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6년 만에 다시 만난 환상의 콤비 랄프와 바넬로피,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

등록일 2019년01월15일 10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닌텐도의 대표 게임 시리즈 중 하나인 '동키콩'의 보스 '동키콩'을 모티브로 한 주인공 '랄프'가 등장하는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이하 주먹왕 랄프2)'가 지난 3일 국내 개봉했다.

 

이번 작품에는 동물 세계를 배경으로 편견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고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캐릭터들이 친구가 되는 과정을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그려내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까지 큰 인기를 모았던 '주토피아'의 리치 무어와 필 존스턴 콤비가 참여해 관심을 모았다.

 

사실, 주토피아보다 앞서 이들이 편견에 대해 이야기 한 작품이 바로 주먹왕 랄프2의 전작 '주먹왕 랄프'이다. 생김새가 험상 궂고 게임 내 악당이라는 이유로 소외만 당했던 랄프가 버그가 있다는 이유로 레이스에서 제외 당하고 외톨이로 지내고 있는 '바넬로피'를 만나 친구가 되고 중요한 것은 외형적인 모습이 아니라 내면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 주먹왕 랄프.

 

이미 개봉전부터 두 주인공이 오락실 세상을 넘어 광활한 인터넷 세상을 여행한다고 알려졌던 주먹왕 랄프2. 과연 두 주인공은 이번 2편을 통해 무엇을 얘기했을까.

 

랄프와 바넬로피의 성장

 


 

2012년 개봉한 주먹왕 랄프와 미국을 기준으로 2018년 개봉한 주먹왕 랄프2는 실제 세계에서 6년의 시간적 차이를 갖고 있는데 작품 내에서도 이를 반영해 6년의 시간이 흐른 것으로 설정됐다.

 

6년간 랄프와 바넬로피는 낮에는 오락기 속에서 일을 하며, 밤에는 함께 놀러 다니며 한시도 떨어진 적 없는 단짝으로 지냈다.

 

주먹왕 랄프 세계관 속에서 80년대 게임의 캐릭터인 랄프에게 바넬로피는 약 20년 만에 생긴 친구인 만큼 6년 후의 랄프는 심리적으로 바넬로피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져 있었다. 또한 자신의 자리를 한 번 벗어났다가 오락실 속 게임 세상이 큰 위기를 맞았고 자신은 자신의 자리에 있는 것이 어울린다는 사실을 깨달은 랄프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현실에 만족하고 있으며 반복되는 매일에 대한 불만도 없다.

 

하지만 바넬로피의 입장에서는 달랐다. 바넬로피는 '슈가 러쉬'의 정식 캐릭터로 오르게 된 후 그녀의 특수 능력이 좋다는 것이 유저들 사이에서 알려지며 인기 캐릭터로 자리매김했으며 이 때문에 6년 동안 슈가러쉬의 전 맵을 끊임 없이 레이싱하게 된 것.

 

전작에서는 레이싱에 참가라도 하고 싶어 안달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반복되는 레이스에 싫증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 유저가 선택해서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로 트랙을 벗어나는 일반적인 캐릭터 상식과는 다른 행동을 한 것.

 

즉 전작의 경험을 통해 과도한 변화를 기피하는 랄프와 반복되는 현재가 싫어 큰 변화를 바라는 바넬로피는 친구이긴 하지만 정반대의 성향을 갖게 된 것이다. 내용을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결국 이 정반대되는 성향이 심리적으로 바넬로피에게 의존하는 랄프가 바넬로피와 함께 있을 때는 괜찮았지만 서로 떨어지게 됐을 때 가장 큰 문제를 발생시키는 계기가 되고 이를 극복하면서 둘은 성장하게 된다.

 


 

이번에도 화려한 카메오
전작 주먹왕 랄프는 아케이드 오락실이 배경인 만큼 '팩맨', '소니', '스트리트 파이터'의 '장기예프' 등 고전 게임의 캐릭터들이 카메오로 등장했었다.

 

하지만 이번 작에서는 그 배경이 인터넷 세상으로 넘어간 만큼 카메오들이 인터넷과 관련된 요소들로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네이버와 같은 검색 엔진 캐릭터부터 e-bay의 구매 알람 시스템 그리고 디즈니 커뮤니티의 디즈니 캐릭터들까지 각양각색의 캐릭터가 함께 등장한다.

 



 

그리고 그 중 가장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디즈니 공주들의 등장이 아닐까 생각된다. 주먹왕 랄프2에는 지금까지 2D로만 그러졌던 신데렐라, 벨, 백설공주, 아리엘 등을 포함해 엘사, 안나 등 역대 디즈니 대표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등장해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바넬로피에게 성장의 계기를 마련해 준 디즈니 공주들은 중요한 순간에는 그들의 능력을 100% 발휘해 위기의 순간 주인공들을 구해주는 걸크러쉬를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디즈니 공주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바로 엘사와 바넬로피가 대화하는 장면이었다. 그 이유는 한국어 더빙판을 기준으로 엘사와 바넬로피는 같은 성우인 소연이 연기했는데 두 캐릭터의 목소리가 전혀 다르게 들릴 정도로 성우의 표현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바넬로피와 엘사의 소연 외에도 성우가 겹치는 캐릭터가 일부 더 있어 그 것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한 편이었다.

 

구성의 아쉬움

 


 

주먹왕 랄프2를 보면서 생각났던 작품이 하나 있었다. 바로 지난 해 개봉했던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였다.

 

두 작품은 흥행작의 후속작이라는 점과 주인공이 큰 사건으로 인해 깨달음을 얻고 이전까지의 길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걷는 힘든 선택을 한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주인공이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나온다는 점 등 여러 부분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그렇게 비슷한 부분이 많은 작품이어서 그런지 두 작품은 단점도 비슷했다.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로 단숨에 인기 작가로 등극한 조앤 K 롤링이 직접 시나리오 작가로 참가하는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게임의 등장 인물들이 앞으로의 이야기 진행을 위해 발판을 쌓는 전체 스토리의 전개 역할을 하는 작품이다.

 

그 때문에 영화 내에서 할 이야기와 등장 인물도 많고 그 등장 인물들의 비중도 모두 중요한 편이어서 이를 구조적으로 잘 엮어 관객들에게 적절한 완급 조절로 지루하지 않게 내용을 전달하는게 중요했다. 그러나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영화의 서사를 짜는데는 미숙한 원작자 조앤 K 롤링이 각본을 맡으면서 엉성한 구조로 인한 지루한 중간 과정 끝에 겨우 결말에 다다르는 영화가 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런 문제는 주먹왕 랄프2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그나마 주먹왕 랄프2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보다는 중심인물이 적었지만 그들이 만난 까메오(인터넷 사이트와 그들을 의인화한 캐릭터)도 많았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사건들이 두서 없이 진행됐다. 또한, 이 과정에서의 스토리 완급 조절도 제대로 되지 않아 극의 단계에서 위기에서부터 절정까지 다소 지루하고 집중하기 어려운 구간이 존재한다는 점이 매우 아쉬웠다.

 

분명 주먹왕 랄프2는 예고한 것처럼 완벽하게 인터넷 세상을 의인화했고 알게 모르게 인터넷 세상의 즐거움과 함께 문제에 대해 지적하는 부분도 존재했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 즐겁고 중요한 장면을 엉성한 구조로 머릿 속에 크게 각인되지 않게 만들었다면 그 문제는 무엇 때문인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듯 싶다.

 


 

어쩌면 주먹왕 랄프2는 주먹왕 랄프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캐릭터들이 성장한 후의 마지막 결말의 내용도 그렇고 실제 생활에서도 아케이드 오락실이 온라인 게임 및 온라인 콘텐츠에 밀려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작품이 이후 어떤 이야기를 그릴지 쉽게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의 완성도와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법이 더욱 씁쓸하고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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