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소녀전선' 시즌 이벤트 '거울단계', 몰입도는 높았고 마무리는 강렬했다

등록일 2021년03월04일 10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2021년 겨울을 장식한 대규모 시즌 업데이트 '거울단계(Mirror Stage)'가 지휘관들을 찾아왔다.

 



 

대규모 총력전 이후 쉬어가는 챕터 느낌으로 펼쳐진 '이중난수'의 뒤를 잇는 이번 '거울단계'는 정말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긴 대규모 업데이트였다고 평할 수 있겠다. '거울단계'라는 이벤트의 이름부터 각 전역들의 이름과 숨겨진 반전 요소, 새로이 등장한 캐릭터들의 극적인 활용, 마지막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스토리를 끊는 노련함, 엔딩곡을 포함한 BGM의 높은 완성도 등이 인상적이다.

 

'특이점'을 시작으로 꾸준히 '꽉 찬' 느낌의 스토리들을 연이어 선보인 미카팀은 이번 '거울단계'에서도 지휘관과 안젤리아 투 트랙의 스토리라인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기존에도 '소녀전선'의 최고 강점으로 꼽히던 스토리에 대한 고민이 특히나 잘 느껴지는 이벤트였다. 몰입도는 높았고, 마무리는 강렬했다.

 

 

비단 스토리 뿐만 아니라 실제 게임을 즐기는 UX 적인 측면에서도 조금씩이나마 발전해 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랭킹전'은 그토록 유저들이 원하던 절대평가가 도입되었고, 다층 구조를 비롯한 기존에 활용했던 각종 맵 시스템들도 허들이 높지 않게 적절히 조절됐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혹자는 내가 쓴 체험기를 읽어야 대형 이벤트를 끝냈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나 또한 체험기를 작성하며 느낀 점을 글로 정리하다 보면 '또 하나 끝났구나' 하고 비슷한 느낌을 받곤 한다. 아래에는 여러모로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거울단계'를 모두 클리어하고 나서 든 생각과 후기를 정리했다.

 

*'소녀전선' 시즌 이벤트 '거울단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채장보단(採長補短),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보완하다

이번 '거울단계' 이벤트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역시 스토리 그 자체일 것이다.

 



 

우선 이벤트 오픈 시기가 중국 서버에 비해 2주 가량 연기되었지만, 챕터의 순차 오픈 없이 한 번에 모든 스토리를 즐길 수 있었다. 텍스트 분량은 이전 시즌 이벤트에 비해서도 배 이상으로 대폭 증가했지만, 사소한 오탈자가 몇 군데 있었을 뿐 짧은 시간 내에 번역해야 하는 분량을 감안하면 번역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지적할 만한 곳이 없었다.

 

'거울단계'의 등장 캐릭터 중 기자(섀도리스)가 있다는 점을 활용해 뉴스 형식의 연출을 사용하여 스토리의 이해를 돕는 한편, 이전 이벤트들보다 각종 효과음을 적극 활용하면서 몰입감을 높였다는 점도 칭찬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소녀전선'이 가진 한계점 중 가장 아쉽다고 생각해온 것이 연출의 화려함과 다양성이었다. 비주얼 노벨과 같이 일러스트와 텍스트, 음악과 효과음 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점은 화려한 애니메이션 연출이나 성우의 열연 등이 주가 되는 타이틀에 비하면 상당히 큰 단점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한계는 명확함에도, 미카팀이 그 한계 내에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연쇄분열' 이후 또 한번 느껴졌다. '연쇄분열' 당시 활용한 'M4A1'의 숏 애니메이션 연출을 중요한 장면마다 적극 도입하면 더욱 좋을 듯 하다.

 



 

이 외에, 각종 신화와 철학자 라캉의 이론에서 따온 챕터, 전역, 캐릭터의 이름들, 각 캐릭터들이 맞이할 운명을 상징하는 듯한 구도로 그려진 로그인 화면 등 미카팀이 이번 '거울단계'에 숨겨놓은 메시지들이 인상적이며, 이를 스토리와 직간접적으로 연결 지으려는 시도들이 눈에 띈다. 또 유저들이 이러한 메시지들을 해석하거나 뜻을 유추하는 풍경도 상당히 즐겁게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연출과 분위기가 지나치게 진지하고 무거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콜라보 이벤트 등을 제외하면 줄곧 비슷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데, 다르게 생각해 본다면 이것이 서브컬처 지향의 모바일게임 중에서는 눈에 띄는 '소녀전선' 특유의 강점이기도 하다. '거울단계'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앞으로도 미카팀이 강약 조절을 잘 해줄 것이라고 믿어본다.

 

이렇게, 또는

이렇게 말이다

 

전체적으로 스토리 측면에서는 미카팀이 '소녀전선'이 가진 매력과 장점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결과물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삐걱거리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중심점을 찾은 느낌을 준다.

 

도화지가 찢어질 것 같은 미카팀의 '큰 그림'

한편, 이번 '거울단계'에서는 'RPK-16'가 사실상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 캐릭터로 떠올랐다. 단순히 '인간이 되고 싶었던 'RPK-16'이 '몰리도'를 본 순간 인간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고, 이 때문에 안젤리아를 배신했다'라고 '한 줄 요약' 해버리기에는 그동안 미카팀이 그려놓은 '큰 그림'이 상당히 노련하다.

 



 

'RPK-16'가 종종 내뱉는 의미심장한 작중 비유와 대사들, 스킬 이름(교활한 은여우)과 스킬 효과, '판도라'와 '레나테' 등의 코드네임 등 타임라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미카팀이 잘 뿌려놓은 '떡밥'들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첫 등장부터 'RPK-16'이 마음에 썩 들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다소 불쾌함을 일으키는 '하라구로(腹黒, はらぐろ)' 속성과 외모조차도 처음부터 의도된 것으로 느껴진다.

 




눈웃음과 이 대사를 보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RPK-16'의 행보 외에도 스토리 내내 연출되는 '패러데우스'의 악행과 조연급 캐릭터들의 죽음은 스토리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장치다. 뇌사 상태로 생명유지장치 속에서 노래를 부르는 소녀들, 새로이 등장한 '나르시스'를 중심으로 한 '패러데우스'의 압도적인 전력, '그리폰' 소대를 비롯해 '마흐리안'과 '라이트' 그리고 '리오니'의 희생 등 전체적인 연출들이 흥미롭게 서술되고 있다.

 





 

타 캐릭터들의 행적 또한 기대감과 궁금증을 키운다. 'AK-15'와 'AN-94' 그리고 '라이트'의 분전에도 결국 패배하여 '패러데우스'에게 끌려가고 만 '안젤리아', 죽어라 고생만 하다 또다시 '패러데우스'의 압도적인 전력에 의해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지휘관은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 뿐만 아니라 어여쁜 외모와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제3자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 '섀도리스, 영화 '킹스맨'에서 크게 영향을 받은 듯한 훈작사 '그리폰 라이언', 도도하고 차가운 악녀 역할을 톡톡히 해낸 '그레이'의 이후 행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이 외에 'M4A1'이 '거울단계'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며 다시 돌아왔는데, 소위 '뽕'을 차오르게 하는 마지막 장면은 이후 스토리의 전개에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또 '특이점' 엔딩 이후 엔딩곡 'What am I Fighting for?'을 한동안 듣고 다녔는데, 이번 '거울단계'의 엔딩곡 'A Moment of My Nightmare'도 오래도록 들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스토리 팀과 함께, 늘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하는 뱅가드 사운드의 활약이 돋보였다고 하겠다.

 




그야말로 이번 시즌 이벤트를 장식하는 화룡점정 이었다

 

큰 오류 없는 무난한 UX, 그리고 소소한 개선점들

한편, 인게임 측면에서도 모난 곳 없이 준수하다는 평을 할 수 있겠다. 파밍한 보급 상자의 표기 오류를 제외하면 특별히 치명적인 버그도 눈에 띄지 않았고, '소린이'들을 위한 노멀 기준 난이도도 그럭저럭 적합한 수준이다. 한정 파밍 인형을 위한 별도의 지역도 그대로 유지됐고, 챕터 선택 또한 이전에 했던 것 그대로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시간 순서를 따라가는 방식을 채택했다.

 




다만 이번 시즌 이벤트에서도 AR이 설 자리는 없었다

 

하드(EX) 난이도에서는 어지간히 잘 육성된 인형과 좋은 조합으로도 버겁다는 느낌을 받았다. '댄들라이'의 스킬 지원과 화력지원소대, 요정 스킬까지 모두 동원해야 조금 해볼만하다는 느낌이다. 특히 '나르시스'와의 전투는 매번 까다롭게 느껴졌다.

 

온갖 버프, 디버프를 활용하고 조합도 제대로 갖춰야 한다

 

지난 '국지전'부터 주목을 받았던 '알케미스트'와 '맨티코어'가 이번 '거울단계'에서도 활약했는데, 플레이 하는데 있어 조금씩이나마 중요도가 전술 인형에서 '철혈'과 '패러데우스' 등 제3세력으로 넘어가는 느낌도 든다.

 

스토리 상에서 'AUG PARA'의 대사를 통해('아델린' 회수가 이미 열려있다) '패러데우스' 세력의 확보에 대한 당위성도 마련된 만큼, 중요 유닛들은 미리미리 포획하여 육성해 두고 미래를 대비하는 편이 좋겠다. 또 한편으로 다행인 점은, 포획 시스템이 추가된 이후 현재 시점까지도 '철혈'이 클리어 및 고득점을 하는데 유리하기는 하지만 '필수'는 아니라는 것이겠다.

 



 

지휘관 루트는 직접 제대를 편성해 진행해야 하지만, '안젤리아' 루트는 따로 준비되어 있는 제대로 플레이하도록 구성됐다. 지휘관 휘하 전술 인형들로 '안젤리아' 루트를 진행하는 이질적인 장면이 연출되지 않는다는 점, 번거롭게 제대를 여러 개 구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이 외에 진행하지 않은 챕터 내 전역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편의 기능, 스토리를 감상하는 도중 UI를 숨기고 배경 일러스트를 감상할 수 있는 기능 등 소소한 추가 기능들도 눈에 띈다. 큰 변화는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소소하게나마 꾸준히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듯 하다.

 



 

절대평가 정식 도입된 '랭킹전', 'WA2000' 전용 장비를 노려라

스토리와 함께 '거울단계'에서 가장 관심을 크게 모은 것이 다름 아닌 '랭킹전'의 절대평가, 상대평가 동시 운영이다. 그동안 'G41'이나 '리엔필드'와 같은 전술 인형들의 전용 장비를 상대평가로 지급하는 정책은 '소녀전선'의 '랭킹전'이 시작된 이래 줄곧 유지되었던 전통(?)이었다.

 

하지만 '거울단계'에서는 사실상 핵심 보상이라고 할 수 있는 요정과 'WA2000' 전용 장비를 누적한 점수에 따라 얻을 수 있도록 변경됐다. 여기에 더해 상대평가 퍼센트에 따라 추가 보상을 얻을 수도 있다.

 



 

'랭킹전'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는 줄곧 시즌 이벤트 전후로 따라다니는 '소녀전선'의 고질병, 아킬레스건과 같은 것이었다. 극 초창기에 비해서는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모바일게임 치고는 과도한 피로도, '철혈' 등 타 세력 포획 추가로 인한 우려의 목소리, 모든 유저들이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대평가 시스템 자체에 대한 비판 등이 주가 됐다.

 

그러나 극적인 변화가 이루어졌고, '거울단계'를 기점으로 상대 평가 보상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 커뮤니티에는 다양한 지휘부 스펙에 맞는 공략과 참고할 만한 후기들이 올라와 있다. 이제는 '최애' 전술 인형의 전용 장비를 얻지 못해 '꼬접'을 하는 케이스는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만약 'WA2000'이 '최애'였다면 지금 당장 복귀하시라. 전용 장비는 누적 240만 점을 달성하면 획득할 수 있고, 전투 없이 10분 만에 90만 점을 얻을 수 있는 유저 공략이 준비되어 있다. 최상위권의 순위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면, 솔직히 말 그대로 '대충' 해도 된다.

 



 

다양한 변화와 개선 이루어진 '거울단계', 다음 이벤트를 기다리며

'거울단계'는 이후 전개와 주인공들의 행보를 궁금하게 만드는 스토리, 전용 장비를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절대평가의 정식 도입, 소소하지만 없어서는 안될 각종 개선점들이 두루 갖춰진 알찬 시즌 이벤트였다.

 

매 시즌 이벤트, 콜라보 이벤트가 진행될수록 여러모로 미카팀은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래된 게임의 구조적인 한계에 대해서도 개선하기 위한 고민이 엿보이며, 자신들의 강점은 최대한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는 모양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느낌은 아니지만, 국도를 제한 속도에 맞춰 달리는 정도는 되는 것 같다.

 



 

'편극광'이 마무리된 시점에 다소 감정을 담아 위기가 시작됐다고 표현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서 보니 꼭 그렇지 만도 않은 듯 하다. 또 한번 시즌 이벤트라는 산을 호평 속에 넘은 '소녀전선'이다. 무탈하게 이야기가 마무리 될 수 있기를, 그리고 앞으로도 롱런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개인적으로도 'RPK-16'과 '그레이', '몰리도'의 최후 그리고 '카리나'와의 이야기는 끝까지 볼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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