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퀘어에닉스의 간판 개발자 중 하나인 요시다 나오키 하면 떠오르는 게임은 역시 '파이널판타지14'일 것이다. 하지만 요시다 프로듀서가 담당하는 프랜차이즈가 하나 더 있으니 바로 '드래곤퀘스트 빌더즈' 시리즈이다.
'드래곤퀘스트 빌더즈' 첫 작품은 '드래곤퀘스트' 1편 스토리와 연결되며 세계관과 IP를 활용한 서바이벌 샌드박스 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첫 작품인 만큼 단점도 있었지만 장점도 많은 게임이었다.
그리고 '드래곤퀘스트 빌더즈 2'가 나온다고 해 기대를 꽤 했는데, 나온 결과물을 보니 기대에 걸맞게 재미있는 게임이 된 것 같다. 전작의 장점은 강화하고 단점은 보강하며 새로운 요소도 도입한, 그야말로 교과서적인 속편이었다.
스크린샷 제공, 리뷰 협력: 爆乳P
기사 작성: 이혁진 기자
이 게임은 블록으로 만든 세계 속에서 '만들기'의 힘을 사용하여 모험을 펼치는 '블록메이크 RPG' 장르의 작품이다.
'파괴'를 숭배하며 '만들기'를 적대시하는 사교 집단 '하곤 교단'이 세력을 넓혀가는 세상에서, 빌더 견습생인 주인공은 '빌더'가 되기 위해 도전을 하게 된다.
매력적인 스토리
어느날 하곤 교단에 납치되어 배의 지하감옥에 수감되어 있던 견습 빌더였던 주인공. 의문의 장소로 끌려가던 도중 배가 침물호 미지의 섬에 포류하고 그곳을 해매던 기억을 잃은 소년 시도와 같이 포류당한 마을소녀 루루를 만나게 되고 의문의 하얀 노인에게 하얀섬을 빌더의 힘으로 부흥시켜줄 것을 요청받는다.
부제에도 나오듯 파괴신 시도가 왜 기억을 잃었는가, 어째서 빌더의 동료가 되었는가가 본 작품의 주요 스토리라인이다. '드래곤퀘스트2'에서 로토의 3용사에게 쓰러진 하곤 교단과 파괴신 시도가 어째서 아직 존재하는가 같은 의문을 풀어가는 스토리가 펼쳐져 시리즈 팬이라면 흥미진진하게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텔링은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별개의 이야기를 만든 것이 아니라 원작이라 할 수 있을 '드래곤퀘스트2'의 스토리와 파괴신 시도와 하굔 교단의 교주 하곤의 인물상을 새로운 측면에서 해석한 부분은 꽤 신선하게 느껴졌다.
주인공의 모험은 더 이상 외롭지 않다, 개선점과 장점들
게임의 기본적인 흐름은 주인공이 하얀 영감에게 양도받은 무인도 외딴섬을 부흥시키기 위해 이곳에 거주할 주민을 모으는 과정으로,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재료를 얻기 위해 다른 섬으로 떠나서 해당 섬에서 하곤 교단에게 고통받는 마을 주민들을 도와주고 주민을 외딴섬으로 영입해 오는 흐름으로 진행된다.
전작의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의미없는 마을 주민들과 외롭게 혼자 해야 하는 모험 부분이 상당 부분 개선되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마을 주민들의 의식주에 신경써써 식사, 거주, 목욕, 하수 시설 등을 생산해야 하며, 식량 수급을 위해 농장도 운용해야 하는 등 주인공이 건설하는 건설품에 여러가지 기능이 생겼다.
전작에서 주인공이 세계 유일의 빌더라는 설정과 달리 이번에는 모든 인간이 빌더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영입한 마을주민들은 모두 요리를 하거나 자체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고 심지어 설게도만 있으면 건설까지 도와주는 만능 도우미로 게임진행이 매우 편리해졌다.
주민들의 의식주를 단순히 충족시키는 게 아니라 주민들이 만족할 경우 빌더의 마음이라는 아이템을 드랍하는데 이걸 모아서 빌더 레벨을 올리거나 새로운 제작 레시피를 해금하는 등 실용적인 의미도 부여했다.
여기에 고정 동료인 시도와 함께 다양한 NPC와 마물들을 동료로 영입할 수 있다는 점도 '드래곤퀘스트 빌더즈2'의 장점이다. 몬스터의 경우 각각 특징이 있어서 주인공의 모험을 쾌적하게 서포트해 준다. 대표적으로 킬러팬서를 동료로 영입하면 킬러팬서를 타고다닐 수 있는데, 스태미너 소모 없이 달리기 속도로 이동이 가능하다. 여기에 기본 점프력도 뛰어나서 2단 점프까지 가능해진다. 전체적으로 지형이 썩 좋지 않은 '드래곤퀘스트 빌더즈2' 세계에서 반드시 영입해야 할 몬스터라 할 수 있겠다.
키메라를 영입하면 아예 하늘을 날 수도 있으며 킬러머신을 영입하면 혼자서 9마스에 한번에 물을 주고 한번에 수확하는 고기동 농사꾼이 된다. 기본적으로 농부가 커버하는 농작물 범위가 1마스라는 점을 생각하면 엄청난 효율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킬러머신을 2-3마리 영입해 두면 인간 농사꾼이 필요없어질 수준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기능이 있는 몬스터가 있으니 적극 활용하자.
주변 환경을 바꾸기가 용이해진 점도 개선점으로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드래곤퀘스트 빌더즈2'에는 다양한 빌더 도구가 추가되었는데, 리폼 기능을 통해 넓은 범위의 벽이나 바닥을 한번에 원하는 블럭으로 교체할 수 있고 메마름의 항아리는 모든 액체류를 저장하고 뿌릴 수 있어 강이나 연못, 온천은 물론 독늪이나 용암지대까지 빌더의 손으로 직접 생성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빌더 펜슬은 전작에 이어 2편을 플레이한 유저라면 누구나 만세를 외쳤을 아이템으로, 만들어진 건물의 설계도를 따올수 있는 장비이다. 설계도를 설치하면 마을 주민들이 알아서 건설을 해 주는 시스템과 함께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한다.
게임이 조금 재미없어 질 수도 있지만 콘테스트에 올라온 빌더들의 마을을 온라인으로 방문하여 거기에 지어진, 내 똥손으로는 도저히 건축할 각이 안 나오는 건물도 설계도만 따와서 내 마을에 건설할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재료는 본인이 모아야 하지만...
단점도 없진 않아
물론 단점이 아주 없지는 않은데, 마을 주민들의 기능이 많이 추가되어서 그런지 아무래도 인공지능이 아쉬울 때가 많다. 식당을 크게 만들어 줬는데 테이블을 한두개만 쓰고 나머지는 뒤에서 줄서서 기다린다거나 길이 있는데 이상한 절벽으로 이동해서 발버둥치고 있는 경우를 간혹 볼 수 있다. 할일이 산더미인데 멀리서 놀고 있는 경우는 쉽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작에 비해 고도제한이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고도제한도 아쉬웠던 부분. 천공성을 짓고 싶은 유저들이라면 모두 이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꼈을 것 같다.
또 본격적으로 섬을 꾸밀 시기가 오면 필연적으로 대량의 소재가 필요하게 되는데... 제작진도 많이 쓰이는 소재는 소재섬의 체크리스트를 통해 무한소재로 등록할수 있는 편의기능을 도입해 뒀지만, 무한소재로 등록되지 않지만 자주 쓰는 소재(대표적으로 솜이나 모피 같은 것)들은 필요한 만큼 직접 수집할 수 밖에 없어 피로감을 제법 느끼게 된다.
이런 아쉬운 점이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들은 3편에서 해결해줄 거라고 믿고 다음 작품을 기다려 봐야겠다.
총평
몇 가지 단점도 언급했지만 건설과 RPG를 잘 버무린,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게임이었다. 파고들기 요소도 충분하고 기본적인 완성도가 높아 '드래곤퀘스트' 시리즈의 팬은 물론 그렇지 않은 게이머들에게도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웰메이드 게임이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니 게임장에 하나쯤 보관해둘만한, 그런 게임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