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이대로 '신들의 트라이포스'도 리메이크하자, 닌텐도 '젤다의 전설 꿈꾸는 섬'

등록일 2019년10월04일 09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닌텐도 스위치'의 시작을 알린 명작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통해 이제는 국내에서도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인지도가 높아진 모양새다. 덕분에 게임의 주인공 '링크'가 “초록 옷을 입은 친구가 젤다”라는 오명을 벗었다는 점도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는다.

 

많은 대중들이 인식하는 '젤다의 전설'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지만, 그 아래에는 33년간 이어져온 시리즈의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시리즈의 팬들 사이에서는 자유로운 시점에서 오픈필드를 탐험하고 액션성이 강조된 '3D 젤다'와 탑뷰 시점에서 퍼즐과 탐험의 재미를 담은 '클래식 젤다'로 작품이 나뉜다.

 

최근 게임업계에서 '복고' 열풍을 타고 고전 명작들이 하나 둘 리메이크 또는 리마스터의 특혜를 누리고 있지만 '젤다의 전설' 시리즈, 그 중에서도 '클래식 젤다'는 여태까지 리메이크 버전이 발매된 적이 없어 팬들의 아쉬움이 컸다. '시간의 오카리나'와 '무쥬라의 가면'처럼 게임보이 시절의 고전 명작을 발전한 그래픽과 게임성으로 만나보고 싶은 것은 아마 모든 '젤다의 전설' 팬들의 바람일 것이다.

 



 

마침내 '클래식 젤다'의 첫 리메이크 작품이 출시되었다. 영광스러운 첫 '클래식 젤다' 리메이크 타이틀의 주인공은 1993년 게임보이로 발매되었던 '젤다의 전설 꿈꾸는 섬'. '클래식 젤다' 시절의 불후의 명작 '신들의 트라이포스'가 리메이크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 '꿈꾸는 섬' 역시 이후 '젤다의 전설' 시리즈에 많은 영향을 준 작품인 만큼, 팬들에게 주는 의미는 크다.

 

27년 만에 리메이크 작품으로 돌아온 '젤다의 전설 꿈꾸는 섬'을 플레이해봤다. 전체적인 비주얼 변화는 물론, 게임 내 시스템에서도 상당 부분 변화를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원작이 주는 감성은 그대로인 만큼, '클래식 젤다'에 입문하기에는 안성맞춤인 타이틀이다.

 

시리즈 최초로 선보이는 비주얼, 편의성 변화도 만족

 



 

'꿈꾸는 섬' 리메이크 버전의 가장 큰 특징은 전체적인 그래픽의 변화다. 원작이 게임보이 기반의 도트 그래픽을 사용했던 것과 달리,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풀 3D로 그래픽을 완전히 바꾼 것. 특히 플라스틱 재질의 피규어를 게임 속에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가 '꿈꾸는 섬' 리메이크 버전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만화적인 요소를 강조한 '툰 링크'나 실사풍 그래픽을 지향하는 '리얼 링크'에 이어 '디오라마 링크'도 향후 시리즈 내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주얼만 변한 것은 아니다. 원작에서 불편했던 여러 요소들이 리메이크 작품에서는 상당 부분 개선되었는데,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역시 조작 키의 배치다. 원작에서는 게임보이의 조작키가 두개 밖에 없어 검과 방패를 비롯한 모든 아이템들을 상황에 따라 바꿔가며 게임을 즐겨야 했다. 그러나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가장 자주 사용되는 검과 방패, 페가수스 부츠를 별도의 키에 할당해 메뉴 창을 왕복하는 번거로움 없이 대부분의 아이템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풀 3D 그래픽으로 변화하면서 가시성이 대폭 향상되었다는 점도 '꿈꾸는 섬' 리메이크 버전의 장점이다. 원작은 도트 그래픽에 작은 화면으로만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지형지물을 파악하거나 길을 찾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편이다. 그러나 풀 3D 그래픽으로 게임이 진화하면서 시야가 확대된 것은 물론, 오브젝트를 파악하는 것도 보다 쉬워졌다. 상호작용이 가능한 오브젝트인지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게임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요소다.

 

리메이크지만 '클래식 젤다'의 감성은 그대로

 



 

편의성과 그래픽을 제외한 게임성은 원작과 상당 부분 동일하다. 무려 26년전 출시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출시되는 게임 못지 않은 재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명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보스전에서 보스의 패턴이나 공략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기는 했지만, 가장 중요한 던전의 퍼즐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원작을 즐겼던 사람이라면 무리없이 게임을 공략할 수 있다.

 



 

특히 플레이어가 직접 난관을 극복하고 해답을 찾아나가는 성취감이 본 작품의 가장 큰 재미다. 던전의 규모나 필드의 크기는 타 작품들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플레이어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곳곳에 비밀들이 숨겨진 것은 물론 게임을 진행하면서 각 아이템과 던전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게임 설계는 지금 봐도 상당히 인상적인 수준. 장시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다 마침내 해답을 찾을 때의 기쁨은 최근 출시되는 '젤다의 전설' 시리즈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아기자기한 그래픽에 걸맞게 작은 필드 안에 알차게 숨겨진 '디테일'도 '젤다의 전설 꿈꾸는 섬'이 매력적인 이유다. 특정 구간에서 마을의 주민과 동행하는 경우 새로운 상호작용 요소들이 생겨나는데, 공략에 급급해 게임을 서둘러 플레이하다 보면 쉽게 놓칠 수밖에 없는 부분. 엔딩 만을 바라보고 단시간 내에 게임을 공략하기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봐야 '꿈꾸는 섬'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최근 짧은 시간 동안 압축된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들이 많은 상황에서 '꿈꾸는 섬'을 통해 특별한 재미를 느껴보는 것도 좋다.

 

아쉬운 신규 콘텐츠와 프레임 드랍

 



 

게임보이 용 소프트웨어였던 원작은 용량의 한계로 인해 분량이 조금 적은 편이다. 발매되는 타이틀의 사정이 비슷하던 과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플레이타임 30시간은 가뿐히 넘길 정도의 대작 타이틀들이 많아 '꿈꾸는 섬'의 리메이크 버전의 콘텐츠가 조금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원작을 경험했고 퍼즐에 대해 어느정도 기억하고 있다면 10시간 이내로도 충분히 엔딩까지 도달할 수 있을 정도.

 



 

이런 문제를 리메이크 버전에서 새로 추가되는 '던전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졌지만, 실제 결과물은 팬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한 모양이다. 플레이어가 직접 던전을 만들고 이를 공략한다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비슷한 콘셉트를 이용한 '슈퍼 마리오 메이커'에 비하면 자유도가 심하게 부족한 것이 문제다. 정해진 조건에 맞춰 패널들을 배치하는 것 이외에는 플레이어가 창의성을 담을 요소가 없어 수집 요소를 위한 콘텐츠로 전락했다는 느낌.

 



 

기기를 불문하고 발생하는 프레임 드랍도 심각한 문제다. 플라스틱 피규어나 디오라마 같은 질감을 살리기 위해 메인 필드에서는 시야의 끝부분이 흐리게 처리된다. 문제는 이 흐려짐 처리가 심해지는 구간에서 반드시 프레임 드랍이 발생한다는 것. 프레임 드랍에 둔감한 기자에게도 해당 문제가 심각하게 느껴질 정도이니, 많은 플레이어 역시 불편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게임 발매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해당 문제가 수정되지 않아 프레임 드랍 현상이 해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클래식 젤다'의 성공적인 리메이크, 이대로 '신들의 트라이포스'까지 가자

 



 

'클래식 젤다'의 첫 리메이크 작품이라는 것 이외에도 '꿈꾸는 섬'의 리메이크 버전은 큰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 액션에 집중한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과는 달리 탐험 본연의 재미에 집중한 '클래식 젤다' 시리즈를 신규 유저 층에게도 선보이는 것은 물론, 원작의 재미를 그대로 간직한 채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 점도 '꿈꾸는 섬'의 리메이크 버전이 지닌 매력.

 

다만, 고전 작품을 계승한 만큼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힌트가 부족하다는 점이나 최근 출시되는 게임에 비하면 콘텐츠 분량이 적어 소위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점은 구매 전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메인 필드에서 발생하는 프레임 드랍 현상도 사람에 따라서는 큰 불편을 느낄 수 있지만, 아직까지 별도의 개선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게임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꿈꾸는 섬'의 리메이크 버전이 기대 이상의 재미를 보여주면서 '신들의 트라이포스'의 리메이크가 한층 더 기다려진다. 최근 게임업계에서 '클래식'을 필두로 한 복고 열풍이 부는 가운데, '꿈꾸는 섬'을 시작으로 '클래식 젤다' 시리즈의 다양한 명작들을 새로운 감각으로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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