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월요일에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기사를 정리하며 일주일을 시작한다. 대개 신작이 없으면 큰 변화가 없는 편이다. '리니지 형제'와 최근 출시된 '킹 오브 파이터 올스타' 등이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고, '소녀전선'이나 '페이트 그랜드 오더', '붕괴3rd' 등의 수집형 게임들은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면 TOP 10 내에 진입하거나 순위를 대폭 끌어올리는 식이다.
하지만 이번 주에는 유독 눈에 띄는 게임이 하나 있었다.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한 Habby의 '궁수의전설(Archero)'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나를 봐달라고 외치는 듯한 녹색 배경에 활 모양 앱 아이콘을 보니 갑자기 궁금해졌다. 애플 앱스토어에서만 1위를 기록한 것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궁수의전설'은 29일 기준 '리니지M'에 1위를 내줬을 뿐 여전히 2위에서 순항 중이다. 뿐만 아니라 구글 플레이에서도 상위권에 진입해 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플레이 영상과 스크린샷만 봤을 때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3N' 등 게임사가 대규모 마케팅을 펼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1위를 기록한 것이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에 그 자리에서 바로 게임을 플레이 해봤다. 과연 매출 순위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는 MMORPG와 수집형 RPG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기록한 '궁수의전설'은 어떤 매력포인트가 있었기에 흥행한 것일까.
터치와 드래그만으로 즐기는 로그라이트 슈팅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매우 간단한 조작 체계다. 캐릭터가 서 있으면 자동으로 공격한다. 화면을 드래그하면 이동한다. 전투에서 플레이어가 게임 내에서 해야 하는 조작은 이걸로 끝이다. 정말이다. 조작이 간단해서 배우기 쉽고, 복잡하게 생각할 이유나 부담도 전혀 없었다. 심지어 세로 인터페이스가 기본이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서있는 도중이라도 언제든지 켜서 가볍게 즐기기 좋았다.
이 외에 쏘고 피하는 슈팅 본연의 재미와 타격감도 잘 살아있어 만족스러웠다. 특히나 무기가 활 한 종류만 있는 것이 아니고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다 보면 낫이나 부메랑 등의 투척 무기도 얻을 수 있는데, 각 무기마다 공격력과 공격 속도가 다르게 설정되어 있어 취향에 맞게 다루는 재미가 쏠쏠했다.
게임을 몇 차례 하다 보니 그래픽과 UI가 상당히 익숙하게 느껴졌는데, 슈퍼셀의 '브롤스타즈'나 '클래시 로얄'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슈퍼셀과 유사한 그래픽과 UI 구성은 표절이라는 생각보다는, 반갑다 내지는 익숙하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그래픽은 크게 튀는 부분이 없이 아기자기한 느낌을 어필하고 있어 부담이 없었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UI의 구성이나 배치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기본적으로 UI는 좌우 스와이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구성되어 있었고, 아이콘의 크기나 위치가 적절하게 잘 배치되어 있었다. 특히 기자의 손이 남자 치고도 작은 편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아이폰7 기준으로 엄지 손가락 하나로도 대부분의 메뉴를 터치할 수 있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반복 플레이를 유도하는 다양한 장치들
이제는 인디와 로그라이크, 로그라이트를 뗄래야 뗄 수 없다. 많은 소규모 개발사들이 로그라이크, 로그라이트 장르를 채택하고 기존의 인기 장르(이를 테면 RPG나 어드벤처)에 덧붙이는 모습을 보여왔다. 모든 것이 아쉽고 부족한 인디게임 개발 환경에 있어 콘텐츠와 플레이 타임을 늘릴 수 있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장르이기 때문일 것이다.
'궁수의전설'도 이와 같은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물론 스테이지 볼륨이 부족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게임은 한 번 캐릭터가 쓰러지면 이전에 메인 메뉴에서 게임 내 재화(골드)를 통해 습득한 '재능'과 장비는 유지하되, 게임 내에서 얻은 '어빌리티'는 초기화되는 로그라이트 방식를 채택했다.
무작위로 주어지는 세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 매 게임마다 새로운 '빌드'를 구성하는 것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다만 게임의 조작 특성상 크게 쓸모가 없는 '후방 화살'이나 각도가 너무 넓게 설정되어 있어 의미가 퇴색되는 '사선 화살' 등의 스킬은 다소 조정이 필요해 보였다.
이 외에 '궁수의전설'에는 단순히 로그라이트와 슈팅을 결합한 것에서 더 나아가, 장비를 얻고 업그레이드하는 RPG 요소도 포함되어 있다. 비교적 간단하지만, 온전히 운과 자신의 컨트롤에 의존해야 하는 것 보다 훨씬 접근성 측면에서는 낫다는 생각이다. 또 아이템과 스크롤 파밍을 위해서라도 결국 반복적으로 플레이 해야 하므로, 게임사 입장에서는 플레이 타임을 늘려주는 '효자 콘텐츠'인 셈이다.
과할 정도로 부족한 '에너지'와 급격하게 높아지는 난이도 허들은 단점
물론 아쉬운 점이 없을 수는 없다. 가장 빠르게 체감되었던 것은 에너지 부족 문제다. 일정 수준 이상 플레이 하고 보니, 이미 많은 유저들이 단점으로 꼽고 있는 부족한 에너지 문제를 기자 또한 겪었다.
게임을 한 차례 플레이 하는데 5의 에너지와 약 5~10분의 시간이 필요한데 비해, 에너지 5가 찰 때까지 기다리려면 50분이 걸린다. 가볍게 출퇴근 시간, 또는 쉬는 시간에 즐기는 수준이라면 사이에 비는 시간이 많으므로 충분히 감안할 수 있겠지만, 어디 재미있는 게임을 아껴가며 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계정 레벨 오를 때 단 1씩이라도 최대치가 상승했다면 이러한 불만이 많이 줄어들었을 것 같다.
또 전투 측면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라면, 후반부 스테이지로 갈수록 (특히 '반동의 벽'을 배웠다면) 나의 투사체와 상대 투사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꼽고 싶다. '어빌리티'의 선택 여하에 따라 다르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자신이 공격하는 화살의 수가 상당히 많아지는데, 이쯤 되면 적들의 공격도 빠르고 빈번하게 들어온다. 투사체의 색깔도 제각각일 뿐더러, 범위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난이도를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꼽고 싶다. 분명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직접 해본 '궁수의전설'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슈팅 게임으로서의 재미와 함께, 로그라이트 장르와 RPG 요소를 도입해 반복 플레이를 자연스럽게 유도한 웰메이드 게임이라고 평하고 싶다. 겉보기에는 별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게임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 전체적인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게임이었다. 지하철에서 별달리 할만한 게임이 없을 때 가볍게 한 번쯤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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