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란드 시리즈 네번째 작품으로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키시다 메루의 캐릭터를 다시 만나볼 수 있게 된 '루루아의 아틀리에 ~알란드의 연금술사 4~'를 플레이했다. 전작인 '메루루의 아틀리에'가 2011년 나온 것을 생각하면 8년 만의 속편이자 후일담이다.
'루루아의 아틀리에 ~알란드의 연금술사 4~'(이하 루루아의 아틀리에)는 알란드 시리즈 1편의 주인공 로로나의 딸 루루아가 주인공이라고 해 '대체 아빠는 누구냐'며 출시 전부터 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연금술사들 좀 연애도 시키고 결혼도 시키고 행복한 가정 꾸린 모습도 좀 보여주고... 하길 바랐지만 기대와는 조금 다른 내용이라 살짝 실망했다.
리뷰 및 스크린샷 협력: 게임포커스 리뷰어 김명훈
기사 작성: 이혁진 기자
첫인상과 그래픽
'아틀리에' 시리즈를 꾸준히 즐긴 게이머라면 시스템 적응이 그렇게 힘들지 않을 것 같다. '피리스의 아틀리에'에서 경험한 이동 가능한 캠프에 '소피의 아틀리에'와 비슷한 '연금술이 기록된 책', 월드맵 이동은 '에스카와 로지의 아틀리에'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연금술은 알란드 시리즈의 그것에 '신비한' 시리즈의 연금술을 조금 섞은 느낌으로, 생각보다 복잡했다.
그래픽 면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4 베이스로 개발했다지만 여전히 조금 어색하다.
소피의 아틀리에도 피리스의 아틀리에도 '리디와 수르의 아틀리에'도 처음 게임에 들어가서 채집 튜토리얼 진행하는 동안 현세대기의 그래픽이라기엔 조금 부족하지 않나 하는 느낌을 받고, 일러스트와 3D 그래픽이 조금 따로 논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30분 정도 플레이하면 이후에는 그런 그래픽 부분은 아무래도 좋고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것도 그대로였다. 위화감 없이 처음부터 기분좋게 플레이하는 것은 또 다음 아틀리에 신작으로 미뤄야할 것 같지만...
아틀리에 시리즈는 UI를 최적화해서 쾌적하게 플레이하도록 제공하는 시리즈는 아니었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 루루아의 아틀리에는 그런 점을 감안해도 조금 아쉬웠다. 배경 장식은 화려하게 잘 붙어 있지만 정작 UI나 메뉴는 단조롭고 배치고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3D 연출은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는데, 특히 머리만 쏙 내밀고 엿보는 구도가 꽤 자주 나왔다. 비스듬하게 마차 뒤에서 셋이 머리만 내민다던가 하는 식의 연출.
주인공 루루아의 액션이 발랄하고 귀여워 일단 루루아가 나와 움직이면 위에 언급한 어색함이나 불만들은 대개 잊혀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래서 캐릭터가 중요하고 키시다 메루가 대단한 것인가 싶다.
3D 이벤트 장면에서 2D 일러스트 장면으로 넘어갈때 어색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점은 확실히 장점이다. 이런 연출을 위해 3D 연출의 어색함을 감수한 것으로 보인다.
초반엔 고생, 후반엔 편해지는 전투도 여전
전투 면에서는 리디와 수르의 아틀리에와 비슷하게 전열에서 특정 트리거를 만족하면 후열에서 어시스트 스킬이 발동하는 방식이다. 전열 3인, 후열 2인으로 전투에 돌입하게 되며 전열 a, b는 후열 A의, 전열 b, c는 후열 B의 어시스트 스킬을 발동시킬 수 있다.
루루아의 아틀리에만의 특징은 인터럽트 시스템. 연금술사만 행동 게이지와 별도로 인터럽트 게이지를 별도로 가지고 있고, 인터럽트 게이지가 가득차면 턴 사이에 강제로 끼어들어 (미리 장착해둔) 아이템을 사용 가능하다.
'궤적'시리즈를 플레이했다면 'S크래프트' 끼어들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인터럽트 시 사용하는 아이템은 자체 사용횟수만큼 횟수제한이 걸려있지만, 전투 후 횟수가 자동 회복되기 때문에 편리하게 사용 가능하다. 아이템에 인터럽트용 특성이 별도로 있는 경우(인터럽트 발동 시 50%확률로 횟수소모가 무시된다거나, WT가 반으로 줄어든다거나, 초기 인터럽트 게이지가 30% 채워진채로 시작한다거나 등)도 많고 캐릭터마다 인터럽트용 스킬도 존재한다.
대부분의 일반 공격은 어시스트를 발동시킬 수 없기 때문에 일반 공격과 스킬(어시스트가 2~3번씩 붙는)의 화력차이가 극심하며, 이때문에 MP절약 특성의 초중반 중요도가 매우 크다. 장비마다 MP절약 특성을 붙여두면 다 합쳐서 적용되기때문에 15% 3개 정도를 모아놓으면 어시스트 트리거 머신으로 활약 가능하다.
초반부에는 어시스트도 없고 장비도 없고 힐이 가능한 캐릭터도 중반까지 나오지 않는다. 여기에 소모된 아이템도 보충할 수 없는데다 스킬에 들어가는 MP 소모도 부담되어 상당히 버거운 전투가 이어진다.
게임이 중반에 접어들어 어시스트가 설정되고 아이템 보충이 가능해져 강력한 아이템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시점부터 대부분의 전투가 툭 치고 어시스트 3개 보고 툭 치고 어시스트 2개 보고 끝나는식으로 진행된다. 보스전도 인터럽트로 회복약만 잘 공급해주면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아틀리에 경험자 기준으로 보통 난이도는 초반만 조금 '귀찮다' 정도지만 루루아의 아틀레이로 입문하는 경우 초반부 전투에서 조금 어려울 수 있으니 초심자에겐 이지 난이도를 추천한다. 아틀리에 특성 상 하드 난이도가 돈벌기 쉽지만 의뢰 난이도가 높지 않아 돈이 부족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다만 아틀리에 시리즈의 전투는 초반 / 중후반(엔딩전) / 엔딩 후 특성작업이 완료된 시점에서 각각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후반부에서는 또 다른 양상이 펼쳐지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탐험 및 채집부터 연금술까지
시간제한 부분은 시리즈마다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데, 루루아에서는 중반부까지 미션에 시간제한이 없어 날짜와 상관없이 채집과 탐험을 즐길 수 있다. 모티베이션을 주고 선택과 집중을 돕는 차원에서 메인 미션만이라도 시간제한이 있는 쪽을 더 선호하는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
지역 기준으로 채집물과 몬스터 정보를 합쳐 30%의 정보가 개방되면 맵을 볼 수 있고, 50%를 채우면 보물상자, 파괴가능한 벽 등 오브젝트 정보가 맵에 표시된다.
전투 후 드롭 아이템에서 레어 아이템(보통 고품질)이 나온 경우 잘 보이게 표시해 주지만, 채집중의 레어 아이템은 아이콘에 반짝이는 표시만 해 둬서 인지하기 힘들다. 다만 매번 인벤토리 창이 나오지 않고 우하단에 획득 아이템만 쭉 올라가는건 환영할 만한 변화로 보인다.
연금술에서는 신비 시리즈의 테트리스 스타일이 삭제되고 특수 옵션(조합 결과물 1개 추가 / 조합 결과 사용횟수 1개 추가 / 방어력 상승 / 상태이상 방지 등)은 대부분 각성효과라는 이름으로 통합되었다. 별도로 조합 마지막에 연금아이템을 넣어 유니크한 효과(화/빙/뇌/토 게이지 반전, 품질향상 등)를 노릴 수 있다.
연금 시스템에 대해 최근 아틀리에 시리즈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어려워졌다'고 느낄 것 같다. 시스템 자체는 테트리스보다 간단해 보이는데, 간단한만큼 딱 정해진 제법을 요구하는 등 벽이 생겼다. '화염 속성을 최대로 맞춘 프람' 만들기에서 막혀서 헤메는 유저가 많을 것 같다.
스토리 구조는 소피의 아틀리에 연상시켜
로로나를 만나는 시점이 스토리의 중반이랄 수 있을 텐데, 이 부분까지는 소피의 아틀리에와 비슷한 전개를 보인다. 신기한 책을 만나고, 막히는 부분이 나오면 책에 해법이 나오고, 책과 연관된 신비한 캐릭터도 나온다.
다만 신비 시리즈 첫 작품답게 소피는 소피와 플라흐타가 서로 도와가며 모든 것을 해결하는 두 주인공의 모험이여기였라면 루루아는 로로나, 토토리, 메루루 등 전작 주인공들이 총출동하여 '어린 루루아의 어리광'을 지켜보는 입장이라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알란드 시리즈 팬이라면 선배 연금술사 셋과 함께 흐뭇하게 루루아를 지켜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모두가 궁금해하던 루루아 아버지는 누구냐! 라는 의문의 답은 조금 아쉬웠다. 마흔을 곧 넘길 로로나를 슬슬 결혼시켜줘도 괜찮은 것 아닌가...
소피, 네르케, 루루아를 비교해 보자
화사하고 밝은 그래픽과 미려한 2D 일러스트, 평온한 턴제 전투. 여기에 아기자기한 캐릭터 이벤트와 간단해보이지만 파고들 부분이 있는 연금술 등 시리즈 전통의 장점은 여전하다. 3D 그래픽 부분은 여전히 조금 아쉽고, 초반 적응이 쉽지 않으며 마을 주민들이 공기라는 것과 연금술이 의외로 어렵다는 점 등은 아쉬웠다.
전개가 비슷했던 소피의 아틀리에 및 직전에 나온 네르케와 전설의 연금술사들과 비교해 보면...
소 피: 둘이서 살아가는 이야기
네르케: 귀족님 트로피코 하신다
루루아: 흐에에엥 엄마를 찾습니다
소 피: 테트리스로 끼워맞추다가 두시간이 지난다(즐겁다)
네르케: 연금술사가 아닙니다
루루아: 아 화속성 두개 필요한데 하필 빙속성이랑 아 아 혈압(화난다)
소 피: 아시죠? 일 격 필 살
네르케: 전투란 게... 있었나요?
루루아: 후열 일하세요 후열 일하라구요
소 피: 아 소피 참하구나 플라흐타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렴
네르케: 네르케님 그래서 여기서 뭐하시는 거죠? 왜??
루루아: 어리광부리는 귀여운 딸 보는 느낌에 멘탈 강한 수르랑 비슷한 것 같기도
소 피: PS4 첫 작품이며 신비 시리즈를 여는 작품임을 감안해서 9/10
네르케: 외전이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시리즈 팬이라면 7.5/10 정도?
루루아: 중반까지의 평온한 스토리+평이한 전투에 연금술 등을 감안하면 8/10
총평
시리즈 팬으로서 몰입도가 상당했다. 그래픽이 어색하건 어떻건 게임 시작 후에는 아무래도 좋아진다.
해석할 페이지가 등장하고 -> 해석하기 위해 특정 행동이나 연금 조합을 요구하고 -> 가는 길에 의뢰도 받아서 해결하고 -> 돌아오면 새 조합식이 열리니 조합 재료를 모아 조합 -> 다시 해석할 페이지가 등장한다. 이런 루틴이 계속 반복되면서 어느 새 몇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그런 와중에 소소하게 캐릭터 이벤트(와 함께 납품해야할 일거리도 주고)가 가득해 시간은 더 빨리 지나가고...
스토리 진행이 꽤 빠른 편인데, 가려진 힌트만 보고 무엇을 해야할지 추측 가능한 아틀리에 고인물이라면 서장부터 4~5장까지 순식간에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파고들기 요소에서 연금술이 조금 귀찮다거나, 특성이 다 무난무난해서 장비 세팅이 캐주얼해졌다는 후반 평가를 제외하고 보면 알란드 시리즈를 쭉 플레이해 온 게이머라면 꼭 플레이해야할 작품이고(특별히 언급하지 않아도 이미 구매했을 것이다) 신비 시리즈로 입문한 팬들에겐 소피, 피리스, 리디와 수르를 섞어놓은 것 같다고 소개하면 될 것 같다.(구입하라는 말이다)
아틀리에 시리즈에 입문하려는, 아틀리에 시리즈 팬인 부모님을 둔 자녀분들께는 캐릭터 설정이 조금 마음에 걸리지만 일단 키시다 메루의 일러스트는 최고니까 문제없이 입문하시면 됩니다. 이 게임은 아무튼 귀여워요. 야생의 곰도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