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인생을 열어준 '플레이스테이션2' 발매 초창기, 제품 카탈로그를 뒤적거리다 '귀무자2'라는 게임을 눈 여겨 보던 기억이 있다. 당시 기준으로는 유혈이 낭자하는 등의 잔인한 표현과 어두운 분위기의 게임 디자인 등 '어른들의 게임'이라는 느낌을 진하게 풍겼기에 당연하게도 '귀무자'를 접하지는 못해 아쉬움이 남았었다.
시간이 흘러 시리즈의 첫 작품이 출시된 지 어느덧 20주년을 바라보는 가운데, 다시 한번 '귀무자'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최근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나 '데빌 메이 크라이' 등 자사 인기 타이틀의 리마스터를 진행하고 있는 캡콤이 '귀무자'의 HD 리마스터 버전을 출시한 것. 아쉽게도 한국어를 지원하지는 않지만, 원작의 매력을 그대로 담는 한편 최신 기기 환경에 맞춰 화면 비율을 조정하고 조작감을 개선해 원작의 추억을 느낄 수 있다는 평가들이 많다.
'귀무자'에 대해 나름대로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던터라 '귀무자'의 플레이스테이션4 리마스터 버전을 플레이했다. 그래픽이나 카메라 시점 등은 분명 최신 게임에 비해 부족하지만 현대의 명작들과 비교하더라도 부족함이 없는 게임성에서는 '과연 귀무자'라는 느낌을 받았다.
더 넓고 선명해진 화면, 조작감 개선도 만족스럽다
기존의 리마스터 작품이 그러하듯 '귀무자'의 리마스터 버전의 가장 큰 변화는 화면 비율이다. 16:9에 맞춰 보다 넓어진 화면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픽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어딘가 어색한 느낌을 주지만, 눈이 어지럽거나 게임의 몰입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본 작품을 처음 접하는 유저라도 문제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단순히 화면 비율만 바뀐 것은 아니다. 원작에서는 십자키를 사용해 캐릭터를 조작해야 하는데, 캐릭터의 방향을 일일이 바꿔가며 게임을 플레이해야 해 불편한 점이 많다. 반면 리마스터 버전에서는 아날로그 스틱을 지원, 최신 게임 못지 않게 부드러운 조작이 가능하다. 원작의 조작감을 느끼고 싶은 유저들을 위해 십자키 역시 지원하는데, 플레이스테이션2로 원작을 즐겼던 유저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 밖에도 원작에서는 자막이 왼쪽 하단에 출력되던 것과 달리, 리마스터 버전에서는 화면 중앙 하단에 자막이 출력된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유저들의 편의성을 배려한 점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작중 보스 몬스터인 '여왕벌'의 첫 등장 장면을 무삭제로 만나볼 수 있는 점도 큰 변화. 북미 버전에서는 선정성을 이유로 해당 장면에 삭제되었던 것과 달리, 리마스터 버전에서는 음성을 일본어로 변경하면 해당 장면을 만나볼 수 있다.
단순하지만 화려한 액션, 시대를 앞서간 게임
그래픽과 사소한 부분 이외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귀무자'의 액션 및 게임성은 최근에 출시되는 다른 게임과 비교해도 부족한 부분이 없어 놀랐다. 공격의 경우 기력을 소모하는 필살기와 일반 공격을 제외하면 복잡한 커맨드 등의 조작이 없음에도 적과의 긴장감 넘치는 공방전이나 일망타진 등 시원시원한 액션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귀무자'의 상징과도 같은 '일섬' 역시 시대를 앞서간 시스템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많은 유저들의 분노를 유발한 '다크소울' 등 하드코어 액션 게임에서 주로 사용하는 '반격'과도 비슷한 개념인 '일섬'은 판정이 까다롭지만 그에 걸맞는 성능과 연출을 자랑하는 강력한 기술. 특히 1편에서는 '일섬'의 판정이 빡빡해 원하는 대로 '일섬'을 사용하지는 못했지만 '일섬'에 성공했을 때의 쾌감이 상당해 잠시 '귀무자'가 고전 게임이라는 점을 잊어버리기도 했다.
단순히 액션 일변도로 진행되는 단조로움을 막기 위한 여러 변곡점도 인상적이다. 주인공 '사마노스케' 이외에도 닌자 '카에데'의 시점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데, 마치 무쌍을 찍는 듯한 '사마노스케'와 달리 '카에데'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구간에서는 적을 피해 다니거나 퍼즐이 중심이 되는 등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인상적이다. 중간중간 머리를 식히기 위해 등장하는 퍼즐 들도 게임의 단조로움을 피하는 좋은 시스템이라고 느껴졌다.
액션의 연출과 사운드도 일품이다. BGM의 경우 원작에서 있었던 문제로 인해 대부분이 수정되었지만 여전히 게임에 몰입할 수 있을 정도로 만족스럽다. 연출은 당시 그래픽의 한계로 인해 최신 게임과 비교하면 부족하지만 칼이 부딪히는 사운드 등의 보조를 통해 칼로 적들을 베어 나가는 쾌감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원작의 가치를 그대로 담았지만 '한발 더'가 아쉽다
원작의 게임성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이를 최신 기기에 다시 옮긴 리마스터 버전 역시 만족스럽지만 리마스터 버전 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는 부족해 아쉬움이 남는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리마스터 버전의 총 플레이 타임은 최대 5시간 이내 정도로, 원작을 플레이해서 이미 진행 방법과 길을 알고 있는 유저라면 이보다 더욱 빠른 시간 내에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다.
아쉬운 부분은 메인 스토리 이외에는 추가적으로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엔딩을 보고 난 이후에도 도전형 콘텐츠나 기타 수집 요소를 제외하면 2회차 플레이를 위한 동기가 부족하다. 게임이 제공하는 수집 요소 역시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아 리마스터 버전 만의 '한발 더' 나아가는 콘텐츠가 부족한 점이 가장 아쉬웠다.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명작의 가치 증명, 시리즈 리마스터 만나볼 수 있을까
최신 기기에 맞춰 출시된 '귀무자'의 리마스터 버전은 인상적인 작품이다. 원작에서 보여주었던 '일섬'이나 다양한 액션 연출, 2명의 캐릭터로 나눠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 등은 과거 출시된 동시대의 게임은 물론 현대의 액션 게임과 비교하더라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시대를 앞서갔다는 느낌이다. 여기에 리마스터 버전에 맞게 조작 시스템을 개선하고 자막의 위치를 조정하는 등의 소소한 변화에서도 유저들을 위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
다만 리마스터 버전 만의 추가적인 콘텐츠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특히 원작의 플레이 타임이 그리 긴 편이 아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부분. 고전의 가치를 그대로 입증하는 것 이외에도 원작의 팬들을 위해 새로운 콘텐츠에 대해 고민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에 이벤트 영상을 건너뛸 수 없다는 점도 불편한 부분. '여왕벌'의 첫 등장을 여러 번 보는 과정에서 진지하게 게임을 포기해야 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귀무자'의 리마스터 버전을 플레이하면서 시리즈의 나머지 작품들의 리마스터 버전도 만나볼 수 있을지에 대해 기대가 간다. 2001년 출시된 '귀무자'가 그동안 리마스터 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가 '사마노스케'의 목소리와 모델링을 맡은 '금성무(가네시로 다케시)'를 비롯한 주연들의 로열티 때문이었지만 시리즈 첫 작품이 리마스터 버전으로 출시되면서 향후 시리즈의 리마스터에도 길이 열린 상황.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고전의 가치를 입증한 '귀무자'의 후속작들도 리마스터 버전으로 만나볼 수 있을지, 캡콤의 향후 라인업을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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