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에서 선보인 '슈퍼로봇대전' 시리즈 최신작 '슈퍼로봇대전 T'를 플래티넘 트로피 획득 후에도 2주차를 더 진행했다. 이제 감상을 정리해 봐도 될 것 같다.
이번 '슈퍼로봇대전 T'는 팬들의 우려를 환호로 바꾼, 플레이스테이션 3, 어쩌면 플레이스테이션2까지 포함해도 가장 훌륭한 '슈퍼로봇대전'이라고 평가해도 좋을 수작이었다.
'슈퍼로봇대전 V'와 '슈퍼로봇대전 X'에서 느낀 아쉬움을 이번에는 거의 느끼지 못했다. 스토리, 연출, 볼륨 등 거의 모든 면에서 합격점을 줘도 될 것 같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2회차만 플레이하면 플래티넘 트로피를 획득할 수 있게, 트로피를 너무 쉽게 구성했다(?)는 점 정도일까. 일본판과 한국판의 트로피가 분리되었다면 플래티넘 트로피를 2개 획득해도 좋다고 느낄 정도로 만족스러운 게임이었다.
리뷰 및 스크린샷 협력: 게임포커스 리뷰어 김명훈
기사 작성: 이혁진 기자
그래픽 및 연출
흔히 이야기하는 '현세대 하드웨어에 걸맞는 그래픽'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모자라다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슈퍼로봇대전'은 어디까지나 원작 재현이 우선인 시리즈 아니겠는가. 명확한 한계 안에서 충분히 납득할만한 그래픽을 보여줬다.
Z 이후로 쭉 재탕해 오는 연출이 여럿 보이는데,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시리즈 특성 상 연출이 화려해질수록 예산과 인력이 크게 요구되므로 , 화려한 움직임보다는 포인트를 잘 짚으면서 인물 컷인으로 연출을 채우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T에서는 그런 연출이 경지에 도달해 재탕인데 재탕같지 않은 느낌을 받고, 새로 참전한 작품의 연출에는 특히 공을 들여 플레이 후반에도 연출을 스킵하지 않고 계속 보게 만들었다.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인터미션에서 대화 중 컷인이 사용되는 빈도가 늘어났고 인물 초상화가 다채로워졌다는 점이다. 앞선 시리즈에서 팬들이 어디서 답답함을 느끼고, 어디서 집중을 잃었는지를 잘 연구, 파악한 것 같다.
맵 그래픽이나 UI 등은 특별히 변화하지 않아 V, X, T를 맵화면만 보고 구별하기는 힘들 것 같다. 진보가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부족한 시간과 예산 속에서 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한 결과라 봐야할 것 같다.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를 플레이하는 타켓층이 명확한 상황에서, 타겟층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존작의 판매량을 위시한) 분석 결과로 보인다. 제작 비용이 빠듯한 상황에서 동화에 집중해서 화려한 연출을 보여주는 것은 특정 연출 몇개로 한정하고, 컷인을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적어도 T의 결과물을 보면 선택과 집중의 결과는 좋은 것 같다. T 뽕이 충만한 지금 느낌에서는 이 정도를 보여준다면, 재탕 계속해도 좋으니 1년에 '슈퍼로봇대전'을 2작품씩 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합격점을 넘어 고평가해 마땅한 스토리
근 수년 사이 플레이한 '슈퍼로봇대전' 중 단연 베스트였다.
타켓 연령층을 30대 이상의 직장인으로 명확하게 설정하고 전개한 듯한 설정과 이야기를 보여줬다. 주인공은 TF에 소속되어 있고, 매번 샐러리맨의 애환을 토로하며 작품 전반의 이야기를 함께 이끌어가는 것은 '10년전에는주인공이었던' 아저씨 부대(료마, 코우지, 아무로 등등)이다.
초반, 중반까지 늘어지는 부분 없이 적당한 밀도로 잘 조율되어 진행되고, 후반은 폭풍같이 몰아치는 전개를 보여준다. 속편에 대한 약간의 떡밥을 남긴 상태로 깔끔한 결말을 보여주는데, 속편이 나온다면 대환영이지만 처음부터 단편으로 끝낸다고 했다는 점이 걸린다. 판매량과 평가가 모두 좋았으니 검토해주면 좋겠지만...
후반의 전개가 너무 밀도가 높다는 점은 과거라면 작품을 쪼개 냈을 것을 하나에 압축해 낸 결과물로 보인다. 후반부 전개를 조금 느슨하게 하고 속편에서 마무리짓는 형태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추가된 시스템들
서포터 시스템(공용 정신기 개념)이 등장했는데 굉장히 편리하다. 서포터 시스템은 향후 시리즈에도 계승될 것이라 예상한다.
서포터 시스템은 작품에서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캐릭터들을 활용할 새로운 시스템으로, '묘수'라고 평가해도 될 정도이다. 작품에 등장시켜서 음성을 녹음해야 할 조연들을 모두 모아서 서포터로 등록해 버리면 비용은 비용대로 절감되고 유저는 유저대로 이벤트 씬에서 잠깐 보고 못보던 조연들이 전투에 참가하는 느낌을 받아 만족스럽다.
shoot down 시스템(전투준비화면에서 공격이 명중 시 격추 가능여부 표시) 등 편의기능도 추가되었는데, 단순하지만 이 정도로도 팬들은 크게 개선되었다는 느낌을 받으니 앞으로도 개발팀이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슛다운 시스템은 '행동종료 후 정신기 사용'처럼 신규유저 유입을 위한 유저편의 시스템이라는 느낌도 든다. 간단한 기능이지만 전투 중 예상 밖의 상황으로 리셋하는 빈도가 크게 줄어들었다.
총평
'슈퍼로봇대전'의 주 유저층은 30~40대 이상의 로봇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어른들이라 봐도 될 것이다.
'슈퍼로봇대전 T'에서 개발진은 전투 면에서는 좋아하는 로봇의 연출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게 최대한 쉽게 구성했고, 스토리는 원작 캐릭터 설정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콜라보를 진행하여 각 작품의 팬들이 즐길 수 있게 설계했다.
나오기 전에는 재탕이다, 매너리즘이다, 하는 사람만 한다 등등의 혹평이 자자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한 작품이라고 해야 할, 만족스러운 게임이었다.
플레이하면 할수록 한턴한턴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난이도도, 눈이 돌아갈만큼 화려한 연출도 좋겠지만, 결국 이 게임을 하는 이유는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 모여 축제를 벌이는 그 콜라보레이션에 있지 않겠느냐는 제작진의 웅변이 들리는 듯 했다.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에 한정해서 점수를 낸다면 10점 만점에 9.5점 정도를 매겨도 될 것 같다. 플레이스테이션2 이후 거치형 하드웨어로 나온 '슈퍼로봇대전' 중에서는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SRPG 장르에 거부감이 없다면 시리즈 초심자에게도 권할 만한 작품이었다. 이름만 알고 있었던 유저라면 T로 '슈퍼로봇대전'에 입문하면 될 것 같다.
'슈퍼로봇대전 T'는 아무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모두가 좋아할 그런 게임은 아니지만 팬들에게는 축복과도 같은 게임이었다. 어서 다음 '슈퍼로봇대전'이 나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