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타겟으로 한 방치형 게임이나 통발 게임 등 게임 플레이에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게임이 이제는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PC 앞에 앉아 게임을 하기에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의 생활 방식이 게임 장르의 변화까지 이끌어낸 것이다.
이 가운데 그라비티의 신작 방치형 RPG '으라차차, 돌격! 라그나로크'가 지난 19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2세대 자동화(방치형) 게임'을 추구하며 야심차게 서비스를 시작한 '으라차차, 돌격! 라그나로크'는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IP를 활용하여 개발된 RPG다. 모바일 버전 외에도 웹 브라우저에서 별도의 설치 없이 곧바로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는 HTML 5를 활용한 것이 특징으로, 쉽고 빠른 성장에서 느끼는 재미를 강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학창시절을 불태운 게임 중 하나인 만큼 매번 '라그나로크' 신작이 나온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기대감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라그나로크M'을 비롯한 신작들은 언제나 아쉬움을 남겼는데, 이번 신작의 경우 모바일과 HTML 5 버전으로 함께 서비스되어 모바일 보다 PC를 주로 많이 이용하는 기자와 궁합(?)이 잘 맞을 것 같아 관심이 갔다.
한때 밤을 새며 열심히 했던 게임이라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그 이름도 독특한 '으라차차, 돌격! 라그나로크'를 플레이 해봤다.
웹 브라우저에서도 별탈 없이 구동되는 방치형 게임
우선 방치형 게임으로서는 완성도가 나쁘지 않은 편이다. 비슷한 콘텐츠들이 과도하게 쪼개져 있으나, 인터뷰에서 강조했던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서브 게임 특유의 재미는 있다. 하루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적다는 측면에서 '쉬어가는 게임'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개발 방향성도 그대로 느껴졌다.
또 캐릭터를 하나만 키우는 것이 아닌, 파티를 짜서 우르르 몰려다니는 느낌이 과거 '라그나로크 온라인' 당시 파티플레이를 연상케 했다. 물론 방치형 게임 특성상 직접 조작을 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원작 '라그나로크' 특유의 손맛이나 타격감(특히 사운드)은 잘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
몇몇 중요한 조작 외에 사냥이나 퀘스트 진행은 따로 터치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시간이 지나면 진행되고, 장비 강화 등 다소 번거로울 수 있는 조작도 일괄로 처리할 수 있어 편했다. 게임을 종료한 후 누적되어 재접속 했을 때 제공되는 오프라인 보상도 게임에서 무언가 '챙겨준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나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라그나로크: 포링의 역습'에서 조금 더 나아진 모습이다.
특히 HTML 5 버전의 플레이는 '크롬'과 '파이어폭스' 모두 큰 문제 없이 진행된다. 기본적으로 웹 버전과 모바일 버전 모두 세로 기반의 인터페이스이지만, 웹 버전은 조금 더 넓고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모바일과 HTML 5간의 서버가 연동되지 않는 점은 아쉽다.
전체적인 인터페이스나 콘텐츠 구성, BM 등이 대체로 중국 시장을 노린 듯한 느낌을 준다. 국내론칭 이후의 반응을 살펴보겠다는 의중도 느껴진다. 실제 진출 및 서비스 여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중국에서 이러한 웹 게임 시장이 상당히 크고 유저들 또한 다수인 점이 진출 및 흥행을 가르는 포인트로 작용할 듯 하다.
방치형은 방치형일 뿐, 한계 명확한 '으라차차, 돌격! 라그나로크'
하지만 '으라차차, 돌격! 라그나로크'는 방치형이라는 장르적 특성과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기도 한다.
우선 가장 불만인 것은 UX를 해치는 조잡한 UI 그리고 이 때문에 받게 되는 첫인상이다. 세로 인터페이스를 채택해 이러한 단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많은 영화 감독들이 영화의 첫 20~30분 가량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첫인상이라는 것이 게임을 지속하게 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으라차차, 돌격! 라그나로크'에게는 불합격점을 내릴 수밖에 없다.
웹에서 즐기는 HTML 5 버전에서는 화면을 크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불편하게 느껴지기는 하나, 모바일 버전에서는 각종 이벤트와 패키지, 충전 보너스 등 메뉴의 배치가 불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나 화면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결제 관련 메뉴들은 어느 정도 감안을 하고 게임을 시작했더라도 실망감과 압박감을 동시에 주기에 충분하다.
또 캐릭터가 '성장'은 하지만 느낄 수 있는 재미 요소는 더 나아가지 못하고 거기서 그치고 만다. RPG를 표방하고 있지만 방치형 게임 특성상 실제로 캐릭터를 플레이하며 육성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종의 매니지먼트 게임에 가깝게 느껴진다. 매니지먼트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라그나로크'라는 IP를 활용해 방치형 게임을 만든 이유와 유저가 이 게임을 플레이 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배경음악이 풀버전이 아닌 컷팅 버전으로 사용한 것도 사소하게나마 불만이다. '라그나로크'를 추억하는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다름 아닌 BGM인데, 다소 어설프게 루프 버전으로 잘려진 BGM은 굉장히 아쉽다.
'라그나로크' IP, 미래에 대한 고민과 반성 필요한 시점
원작인 '라그나로크'의 성공과 인기의 하락, 그리고 이후 서비스됐던 수많은 파생 게임들이 새삼 떠오른다. 하지만 최근 '라그나로크M'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적을 내고 있지 못하다. 그라비티는 2019년 사업 전략으로 '라그나로크' IP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장르의 게임 포트폴리오 확보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로 IP의 소모적인 활용에서 벗어나 새로운 IP의 발굴이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라비티에게 있어 '라그나로크'란 무엇인지, 그리고 유저들이 바라 마지 않는 '추억'이란 무엇인지 궁금하다. 한때 '라그나로크'를 열심히 하며 추억을 간직하고 있던 한 명의 유저로서, 유저와 게임사가 생각하는 '추억'에 대한 시각 차이가 이번 '으라차차, 돌격! 라그나로크'를 통해 보여진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다. 특히나 앱 마켓에서의 리뷰를 살펴보면 이러한 온도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라그나로크'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이 여러 차례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직까지는 괜찮다'며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또 '이 정도면 지갑을 열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고 조금 더 냉철하게 시장을 분석하고 결정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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