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병역 거부자가 총기를 사용하는 슈팅 게임에 접속한 기록이 있다고 해서 종교적인 신념이 진실되지 않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또 본인이 해당 게임을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과 회수가 적다는 점 또한 이러한 판단의 근거가 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홍창우)는 최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A씨에게 원심 1년 6개월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12월 26일까지 신병교육대로 입대하라는 입영통지서를 전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본인 명의 계정으로 FPS 게임에 2회 접속해 총 40분 가량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으며, 이에 대해 A씨는 자신과 계정을 공유한 친구가 게임을 즐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씨가 청소년기부터 청실히 종교 활동을 해온 점, 학창시절에 종교적 신념에 반하지 않는 생활 태도를 보인 점을 근거로 FPS 게임에 접속했다고 하더라도 종교적 신념이 진실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불이행할 시 형사처벌을 하는 등 제재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보장 체계와 전체 법 질서에 비춰볼 때 타당하지 않다"며 "진정한 양심 병역 거부라면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 따르면, 현역 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일로부터 각 호에 따른 기간 내에 입영 또는 소집에 응하지 않을 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병역법 제88조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한편, 이번 항소심 판결에 앞서 대검찰청에서는 지난해 12월 정당한 사유 없이 단순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법을 위반한 병역거부자들의 정당성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침을 내려 보낸 바 있다. 여기에는 총기류를 사용해 상대방을 살상하는 FPS 게임에 가입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항목이 있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병역을 거부하는 주된 이유는 집총 거부다. 총기를 통해 살상하는 행위를 거부하기 때문에, 게임 내에서 총기를 사용하며 적을 처치하는 행위가 '집총 거부'라는 병역 거부 주장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것이 조사의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