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드 스튜디오가 6년 동안 개발했다는 '데이즈 곤'이 출시되어 플레이해 봤다. 출시 전부터 워낙 말이 많던 타이틀이라 걱정을 좀 했는데, 의외로 기자의 취향에 잘 맞는, 재미있게 쭉 플레이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빅 타이틀을 처음 개발해보는 벤드 스튜디오가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걱정을 했는데, 걱정했던 것처럼 군데군데 조금씩 완성도가 부족하거나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스토리를 적절하게 제시하며 인간, 프리커와의 전투, 대규모 호드와의 전투까지 오픈월드에서 좀비떼에 맞서는 서바이벌 전투를 잘 구현했다고 느꼈다.
그래픽이나 전투, 스토리는 취향에 따라 조금씩 평가가 달라지겠지만 합격점을 줄만했는데, 바이크 조작이나 세이브, 체크포인트 시스템, 인터페이스 부분은 아쉬움이 좀 더 컸다. 여러 면에서 '더 잘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스토리와 맵 구성 합격점
'데이즈 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창궐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플레이어는 현상금 사냥꾼이자 용병인 디컨 세인트 존이 되어 황폐화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실제 벤드 스튜디오가 자리하고 있는 미국 오레건 주의 중심부가 무대인데, 이 지역에는 설원, 사막, 화산 지대 같은 다양한 환경이 공존하고 있다. 게임에는 다이나믹한 날씨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어 몇 초 안에 여러 차례 날씨가 급변하기도 한다.
'데이즈 곤'에서는 '프리커'라 불리우는 생명체가 등장한다. '프리커'는 전염병이 창궐하기 이전에는 인간이었지만 전염병에 희생된 자들로 매우 호전적이고 위험하다. 이들은 기존에 널리 알려진 '좀비'들과는 달리 먹고 자고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특성이 있으며, 날씨에 따라 더욱 위험하게 변모하기도 한다. 특히 수백 마리가 한 개체처럼 동시에 움직이는 무리 '호드'는 매우 위협적인 존재인데, 중반까지 플레이어는 '호드'를 피해 다녀야 하지만 후반부에는 폭발, 화염 등을 활용해 호드와 대결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호드와의 전투는 시간도 꽤 걸리고 피곤해서 기자는 연속해서 하기는 좀 힘들었다.
개발사에서는 주인공이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는 게임이라고 했는데, 불행을 겪고 거칠어진 주인공이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건들을 겪으며 나아가는 모습은 어느 정도 설득력있게 구현했다고 느꼈다. 아쉬운 부분도 없진 않았는데, 속편에서 좀 더 나아간 이야기를 보여주길 기대해봐야 할 것 같다.
마을과 안전지역, 좀비 창궐지역, 인간 위협 지역 등이 상존하는 맵 구성은 현실 지형에 기반한만큼 꽤 실감나게 잘 묘사되었다. 다만 오토바이로 이동을 해야하는데 오토바이 조작이 썩 편리하진 않아 의도치않은 사망, 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세이브가 침대나 오토바이에서만 가능하고 체크포인트 사이 거리가 너무 멀어 다른 오픈월드 게임을 하듯 플레이하다 몇 시간 분량의 플레이를 날릴 수도 있으니, 전진 후 후퇴해 세이브하는 습관을 잘 들여놔야 한다.
좀비 소탕구역에는 좀비 소굴이 있고 일일이 불태워야 하는데, 갈수록 귀찮아진다. 수집 개념으로 이해하고 하면 크게 부담되진 않지만 화염병 재료를 늘 모으고 늘 화염병을 들고다녀야 한다는 점은 플레이를 조금 루즈하게 만들었다. 소굴에서 튀어나오는 좀비가 몇이나 될지는 예상이 안되어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데, 후반부에도 계속 긴장해야 하는 건 장점이자 단점이 될 것 같다.
군데군데서 느껴지는 2% 부족한 완성도
지난해 9월 도쿄게임쇼에서 벤드 스튜디오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빅게임을 처음 만드는데 어려움은 없나? 개발기간이 길어진 게 처음 해봐서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 기억이 난다. 당시 벤드 스튜디오 관계자들은 자신감을 보이며 AAA 타이틀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는데...
실제 게임을 플레이해 보니 우려대로 아쉬운 부분이 꽤 있었다. 바이크 조작, 이동, 인터페이스, 전투 등등 군데군데서 2%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완성도를 좀 더 끌어올렸다면 평가가 완전히 달라졌을 텐데, 개발사의 경험 부족이 크지 않았나 싶다.
특히 바이크 조작과 세이브-체크포인트 시스템이 불편했는데, 게임 내 유일한 이동 수단인 바이크는 게임 플레이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늘 타고다녀야 하지만 조작이 불편했다. 필수요소라면 좀 더 간편하게 해도 되었을 것 같은데, 조작을 불필요하게 어렵게 만든 느낌이다.
세이브가 바이크에서만 된다는 점과 체크포인트 간 거리가 굉장히 멀다는 점(좀비 지역에 진입해 완전히 처리하지 않고 사망하면 해당 지역 처음부터 다시 해야한다)은 오픈월드 게임을 처음 만들어본 탓에 나온 결과물 아닐까 한다. 수동세이브를 자주 해야한다는 점은 오픈월드 게임에서 근래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라 초반엔 굉장히 어색했다. 후반에 가며 적응해 적을 일부 처리하면 바이크로 돌아와 세이브를 하는 습관을 들였지만 이런 습관을 들여야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보인다.
프레임 드랍 현상을 겪는 유저가 많을 텐데, 그래픽도 전체적으로 괜찮은 수준을 보여주지만 2% 부족했다고 해야할 것 같다.
전체적으론 괜찮다, 차기작에 대한 기대가 생기는 게임
데이즈 곤은 벤드 스튜디오의 경험, 규모를 생각하면 이 정도로 완성해 낸 것도 놀라운 일이긴 하고, 전체적으로 합격점 이상은 줄 수 있는 게임이긴 했다. 개발 기간을 6년이나 보장해 준 소니의 인내심의 결과일 텐데, 아쉬운 점이 있지만 차기작에서 단점을 보완하고 나오면 꽤 괜찮은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기는 작품이기도 했다.
데이즈 곤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유비소프트 스타일의 오픈월드 게임과 '라스트 오브 어스'를 합친 것 같은 게임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괜찮은 스토리, 서바이벌 느낌을 살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에 수집과 지역해방 요소를 갖춘 오픈월드 게임. 완성도만 좀 더 끌어올려 차기작이 나온다면 소니에게 또 하나의 괜찮은 프랜차이즈 시리즈가 생기는 것 아닐까 싶다.
그나저나 주인공은 입은 거칠지만 사람들 부탁 다 들어주고, 뭐 해달라면 투덜대고 욕하면서도 결국 다 해주는 것이 너무 츤데레 캐릭터 아닌가... 배드애스를 기대한 유저라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는데, 게임에서도 결국 선해야 안심하는 기자같은 게이머라면 안심하고 플레이해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