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가 '도타2'의 화려한 부활을 예상했을까.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기가 무색하게 국내에서 '도타2'의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2019년 1월 이후 지속적으로 이용자가 증가하며 3월 1주차 PC방 사용시간 순위에서는 2년만에 동시 접속자수 100만 명을 기록하는 등 역주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이 모든 성적은 '도타2'의 오리지널 모드가 아닌 유저의 커스텀맵(유즈맵) '오토체스'의 영향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오토체스'는 중국의 드로도 스튜디오가 개발한 유즈맵으로, '도타2'의 그래픽과 시스템을 활용해 총 8명의 유저들이 유닛을 조합하고 공격(Offense)과 방어(Defense)를 진행하는 일종의 배틀로얄 성격을 지닌 디펜스 게임이다.
게임의 열풍에 힘입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오토체스'와 유사한 이름이나 시스템을 사용한 게임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해 유저들의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는데, 마침내 오리지널 '오토체스'를 계승하는 모바일 게임이 등장했다. 드로도 스튜디오가 개발하고 Dragonest Game이 퍼블리싱하는 'Quto Chess'가 그 주인공. 특히 미흡하지만 한국어까지 지원한다는 점에서 국내 유저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PC로 즐긴 마지막 게임이 '오버워치'일 정도로 PC게임을 즐겨하지 않는 기자이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소문난 '오토체스'를 뒤늦게 모바일로 접하게 되었다. 유닛을 조합해 다른 유저들과 경쟁한다는 규칙은 단순하지만, 상황에 맞는 전략적인 판단을 하는 재미에 글로벌 시장에서 '오토체스' 열풍의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오토체스 모바일'은 현재 개발 중이며, 본 체험기에서 언급된 내용은 정식 출시 버전에서 변경될 수 있습니다.
랜덤 디펜스 기반으로 한 '오토체스', 순간 판단력이 핵심
'오토체스 모바일'을 논하기에 앞서 원작은 어떤 게임인 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오토체스'는 총 8명의 플레이어가 각자 대결하는 배틀로얄 형식의 디펜스 게임으로, 유닛을 조합해 더욱 강력한 캐릭터를 만들고 상대 플레이어를 이기는 것이 목표다. '스타크래프트'에서 한차례 유행했던 유즈맵인 '랜덤 디펜스'와 상당 부분이 유사한데, '오토체스'는 게임의 이름처럼 필드가 체스판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유닛을 배치한 뒤에는 캐릭터가 자동으로 이동하고 공격하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개입할 여지가 적다.
'오토체스'의 핵심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맞춰 매번 다른 전략을 세우는데 있다. 같은 종족 또는 직업의 유닛을 배치하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조합이 중요한데, 매 라운드가 끝난 뒤 구매할 수 있는 유닛이 무작위로 제공되어 원하는 조합을 갖추기가 힘들다. 그렇기에 사전에 다양한 유닛들의 시너지를 파악하고 유동적으로 자신의 전략을 수정하고 강력한 덱을 갖춰 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매 라운드마다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도 '오토체스'의 재미다. 라운드 종료 시 지급되는 5골드를 배치할 수 있는 유닛의 수를 늘려주는 레벨 업에 사용할 것인지, 조합과 맞는 유닛을 구매하는데 소모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라운드 사이에 주어진 30초 안에 유닛을 구매하고 배치까지 완료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적인 제약에서 오는 긴장감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입문은 간단하지만 게임을 알아갈수록 더욱 복잡해지는 것이 '오토체스'의 매력. 화려한 그래픽이나 유명 성우 없이 아이디어 하나로 '오토체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데에는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게임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얼굴 빼고는 전부 그대로, 모바일 이식의 모범사례
'오토체스 모바일'의 가장 큰 변화는 비주얼이다. 원작이 '도타2'에 종속된 유즈맵이었던 만큼, 모바일 버전으로 홀로서기를 시작하면서 '도타2'의 그래픽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이유.
이름과 외형이 전체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원작을 즐긴 유저들이라도 오리지널 캐릭터와 원작 캐릭터들을 바로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것이 어렵다. 단 직업이나 종족간 시너지 및 스킬들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작에서 사용했던 전략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다.
모바일 버전으로 이식되면서 UI를 비롯한 편의성이 크게 향상된 점도 '오토체스 모바일'의 장점이다. 원작은 '도타2'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했던 만큼 유닛을 구매하거나 배치하기 위해서는 짐꾼인 당나귀를 조작해야 했지만, '오토체스 모바일'에서는 터치 한번으로 영웅을 구매하고 쉽게 배치할 수 있다. 원작에서 당나귀를 조작하는 실력도 중요했던 점을 생각하면 모바일 버전만의 차별화 요소로 평가할 수 있다.
미묘한 번역 퀄리티, 발열 문제도 해결 필요
한국어 번역의 품질은 미묘하다. 번역기를 돌린 듯한 어색한 문장으로 인해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게임의 기본 규칙을 숙지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는 정도. 단, 시너지 효과의 번역 품질이 유독 떨어지기 때문에 관련 커뮤니티를 찾아서 효과를 숙지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직 개발 중인 버전 임을 감안하더라도 발열 및 배터리 소모량이 심각한 수준이다. '오토체스 모바일'은 원작과 동일한 시스템을 채택했기 때문에 하나의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길게는 40분 가량의 시간이 소모된다. 충전기 없이 외부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경우 배터리가 빠른 속도로 소모되고 금세 디바이스가 뜨거워지기 때문에 오래 즐길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향상된 접근성과 편의성이 장점, 원작과 동일 노선 걸을까
'오토체스 모바일'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과 편의성이 향상되었다는 점이다. 기존에 '오토체스'를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도타2'를 설치하고 유즈맵을 찾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모바일 플랫폼으로도 게임이 출시되면서 좀더 편하게 게임을 접할 수 있는 것. 여기에 당나귀를 조작해야하는 등 번거로운 점들이 많았던 시스템도 모바일로 플랫폼을 옮기면서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등 편의성 측면에서도 개선된 점을 엿볼 수 있다.
단, 원작과 캐릭터의 외형이 달라졌기 때문에 원작에 익숙한 플레이어들은 적응하는데 보다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도 유닛의 외형이 달라져 불편하다는 의견들이 많은 상황. 또한 한국어 번역 품질이 떨어진다는 점이나 발열 및 배터리 소모가 심하다는 부분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오토체스 모바일'과 원작이 동일 노선을 걷는지도 많은 유저들의 관심사다. 현재 모바일 버전은 원작에 비해 영웅의 능력치가 조금 다르며 최근 진행한 밸런스 패치도 원작과는 다른 방향성을 띈 만큼, 많은 유저들은 향후 모바일 버전과 PC버전이 다른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토체스' 광풍이 분지도 4개월이 지난 가운데, '오토체스 모바일'이 '오토체스'의 제2의 전성기를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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