게임에 도전할 의욕을 상실하는 유저들도 많다.

 

'데드셀'은 회차를 거듭하면서 영구적으로 능력을 높이고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유저들의 도전 욕구를 자극한다. 게임 내에서 몬스터를 처치하면 '세포'를 획득할 수 있으며 각 스테이지 종료 시 세포를 활용하여 영구적으로 아이템을 잠금 해제하거나 별도의 능력을 해방할 수 있다. 특히 능력의 경우 생존에 필수적인 회복약의 사용 횟수부터 초기 골드 소지량 변화 등 게임의 원활한 진행에 도움이 되는 것이 많다.

 



 

특히 후반부 스테이지에 도달한 이후에는 아예 높은 등급의 아이템이 등장할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강화 요소가 등장하기 때문에 시간을 꾸준히 투자해 다양한 능력들을 얻다 보면 원활하게 최종 보스에게 도달할 수 있다. 이처럼 게임 플레이 도중 획득하는 재화를 바탕으로 게임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게임 오버를 겪더라도 실패가 아니라 의미 있는 성장의 시간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이 '데드셀'의 매력이다.

 

서사성이 부족한 스토리라인

 



 

제작진이 공식적으로 '다크소울'에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것처럼, '데드셀'이 게임 내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다크소울'과 유사하다. 흔히 '프롬(다크소울의 개발진) 식 서사'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게임 내에서 게임의 배경이 되는 세계관이나 인물들의 관계, 설정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대신 난해한 서사 전개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유저들이 단서들을 바탕으로 직접 이야기를 추론해야 한다.

 



 

'데드셀' 역시 게임 내에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풀어 설명하지 않는다. 그나마 게임 내에서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인과관계는 주인공 슬라임이 죄수의 몸에 붙어 그를 움직인다는 것과, 어떤 역병으로 인해 마을이 황폐화 되었다는 것 정도. 게임을 진행하면서 만날 수 있는 인물들과 곳곳에 숨겨진 메모를 통해 어느정도 정황을 파악할 수는 있지만 게임의 후반부에 들어서는 주인공이 왜 이곳에 있는지, 왜 상대와 싸워야 하는지 등의 기본적인 맥락조차 파악하기 힘들다.

 

여기에 마지막 보스로 등장하는 '왕의 대리인'을 쓰러트려도 게임 내에서 이야기를 완결 짓지 않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느끼는 답답함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얼리 엑세스 버전부터 이야기의 미완결성과 부족한 서사에 대한 아쉬운 의견들이 많았지만 정식 출시 버전에서도 여전히 서사성이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장비 사이의 밸런스는 조절이 필요하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데드셀'에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장비를 선택해 원하는 방향으로 캐릭터를 성장시켜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장비의 능력이 너무 강력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장비 선택 폭이 그리 넓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

 

'데드셀'의 아이템 중에는 적에게 지속적인 데미지를 입히는 '출혈'과 적을 불태우는 '소각' 이외에도 적을 일정 시간 얼릴 수 있는 '빙결' 상태를 부여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다. 문제는 '빙결'과 관련된 능력을 지닌 아이템의 효율이 너무 뛰어나 다른 능력을 지닌 아이템을 활용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 '데드셀'은 일반적인 게임들보다 전투의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패턴이 복잡한 적들이 자주 등장한다. '빙결'은 적들의 발을 묶는 것은 물론 까다로운 패턴을 안전하게 격파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의 '필수 아이템' 수준이다.

 



 

반대로 적의 공격을 방어하고 피해량을 줄일 수 있는 '방패'의 경우에는 게임의 특성과 맞지 않아 자주 쓰이지 않는다. 적들은 대부분 여러 번 연속으로 공격을 하며 플레이어가 사망하는 대부분의 경우가 추락이나 적들에게 둘러싸여 집중 공격을 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방패로 이를 일일이 막기 보다는 '빙결'을 활용하여 안전하게 해당 상황에서 빠져나가는 플레이가 보다 안정적이다. 방패의 활용도가 떨어짐에 따라 방패에 집중되어 있는 '생존성' 육성 역시 외면 받는 현상에 대해서는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죽음을 극복하는 재미는 그대로, 부담은 보다 덜하게

 



 

'로그라이크' 장르에서 유저들의 부담을 덜어 진입장벽을 낮춘 '로그라이트' 장르의 게임들이 인디 게임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가운데, 정식 출시를 완료한 '데드셀'에서는 유저들의 편의성을 최대한 배려하는 한편, '로그라이크' 특유의 긴장감과 재미를 그대로 전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확정적인 성장 시스템과 영구적인 능력치 강화 시스템을 통해 유저들이 죽음이 단순히 실패가 아닌 성장의 시간으로 느낄 수 있는 점이 '데드셀'의 가장 큰 매력이다.

 

다만 서사적인 완성도가 부족해 별다른 매력을 느낄 수 없는 스토리 전개 방식과 일부 장비의 능력치가 너무 좋은 데서 오는 장비의 활용도 문제는 수정이 필요하다. 특히 정식 출시 이후에도 스토리를 완결 짓지 않고 엔딩 이후에도 단순히 난이도나 제약을 높여 도전하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엔딩을 본 유저들이 다시금 도전할 계기를 마련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동안 '로그라이크' 장르의 게임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높은 진입장벽과 실패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쉽게 손을 대지 못했던 유저들이라면 '데드셀'을 통해 '로그라이크'에 입문하는 것은 어떨까. 플레이어의 플레이 방식에 따라 플레이 타임이 크게 달라지지만 대부분 30분에서 1시간 이내로 짧고 굵게 즐길 수 있는 만큼, 게임을 오래 즐길 시간이 부족한 유저들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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