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키보드로 즐기는 리듬게임의 '그 찰진 손맛', '탭소닉 볼드'

등록일 2018년10월24일 17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기자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인생 첫 번째 리듬 게임은 'EZ2DJ'다. 오락실을 전전하며 짬짬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버튼을 누르던 예전 생각이 문득 든다. 'EZ2DJ' 이후에도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리듬게임을 즐겼고, 최근까지도 기자는 '뮤즈 대쉬'와 '사이터스2', '탭소닉 탑' 등 모바일 리듬게임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분명 내가 좋아하는 리듬게임이고 재미는 있는데,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종종 받곤 했다. 그 이유를 최근에야 깨닫게 됐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물리 버튼의 유무였다. '테크니카'를 처음 했을 때 어색했던 느낌 그대로 모바일 리듬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키보드로 즐기는 리듬게임의 '그 찰진 손맛'
최근에 진행했던 팀 아레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리듬 게임의 주 플랫폼이 최근 모바일과 아케이드로 변화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물론 '디제이맥스 리스펙트(이하 리스펙트)'나 '피아니스타' 닌텐도스위치 버전과 같이 콘솔 플랫폼으로도 리듬 게임이 종종 출시되곤 하지만 그 수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기자처럼 과거 '디제이맥스 온라인'이나 '디제이맥스 트릴로지(트릴로지)'를 추억하며 PC 플랫폼에서 키보드로 리듬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는 유저들이 있었을 것이다. 리듬게임을 하기 위해 태블릿을 구매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된 지금, '탭소닉 볼드(이하 볼드)'의 등장은 참으로 반갑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키보드로 즐길 수 있는 리듬 게임이 오랜만에 등장했다는 것은 상당히 큰 의미를 갖는다. 기자도 최근에는 터치 기반의 모바일 리듬 게임을 주로 즐기고 있는 입장에서, 과거 '트릴로지'를 플레이하며 느꼈던 키보드의 '찰진 손맛'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어서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앞으로도 모바일 플랫폼의 리듬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는 키보드만의 타격감이 '볼드'가 가진 차별점이자 강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치밀하고 재미있는 채보 구성과 적절한 난이도 조절이 동반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네오위즈가 가진 가장 큰 무기인 음원도 '볼드'만의 차별점이다. 얼리액세스 출시 기준으로는 기본적으로 '탭소닉' 시리즈에 포함된 음원들이 주로 포진해 있지만, 'First Kiss' 등 '디제이맥스' 시리즈에서 주로 등장한 음원들도 포함됐다. 아직 볼륨이 그리 크다고 할 수는 없으나 꾸준히 곡이 추가된다면 '트릴로지' 만큼이나 만족스러운 볼륨이 될 것 같다.

 



 

노트 가시성과 세부 편의기능은 아쉬워
하지만 키보드로 플레이할 수 있는 리듬 게임이라는 강점 외에 아쉬운 점도 많다. 우선 '볼드'가 모바일게임인 '탑'의 플레이 스타일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사선 라인을 채용했는데, 이 때문에 노트와 라인이 일치되지 않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 아쉽다. '디제이맥스'와 같은 일반적인 탑다운 방식의 리듬 게임에 익숙한 유저라면 노트가 쏟아져 나올 때 노트와 라인의 위치가 헷갈릴 수 있다. 탑다운 방식의 리듬 게임에 익숙한 유저라면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

 

또한 노트 자체의 가시성도 아쉽다. 특히 동시에 처리해야하는 노트에 씌워진 효과와 흰색 노트의 색이 동일하기 때문에 플레이 시 혼선이 온다. 물론 노트가 붉은색과 흰색으로 구분되어 있고 롱 노트와 슬라이드 노트에도 따로 선이 표시되기 때문에 적응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분명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노트 가시성 그리고 사선 라인에 더해, 일부러 라인 체인지 노트를 치지 않는 이상 수시로 라인의 개수가 변경되는 점도 혼란을 가중시킨다. 특히 게임의 특성상 2키, 4키, 6키가 수시로 바뀌는데 이를 자유자재로 플레이하는 것이 가능한 유저가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BPM 미표기, 키음 분리 및 종류 선택 불가능, '이지'부터 '익스퍼트'까지 네 단계로만 구분된 난이도 등도 아쉬운 점이다. 특히 난이도의 경우 큰 구분으로 나뉘어져 있어 이 곡의 해당 난이도가 어느 정도인지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체감이 되지 않는다. 난이도 표기를 하되, 해당 난이도에서도 몇 레벨 정도에 해당하는지 '리스펙트'처럼 표기가 되어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또 곡을 연달아 정해 플레이하는 '매쉬 업' 모드의 정체성은 아쉽다. '디제이맥스' 시리즈의 미션 모드와 원하는 곡을 빠르게 찾을 수 있는 '즐겨 찾기'를 합쳐놓은 듯한 신규 모드이지만, 아직까지는 이러한 플레이 경험이 따로 모드로 분류할 정도로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미션 모드처럼 목적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정해진 곡을 연달아 플레이하는 것에 그치기 때문이다. 다만 인터뷰를 통해 추가 기능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밝혔기에 향후 개선될 '매쉬 업' 모드에도 기대를 걸어본다.

 



 

앞서 언급한 다양한 아쉬운 점들은 이미 팀 아레스가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들여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왕정현 PD가 완성도를 높여 정식 버전을 선보이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밝힌 만큼, 향후 얼마만큼 개선된 결과물을 보여줄지 기다려진다. 특히 UI의 경우 아직 '탑'에 비해 투박하지만 이제 막 출시된 얼리액세스 게임이고, 독보적이면서도 세련된 UI를 보여줬던 바 있기 때문에 업데이트를 통해 뛰어난 UI와 연출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기대 반 걱정 반, '볼드'의 얼리액세스
한편, 게임 내적인 이야기에서 조금 벗어나 얼리액세스에 대해 조금 이야기하고 싶다. 이제 얼리액세스라는 '변명'은 더 이상 유저들에게 통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가까운 예로 '배틀그라운드'를 들 수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출시 이후에도 한동안 얼리액세스 단계에 머물렀고, 얼리액세스는 각종 버그에 대한 하나의 방패막이로 여겨졌다. 정식 버전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고, 완성도가 높아질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1.0이라는 이름을 달고 정식 출시된 이후에도 각종 버그와 지지부진한 업데이트, 여기에 불법 핵 프로그램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유저들의 불만은 현재진행형이다. '얼리액세스니까 두고 보자'라는 분위기와 기대감은 금세 실망으로 바뀌었다. '배틀그라운드' 뿐만 아니라 앞서 많은 게임들이 '얼리액세스'를 핑계 삼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때문에 유저들의 얼리액세스에 대한 불신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볼드'의 완성도는 아직까지는 아쉽다. 그리고 이왕 유료로 출시할 것이었다면 지금보다 더 게임을 다듬어 선보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짧은 개발 기간과 소수의 인원이 모여 만들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걷기 시작한 아기에게 뛰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볼드'는 4명이 모여 단 몇 달 만에 시험삼아 만든 타이틀이다. '리스펙트'나 '탑' 정도의 완성도를 당장 바라는 것은 당연히 무리다. 하지만 얼리액세스로 출시한 후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앞으로 팀 아레스는 유저들에게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무료가 아닌 유료로 판매되는 얼리액세스 게임이기에 더욱 그렇다.

 

유저들은 이제 얼리액세스를 단순한 미완성 게임으로만 인식하지 않는다. 마냥 기다려주지도 않는다. 살 떨리지만 현실이다. '배틀그라운드'가 그러했듯이, '볼드'의 정식 버전 결과물이 정말 기대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이유다.

 

앞서 아쉬운 점을 위주로 적었지만, 그래도 PC 플랫폼의 리듬 게임이 오랜만에 등장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막 첫 발걸음을 내딛은 '볼드'가 정식 버전에서는 '리스펙트'처럼 팬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리듬 게임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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