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와 리스폰엔터테인먼트가 '일'을 냈다. 깜짝 공개한 '에이펙스 레전드'가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포트나이트'와 '배틀그라운드'로 양분되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배틀로얄' 장르 경쟁의 불씨를 다시 당기고 있다.
게임은 별다른 출시 전 마케팅이나 사전 정보 공개 없이 지난 2월 5일 깜짝 출시됐다. '에이펙스 레전드'는 인피니티 워드의 핵심 멤버들이 퇴사 후 설립한 리스폰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배틀로얄 슈팅 게임으로, 리스폰엔터테인먼트는 SF 세계관의 하이퍼 FPS '타이탄폴' 시리즈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별다른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서비스 시작 3일 만에 동시 접속자 100만 명을 돌파한데 이어, 일주일 만에 누적 가입자 2,500만 명과 동시 접속자 200만 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에이펙스 레전드'는 특히 해외에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의 중심에는 개인 방송인들이 있다. 이미 전 C9 소속 프로게이머인 '슈라우드(Shroud)', 화려한 '포트나이트' 플레이로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스트리머 '닌자(Ninja)', 전 '댈러스 퓨얼' 소속 프로게이머인 '시걸(Seagull, 브랜든 라니드)' 등 유명인들이 꾸준히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에이펙스 레전드'의 상승세는 가파르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채 한달도 되지 않은 20일 기준 게임트릭스 점유율 11위(1.12%), 멀티클릭 점유율 10위(1.43%)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내에서 심의를 거치긴 했으나 아직 정식 출시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 별다른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리진'이라는 또 다른 낯선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되는 게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국내외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장안의 화제인 그 게임, '에이펙스 레전드'가 기존의 인기 배틀로얄 게임인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를 위협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 직접 플레이 해봤다.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의 속도감, 계속해서 벌어지는 전투
사실 기자는 '배틀그라운드'를 어느 정도 깊게 즐겨봤기에, '에이펙스 레전드'와 '배틀그라운드'가 큰 틀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 번째 게임에 들어가자마자 이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배틀그라운드'에서 가장 작은 맵인 '사녹'보다도 빠르게 느껴지는 게임의 속도감은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빠른 속도감은 게임 내 여러 가지가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것이었는데, 가장 처음 체감된 것은 빈번하게 벌어지는 전투였다. 60명이라는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의 인원이 참여함에도 불구하고(심지어 일부러 외곽에 떨어졌음에도) 시작 장소에서 전투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는 극히 적었다. 마치 매 판마다 '배틀그라운드'의 '밀리터리 베이스'에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오죽하면 쓸만한 총을 주워야 극초반 교전에서 이길 수 있으니 '총스스톤'이라는 별명까지 생겼을까 싶다.
또 조금만 이동하더라도 다른 스쿼드를 금세 마주치게 되고, 이는 곧 교전으로 이어졌다.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교전을 통해 상당한 속도감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인상적인 점은 지속적인 교전을 통해 속도감을 잡으면서도 교전 시간 즉, TTK(Time To Kill, 적을 죽이는데 걸리는 시간)가 길다는 것이었다. 회복 및 생존 수단이 많은 게임의 특성상 저격 무기들이 크게 활약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점은 '에이펙스 레전드'에서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 실컷 아이템을 파밍하고 난 뒤 허무하게 머리에 바람 구멍이 나며 로비로 돌아가는 '불쾌한 경험'을 하는 경우는 적었다. 20분간의 파밍이 수포로 돌아가는 부정적인 경험은 '에이펙스 레전드'에서는 없다.
'에이펙스 레전드'의 맵이 어느 정도 크기인지는 자세히 수치가 공개된 바 없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슬라이딩과 언덕 오르기, 집라인(Zipline)을 활용한 액션이 가능해 움직임 자체가 쾌적하게 느껴지고, 단시간에 멀리 이동할 수 있는 '점프 타워'와 같은 전략적 오브젝트도 존재해 차량의 필요성도 느껴지지 않았다.
인벤토리 관리 스트레스는 이제 그만, 간소화된 아이템 파밍 및 관리 시스템
또 게임을 플레이하며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이템 파밍과 인벤토리 관리였다. 우선 티어가 가시성 높은 색깔로 구분되어 있어 자신에게 필요한 아이템을 쉽고, 빠르고, 간편하게 골라낼 수 있다. 특히 흰색, 파란색, 보라색, 노란색 순으로 올라가는 아이템 티어 구분은 다른 게임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가능했다. 일명 '인간파밍'을 할 때 보이는 상대방 인벤토리 또한 무기, 탄, 장비 아이템, 총기 파츠, 소비 아이템 등 순서대로 구분되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매우 편했다.
또한 복잡할 수 있는 총기 파츠도 간소화 되어 있는데, 총기 파츠를 습득하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총기에 맞는 것이 자동으로 장착된다. 습득하기 전에 끼울 수 있는 슬롯이 있는지, 종류는 맞는지도 아이콘으로 표시되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총기 별로 필요한 파츠들이 나뉘어 있지만, '샷건 볼트' 등 아이템 이름으로 유추하거나 설명을 읽어보면 되는 문제여서 큰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 외에도 편한 기능들이 많은데, 우선 배율이 적용된 조준기는 일일이 갈아 끼울 필요 없이 시프트 키로 배율 조절이 가능하다. 또 인벤토리에서 버릴 아이템의 개수를 일일이 정하지 않아도 클릭 한번으로 알아서 적절히 나눠서 또는 모두 버리는게 가능하다. 아이템 파밍과 인벤토리 관리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적다는 점은 매우 큰 장점이다.
음성 채팅이 없어도 의사소통이 되는 '똑똑한' 핑 시스템
'에이펙스 레전드'의 시스템 중 유저들에게 가장 호평을 받는 것이 다름 아닌 핑(Ping) 시스템이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도 상당히 완성도가 높고, 왜 이제서야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에 도입되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편리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 적 위치와 아이템 위치를 알려주는 유사한 시스템이 있기는 하다.)
특히 멀티플레이 게임에서 음성 채팅이 반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은 요즘 등장한 '에이펙스 레전드'의 핑 시스템은 참으로 반갑다. 모두가 음성 채팅을 하는 것이 의사소통에 있어 가장 좋은 것이겠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음성 채팅을 꺼려하는 유저도 있고 또 헤드셋이나 마이크가 없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아 불가능한 경우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간혹 언어가 달라 말이 통하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도 발생하곤 한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중국인과의 랜덤 스쿼드를.
하지만 '에이펙스 레전드'에서는 매우 간단한 조작만으로 핑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고, 대부분의 의사 전달이 가능해 음성 채팅이 없어도 큰 문제 없이 게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아이템의 위치 표시, 적 발견, 내가 사주경계하는 방향 표시, 이동 건의 등 다양한 종류의 핑이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별도의 음성 채팅 없이도 의사 소통에 큰 문제가 없다. 찍은 핑 포인트가 조금 더 크게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 외에는 특별히 단점이라고 꼽을만한 문제가 없다.
탄탄한 '슈팅'의 재미에 차별점으로 완성도를 더하다
또한 기본적으로 슈팅 게임이 마땅히 갖춰야 할 완성도에도 심혈을 기울인 것이 느껴진다. FPS 명가가 개발한 게임임을 증명하듯이 총기들의 쏘는 맛, 일명 '타격감'이 상당히 뛰어나다. 또 자신이 적을 맞췄을 때, 내가 적의 사격에 맞았을 때 나타나는 UI들도 직관적이다. '콜 오브 듀티'와 '타이탄폴' 시리즈를 개발한 핵심 개발자들이 포진한 리스폰엔터테인먼트 특유의 슈팅 게임에 대한 노하우가 잘 녹아 들어 있다는 느낌이다. 탄도학이 적용되어 있기는 하지만 캐주얼 하기 때문에 총기를 다루는 난이도 또한 너무 높지도, 또 너무 낮지도 않게 잘 조절된 점도 칭찬하고 싶다.
뿐만 아니라 '에이펙스 레전드'는 가장 기본이 되는 슈팅의 재미를 잘 살리면서도, 다른 배틀로얄 게임들과는 차별화되는 시스템들을 도입하며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이러한 차별화 요소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부활 비컨' 시스템이다. 기존의 배틀로얄 게임에서는 듀오, 스쿼드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도중에 사망할 경우 다시 그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에이펙스 레전드'에서는 팀원이 사망했을 때 남기는 '배너'를 일정 시간 내에 회수해 부활 비컨에 가져가면 팀원이 다시 전투에 참가하게 된다. 물론 맨손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패널티는 있지만, 로비로 다시 돌아가는 것 보다야 게임의 경험적인 측면에서 훨씬 낫다는 생각이다.
더불어 이 시스템이 있음으로 해서 팀이 적극적으로 교전에 나설 수 있고, 또 자신이 사망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언제든 게임에 다시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남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초반에 사망했다가 부활 비컨에서 살아난 후 우승을 한 적도 있다.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평하고 싶다.
변수를 만들어내는 '레전드'들의 스킬들
스킬을 보유한 '레전드'들을 다루는 재미도 뛰어나다. '에이펙스 레전드'가 어떤 게임인지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할 때, '오버워치'와 '배틀그라운드'를 적절히 합쳤다고 하면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게임에는 현재 총 8종의 '레전드'들이 존재하고, 각 '레전드'들은 패시브와 액티브, 얼티밋 스킬(궁극기)까지 총 3개의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적재적소에 활용하면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배틀그라운드'에서는 블루존이 생성되는 지역과 상황 판단, 자신의 에임 실력과 색적 능력, 파밍 여부 등이 우승이냐 아니냐를 가리는 요소였다. '에이펙스 레전드'에서는 여기에 더해 스킬 활용이라는 옵션이 더해져, 변수를 만들어내고 우승을 거머쥘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즉 '배틀로얄' 특유의 '운' 요소를 스킬 활용으로 극복해내는 재미가 상당히 쏠쏠하다는 것이다. 미리 유리한 곳에 자리를 잡은 상대 스쿼드의 포화를 '레이스'의 '차원 균열'이나 '방갈로르'의 '스모크 런처'와 '롤링 썬더' 등 스킬을 활용해 뚫어내고 챔피언을 차지하면 그 희열이 굉장하다.
기존 '배틀로얄' 단점 보완한 '완성형 배틀로얄', '에이펙스 레전드'
'에이펙스 레전드'는 기존의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에서 불편했던, 그리고 게임의 흐름을 방해했던 요소들을 대폭 개선한 '완성형 배틀로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음성 채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똑똑한' 핑 시스템과 함께, 늘어지는 파밍 시간과 이동 시간을 대폭 줄여 빠른 템포의 '배틀로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부활 비컨'과 '레전드'들의 스킬들을 추가해 기존에 경험할 수 있었던 '배틀로얄'과는 또다른 차별화된 재미를 느껴볼 수도 있다.
게임 외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우선 무료라는 점이 유저들의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배틀로얄' 게임들이 존재하지만, 어쨌거나 무료라면 한 번쯤 플레이 해보고 재미있다면 정착하고 아니면 언제든지 부담없이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 내 존재하는 스킨이나 대사 등의 아이템도 캐릭터나 총기 성능에 일절 영향을 주지 않아 문제될 것이 없다.
이제 막 첫 발걸음을 뗀 '에이펙스 레전드'는 이미 '포트나이트'와 '배틀그라운드'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다. 양분됐던 배틀로얄 장르 경쟁에 다시 불을 지핀 '에이펙스 레전드'가 얼마나 크게 흥행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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