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에판타지의 '전함소녀' 글로벌 서버가 오픈되면서 국내에서도 정식 서비스가 시작됐다. 흔히 말하는 '코레류 게임' 중 하나인 '전함소녀'는 2014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해 올해로 벌써 서비스 4주년이 넘은 장수(?) 게임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칸코레'의 등장 이후 비슷한 함선 모에화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전함소녀'도 이러한 흐름을 타고 등장한 게임 중 하나다. 하지만 당시 국내에서는 판타지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수집형 RPG와 캐주얼 게임들이 대세였다는 점, 글로벌 서버나 한국 서버를 통한 국내 시장 진출에 대한 게임사들의 의지가 낮았던 점, '미소녀' 또는 '모에화'라는 소재에 대한 수요가 적고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지 않았던 점 등 다양한 '어른의 사정'으로 인해 4년이 넘을 정도로 서비스한 시간이 오래되었음에도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게임이기도 하다. 이유를 장황하게 적었지만 사실 가장 유명하면서도 성공적으로 국내 시장에 안착한 케이스를 들자면 '소녀전선'과 '벽람항로'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소녀전선', '벽람항로', '붕괴3rd' 등의 중국 출신(?) 미소녀 게임들은 물론이고, '에픽세븐'과 '페이트/그랜드 오더' 등 다양한 게임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치열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전함소녀'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실 출시 이전에 '렉싱턴'의 비키니 피규어를 구매하며 알게 된 게임이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본 적은 없었기에, 아직까지도 '소녀전선'을 플레이하고 있는 입장에서 사실상 같은 장르의 게임들 중에서는 나름 선배(?)라고 할 수 있는 '전함소녀'는 어떤 모습인지 살펴봤다.
상대적으로 낮아진 접근성은 'GOOD'
'칸코레'를 해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강철의왈츠'나 '소녀함대', 혹은 '소녀전선'이나 '벽람항로'와 같은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접근성은 상당히 큰 장점이다. 인게임 자원을 사용하는 함선 건조, 전투시 진형을 골라 유리한 전투가 가능하도록 하는 진형 선택, 플레이어의 개입이 불가능한 랜덤 전투, 강화와 개조, 수없이 많은 장비 등 닮은 점이 상당히 많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실 '전함소녀'도 '칸코레'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게임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 '소녀전선'을 중심으로 한, '칸코레'의 게임 시스템에 영향을 받은 게임들이 국내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면 상당히 낯설게 느껴졌을 것 같다.
마찬가지로 유료 재화 부분도 상당 부분 닮아있다. 외형을 바꿀 수 있는 스킨이 제공되고, 뽑기가 아닌 정가 구매가 가능한 방식이다. 마음에 드는 캐릭터에게 선물할 수 있는 서약의 반지 같은 아이템도 당연히 존재하고, 도크나 욕실, 무기고 등 편의 기능과 숙소를 꾸미는 가구 구매에 유료 재화가 필요하다. '코레류' 게임의 특징들 대부분이 게임에 녹아있기 때문에, 이러한 게임에 거부감이 없는 유저라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후발주자만의 차별화 요소 없어 아쉬워
앞서 설명하기로는 쉽게 적응할 수 있어 장점이라 했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단점으로도 보일 수 있다. '칸코레'의 등장 이후 쏟아져 나온 '코레류' 게임들이 각각 자신들만의 새로운 시스템이나 콘텐츠로 무장해 차별화를 꾀했지만 '전함소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소녀전선'은 판을 놓고 제한된 턴과 이동 회수로 최대한의 효율을 고민하게 하는 전략성과 함께 실제 전투에서의 컨트롤이 동시에 요구된다. 몰입도가 높은 스토리도 장점이자 차별점이다. '벽람항로'는 (오토 플레이가 아니라면) 다소 수동적이고 운에 맡기는 전투에서 벗어나, 유저가 컨트롤 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라이트한 횡스크롤 슈팅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전함소녀'는 SD 캐릭터가 등장하고 공격을 주고 받는 효과는 나올지언정 진형을 선택하거나 추격 여부를 고르는 등 극소수의 선택지 외에는 전투에 개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번 글로벌 서버가 아닌 중국 현지에 첫 등장한 시기가 2014년으로 상당히 오래 된 게임이고, 또 '칸코레'에 영향을 받은 게임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전함소녀'의 심심한 게임성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닌 말로 '전자식물'을 키우는 것과 같이 수집과 육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지일 수 있지만, 이미 그러한 콘텐츠로 승부를 보고 있는 대체재는 수도 없이 많다. 또 '전함소녀' 조차 '칸코레'의 후속으로 등장한 하나의 '대체재'라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캐릭터를 모으고 육성한 다음 시뮬레이션 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소녀전선'이나 '벽람항로'와 같이 수집과 육성, 전략적 플레이에 더해, 전투에 자신의 직접적인 개입이 필요한 것을 선호한다면 게임에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구조다.
완성도와 출시 시기가 더욱 아쉬운 '전함소녀'
사실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전함소녀' 게임 자체에 대해 실망 했다기 보다는, 국내 서비스 시기가 매우 아쉬운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된 게임이기에 게임성은 제외하고 생각하더라도, 출시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딱히 가정을 하면서까지 '전함소녀'를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만약 '소녀전선'이나 '벽람항로'가 출시되기 전에 국내에서 같은 전략을 구사했다면 결과가 어땠을지 궁금하기는 하다. '전함소녀'가 적절한 타이밍에 국내 시장에 출시되었다면,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며 흥행 돌풍을 불러 일으켰을까? 솔직히 확답하기 어렵다. '완소여단'이나 '여신의 키스' 등 비슷한 게임들이 이미 다수 출시됐었지만 썩 좋은 성과를 거두진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선점효과가 분명 크지만, '소녀전선'을 시작으로 일어난 '모에화', '미소녀' 게임들의 깜짝 흥행 돌풍은 단순한 선점 효과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점도 되짚어볼 일이다. 수많은, 그리고 비슷한 게임들의 쓸쓸한 말로(末路)를 지켜봤기에 더욱 '전함소녀'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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