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랜드로 이름을 알린 루벤 플레셔 감독의 첫 히어로 영화이자 '인셉션', '다크나이트 라이즈', '매드맥스' 등 다양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통해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톰 하디가 주연을 맡은 '베놈'이 호평을 받으며 330만 관객을 돌파, 성공적인 흥행기록을 만들어가고 있다.
베놈은 1984년 스파이더맨의 공식 빌런으로 처음 등장했지만 잠시 등장하고 사라진 다양한 빌런들과는 달리 스파이더맨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좀 더 기괴한 외형에 어울리는 강력한 신체능력(신체능력만으로는 스파이더맨 보다 강하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숙주에 기생한다는 외계 종족이라는 설정으로 다양한 확장성을 기반으로 해 첫 등장 후 지금까지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대표적인 빌런이다.
영화화된 베놈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멋있게 만들고 싶었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던, 그러나 그 다음이 기대되는 영화'로 평가할 수 있겠다. 히어로 영화를 즐겨 보지만 아직도 베놈이 어떤 영화일지 잘 모르겠다는 팬들이 있다면 개봉 전 예고편에서 보여주었던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시사회 이후 이어진 전문가들의 혹평, 그 중간 정도의 영화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
영화의 CG의 수준은 히어로 영화 치고는 보기 드문 저예산 영화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잘 만들어졌다. 캐릭터의 분위기와 성격을 반영하고 전신이 칠흑처럼 어둡다는 설정이라는 제약 아닌 제약 때문에 영화 속 거의 대부분의 사건이 한 밤중에 일어나지만 관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거나 어색하게 느낄 만한 요소는 없다. 특히, 추격신의 경우는 최근에 등장한 히어로 영화 추격신 중 캐릭터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로 손꼽아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사실, 이 영화 최대의 마이너스 요소라고 할 부분은 바로 스토리의 전개 방식과 캐릭터 정체성의 혼란이다.
이야기 부분의 경우 그럭저럭 전개가 부드럽게 이어졌던(원작 팬들에게는 썩 좋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아예 모르는 관객들이 이상하거나 어색하게 생각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의미다) 전반부와 달리 주인공인 '에디 브록'이 심비오트와 공생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되는 영화의 중반부터 결말까지의 스토리 전개가 원작의 이해 여부를 떠나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스킵이 되는 구간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매우 중요한 등장 캐릭터이자 완벽한 독립 개체로 표현되는 심비오트에 대한 설명이 단순히 우주에서 지구를 침공하기 위해 찾아온 외계 생명체 정도의 수준에 그친다. 여기에 처음에 보여준 잔혹하고 이기적인 성격의 심비오트가 돌연 영화 후반부에서 180도 바뀌어 남을 위하고 평화를 위해 싸우는 캐릭터로 바뀌는 계기를 단순한 '변심' 정도 수준으로 표현하는 등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베놈을 접하는 관객들은 물론 원작의 팬들 조차도 이해하기 힘든 전개 방식을 보여준다.
히어로 코믹스를 바탕으로 하는 원작이 영화와 되면서 설정이나 스토리는 각색이 될 수 있기에 원작에선 상당한 강자인 자신을 '루저'로 표현하는 베놈과 오히려 아싸 수준의 빌런이 1인자로 표현되는 라이엇의 설정상 괴리, 대거 유입되는 중국 자본으로 인한 다소 억지스럽게 보일 수 있는 중국스러운 설정들은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중간이 없는 이 영화의 스토리 전개 방식과 팬들이 기대했던 것과 다른 베놈의 모습 등은 후속편에서 확실히 해결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스토리의 경우 다양한 이슈로 인해 약 40여분이 삭제됐다고 알려지고 있지만 위에 언급한 것들을 과연 납득이 가능한 수준으로 바꾸는 데에 40분이라는 시간으로 충분할지는 미지수이며, 더군다나 소니가 공식적으로 삭제된 분량과 내용을 밝힌 적은 없다)
영화의 전체적인 컨셉이나 스토리 대신 하나의 캐릭터가 영화의 의미와 주제를 반영하는 영화가 있다. 베놈이 바로 그런 영화다. 원작의 설정을 일부 반영하고 영화를 위한 새로운 설정을 영화에 녹이는데 실패한 상황에서 얼굴의 3/1을 뒤덮는 눈(으로 추정), 하마라도 범접할 수 없는 치악력을 자랑할 것 같은 그로테스크한 턱, 개미핥기 정도는 우스운 수준의 흡사 아나콘다와 같은 혓바닥을 가진, 모습만 봐도 빌런의 냄새가 강하게 풍기는 캐릭터가 아무런 상황적 납득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덜컥 성격이 변하는 모습은 굉장히 안타깝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상영등급을 낮춤으로써 일단 베놈 알리기와 흥행에 모두 성공했다. 영화의 성공을 예상이라도 한 듯 소니는 '베놈' 시리즈 최대의 숙적 '카니지'를 후속 편에 안배했다. 장기적인 프렌차이즈 캐릭터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영화를 관람한 후 발생한 원작 팬들의 반발과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 영화팬들을 바라보며 소니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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