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AI 사용, 데이터 권리는 준비됐나?... 게임업계가 직면한 학습거부권 시대

등록일 2026년07월08일 14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최근 웹툰과 만화 관련 작가들과 산업 협회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무단 저작물 크롤링 및 무분별한 화풍복제 등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단체 행동에 나섰다. 이 중심에는 자신의 창작물이 AI 모델 학습 데이터로 활용되는 과정에서 권리자가 이를 거부하거나 활용 조건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AI 옵트아웃(Opt-out, 학습거부권)’ 논의가 핵심이다.

 

한국만화가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활용 범위와 보상 조건의 제도화될 떄까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약 36.6%, 원칙적으로 반대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31.1%로 약 70%에 가까운 창작자가 AI의 무단 활용에 대해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조건없이 동의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4%로 극소수였다.

 

한국만화가협회가 공개한 성명서 일부
 

협회의 이번 움직임은 단순히 웹툰 산업에 국한된 문제로 바라봐선 안된다. AI 학습에 활용되는 데이터의 범위가 이미지와 텍스트를 넘어 폭넓게 확대되면서 다양한 창작물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게임산업 역시 유사한 논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 산업은 단일 창작물을 기반으로 하는 웹툰 및 만화와 달리 이미지, 음악, 스토리, 음성, 코드 등 서로 다른 형태의 다양한 창작 자산이 하나의 콘텐츠 안에 결합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AI 학습 데이터 논의가 특정 분야의 문제가 아니라 게임 제작 전반의 권리 관리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을 의미한다.

 

업계 안팎에서도 웹툰 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AI 학습거부권 논의가 향후 게임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게임은 퉵툰의 다음 논의 대상”이라는 일종의 위기론도 대두되고 있다.

 

'공정이용' 어디까지 인정되나... 저작권 논의 본격화

AI 학습 과정에서 저작물을 활용하는 문제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에는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사용하더라도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 예외적인 법적 개념으로 비평, 교육, 연구, 뉴스 보도 등 공공의 이익과 표현의 자유를 증진하기 위해 존재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발간한 ‘생성형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에 따르면 AI 학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작물 복제 행위는 원칙적으로 권리자의 이용허락이 필요한 영역으로 분류된다. 특히 해당 안내서는 사실이나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저작물에 비해 소설, 영화, 미술, 음악 등 그 자체의 향유를 목적으로 하는 '문학·예술적 저작물'을 무단으로 학습시키는 것은 공정이용 판단에서 매우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명시했다.

 

정부가 공개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2026.02)
 

즉, 게임 산업에서 핵심 자산으로 활용되는 콘셉트 아트, 일러스트, 시나리오, 사운드 등은 창작성이 높은 저작물인 만큼, 학습 과정과 생성 결과물이 기존 저작물의 시장 가치나 표현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나아가 AI를 통해 생성된 결과물이 원저작물과 실질적으로 유사하게 재현되어 기존 시장의 수요나 가치를 훼손하거나 대체할 우려가 있다면 공정이용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권리자가 ‘robots.txt’ 등과 같은 기술적 수단을 통해 명시적으로 학습 거부(옵트아웃)를 표시했음에도 이를 우회하거나 악용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행위 역시 강력한 제재 요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robots.txt’ 자체가 법적 옵트아웃 권리로 인정되는지 여부가 국가마다 다르다는 점도 생각해볼 부분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단순히 저작권 침해 여부를 넘어 권리자의 명시적 의사 표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도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서도 이어지는 논쟁... 핵심은 '데이터 출처'

AI 학습 데이터의 적법성을 둘러싼 논쟁은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AI 개발 기업과 창작자 단체 간 소송과 협상이 이어지고 있으며, AI 모델이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는지에 대한 투명성 확보 요구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AI 규제 체계 마련 과정에서 저작권 보호와 학습 데이터 투명성을 주요 논의 대상으로 다루고 있으며, 각국 정부와 권리 단체들 역시 관련 기준 정립에 나서고 있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AI 시장 패권을 둘러싼 기술 경쟁이 고도화될수록 단순히 성능 경쟁보다 학습 데이터의 출처와 권리 확보 여부가 중요한 경쟁 요소로 부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과거에는 기술 자체가 주목받았다면, 이제는 해당 기술이 어떤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됐는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함께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았던 GEMA와 OpenAI와의 법적 분쟁(이미지: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동향)
 

AI 학습 데이터의 적법성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경고를 넘어 천문학적인 재무 리스크로 현실화되고 있다. 일례로 독일 뮌헨 제1지방법원은 음악저작물 집중관리단체(GEMA)가 OpenAI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AI 모델(GPT)이 가사를 암기하여 학습한 행위는 명백한 복제권 침해이며 텍스트 데이터 마이닝(TDM) 예외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는 AI 학습 데이터 전체가 불법이 아니라 AI가 암기를 통해 저작권 보호 대상 텍스트를 모델 안에 재현 가능한 형태로 남겼고 그 결과가 원문에 가깝게 출력되는 경우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저작권 문제에 엄격한 미국의 경우는 더욱 파급력이 크다. '클로드(Claude)' 개발사인 앤트로픽은 작가들의 불법 복제 도서를 무단 학습한 혐의(Bartz v. Anthropic)로 집단 소송에 휘말렸다. 법원은 저작권 도서를 AI 학습에 사용하는 행위 자체가 항상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공정이용)고 판단했지만 학습을 위해 불법 복제된 책을 확보, 보관한 행위에 대한 문제는 별도의 저작권 문제로 판단했다. 결국 앤트로픽은 피해 보상을 위해 최소 15억 달러(약 2조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고, 불법적으로 수집된 데이터세트 복제본을 전량 폐기하는 조건으로 합의가 진행됐다.

 

유럽은 출력 가능한 암기 문제, 미국은 데이터 출처 및 취득 과정의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향후 AI 시장은 성능 경쟁 못지 않게 사법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는 데이터 출처·권리 관계 검증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제적으로 나선 ‘스팀’, 새로운 대안 보여준 STIM, 사례 살펴보니

게임업계도 이미지 제작 보조, 음성 생성, 텍스트 작성, QA 등 다양한 개발 영역에 AI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전세계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는 학습거부권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기업은 밸브 코퍼레이션이다. 밸브는 자사가 운영하는 스팀을 통해 지난 2024년 ‘스팀 AI 생성 콘텐츠 안내(AI-Generated Content on Steam)’를 통해AI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생성형 AI 이미지 사용 게임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관련 정책이 마련됐는데 핵심은 ‘AI 사용’ 그 자체가 아니라 AI 모델이 학습한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개발사가 확보했음을 증명해야 했으며 이를 게이머에게 고지하는 것이 핵심.

 

이른바 'AI 라벨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힌 팀스위니 CEO

 

하지만 최근 많은 영역에서 AI가 활용되면서 AI 사용에 대한 고지, 이른바 ‘AI 라벨링’이 이제는 무의미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에픽게임즈 팀 스위니 CEO 역시 “미래의 거의 모든 콘텐츠 제작에 AI가 활용될 게임 스토어에서 AI 라벨링은 무의미하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게임에서 유저가 일반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콘셉트 아트, 소스 코드 일부, 마케팅과 같은 게임 외 영역 등에서의 AI 사용여부까지 확인해 고지해야 하는 스팀의 광범위한 해석이 가능한 가이드라인의 현실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GameDiscoverCo가 공개한 스팀 개발자 양식


 

스팀 역시 이에 대한 다양한 피드백을 수용해 올해 초 개선된 정책을 공개했다. 기본적으로 AI 사용과 관련됨 범주를 ‘AI 사전 생성’과 ‘AI 실시간 생성 콘텐츠’ 두 가지 범주로 나누었으며 ‘AI 사전 생성’ 콘텐츠는 AI를 사용하지 않는 콘텐츠와 동일한 규칙을 적용받고 ‘AI 실시간 생성 콘텐츠’의 경우 불법 콘텐츠를 생성하지 않도록 AI에 어떤 안전장치를 마련했는지도 추가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쉽게 말해 내부 코딩 보조, 번역 보조, 개발 생산성 도구 제작 등 관련된 유저가 실제로 접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서는 AI 사용 여부를 비공개로 할 수 있으며 게임 내 AI 이미지나 음성, 텍스트를 포함해 게이머가 접할 수 있는 모든 콘텐츠 부분에 AI가 사용되었을 경우 기존 규칙을 포함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되는, 더 강화된 규칙이 적용된 것.

 

앞서 언급한 독일과 미국이 책임 소재 및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통제와 규제 중심의 접근법에 무게를 뒀다면 스웨덴 음악저작권협회(STIM)의 사례는 이상적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STIM은 세계 최초로 STIM이 관리하는 음악 저작물에 대한 AI 서비스용 라이선스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스웨덴의 AI 음악 스타트업 Songfox와 첫 적용 사례를 만들었다.

 

세계 최초로 음악 저작물에 대한 AI 서비스용 라이선스를 제도화 한 STIM

 

핵심은 창작자의 명시적이고 사전적인 동의(Opt-in)를 받은 저작물로만 학습 데이터를 엄격히 한정했고 AI 학습(입력, Traning) 단계는 물론 생성된 결과물이 소비되는(출력, output) 단계 모두에서 이용 빈도에 따라 창작자에게 정당한 대가가 분배되는 구조를 확립했다. STIM 역시 생성 결과물의 원곡 영향도를 분석하는 Attribution 기술을 통해 보상 분배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협회 전체 음악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며 참여를 승인한 일부 작품으로만 진행중인 일종의 시범적용과 마찬가지지만 기술을 활용하는 기업에게는 보다 폭넓고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기회를, 또 원저작권자에게는 활용되는 만큼의 정당한 수익 배분을 보장하는 첫 시도로서 음악 업계는 물론 다른 모든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국내 게임계 “학습 거부권 논의 공감하지만 해결해야될 과제도 많아”

게임포커스는 AI 기술을 활용중인 국내 대표 게임사 및 현업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전세계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AI 학습거부권에 대한 생각 및 정부가 준비중인 AI 가이드라인 관련 대응 등 향후 전망에 대한 다양한 이슈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업계는 AI 학습거부권 논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전면적인 학습 제한보다는 AI 활용 과정의 투명성 확보와 권리 보호 기준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AI를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하되, 데이터 출처 검증과 창작자 권리 보호를 위한 기준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것.

 

특히 웹툰 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된 AI 학습거부권 논의가 게임 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언급했듯 캐릭터 원화, 배경 아트, 시나리오, 음악, 음성 등 다양한 창작 요소가 결합된 콘텐츠 산업인 만큼, AI 학습 데이터 활용과 창작자 권리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게임과 웹툰은 제작 환경에서 차이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게임은 상대적으로 스튜디오 내부에서 제작되는 콘텐츠 비중이 높아 웹툰이나 일러스트 업계와 같은 형태의 직접적인 반발은 아직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향후 AI 활용 범위와 권리 기준이 어떻게 정립되느냐에 따라 게임 업계 전반으로 논의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AI 시대에 고민해야될 현실적인 문제를 다룬 넥슨의 'NDC 2026'
 

일각에서는 AI 학습거부권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특정 창작물이 학습 데이터에서 제외되기 위해서는 OpenAI, 구글 등 글로벌 AI 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AI 모델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모든 AI 서비스가 같은 기준을 따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글로벌 빅테크 차원의 합의가 없다면 개별 산업이나 국가 단위의 옵트아웃 제도는 제한적인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데이터 출처 및 권리 관계 검증 문제와 관련해서는 생성용 AI 사용이 확대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데에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기존에는 외부 라이선스 에셋 등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권리 검토가 이뤄졌다면, 이제는 AI 도구를 통해 생성된 이미지, 텍스트, 음성, 코드 등까지 검토 대상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AI 결과물이 어떤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됐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검증 없이 활용할 경우 의도하지 않은 저작권 침해나 보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응답에 나선 일부 게임사들은 생성형 AI 확산 이전부터 자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활용 체계를 준비해왔다고 강조했다. 외부 데이터에 의존하는 방식보다 자체적으로 축적한 데이터를 체계화하고, 출처와 권리 관계가 명확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AI 시대의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창작자 권리 보호와 기술 활용 사이에서의 균형을 위해 게임업계는 무엇을 해야 될까?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AI활용을 제한하기 보다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AI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AI를 창작자의 대체 수단이 아닌 창작 효율성을 높이는 보조 도구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반복 작업 지원이나 개발 효율화 등 생산성을 높이는 활용은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특정 작가의 화풍이나 캐릭터성을 무단으로 모방하거나 기존 IP를 대체할 수준의 결과물을 활용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습 데이터의 투명성 확보, 창작자의 IP 보호, AI 생성 콘텐츠 표시, 이용자 고지 등 업계 공통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한 업계가 자율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외부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선제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AI 생성 콘텐츠 공개 기준, 외부 창작물 활용 시 AI 학습 관련 계약 조항 마련, 창작자가 자신의 작업물 활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옵트아웃 권리 보장 등이 주요 과제로 언급됐다.

 

정부 역시 다양한 방면에서 AI 활용을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만들기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특히, 오는 8월부터 개정 시행을 앞둔 ‘인공지능 데이터 기반 행정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는 AI 관련 규제 및 가이드라인과 관련해서는 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실무 적용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대다수의 게임물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글로벌 서비스가 이어지고 있고 국내에만 적용되는 기준이 과도하게 강화될 경우 해외 경쟁력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래서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시장의 규제 흐름과 조화를 이루는 글로벌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AI 활용 콘텐츠’라는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설정할 경우 보이스 생성, 이상 탐지, 운영 자동화 등 창작자 권리와 직접 관련이 적은 기술까지 동일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따라서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AI 생성 콘텐츠와 개발 효율화를 위한 내부 활용 영역을 구분하는 세부 기준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규제 방향이 AI 사용 여부 자체를 판단하는 방식보다, 어떤 기능에 AI가 적용됐고 어떤 데이터를 활용했으며 권리 관계와 안전장치를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게임사도 학습 데이터 제공자 될 수 있다. AI 학습거부권 문제를 깊이 바라봐야 되는 이유

물론 일부 관계자들은 "게임산업은 웹툰·일러스트 산업과 제작 방식이 다르고, 현재 기준으로는 AI 학습거부권 논의가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내부 제작물이 많고 내부 데이터만을 이용해 학습하는 만큼 파급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었다.

 

물론 현 시점에서 게임사는 외부 창작자의 학습거부권 때문에 당장 큰 피해를 보는 구조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의 구조를 보면 게임사는 모든 콘텐츠 산업 중에서도 장기간 서비스 과정에서 축적되는 대규모 창작 데이터(캐릭터, 3D, 텍스트, 애니메이션, 음악, 디자인, 코드 등)를 보유한 주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는 게임물 하나가 아니라 게임사가 보유한 이러한 자산들이 얼마든지 AI 학습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이제 AI는 사용했는지 안했는지가 여부보다 얼마나 잘 사용했는지가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상 속에서 게임사가 보조의 역할로만 활용하는 생성형 AI 기술이 더욱 발전하게 되고 AI를 중심으로 하는 게임 제작 방식 자체의 근본적인 변화가 생겨난다면 결국 게임사 역시 경쟁에서 시장 선두에 서기 위해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하는 외부 AI 모델을 적극 활용하게 될 수 밖에 없게 된다. 결국 ‘이 AI 가 무엇을 학습했는가?’, ‘생성 결과물이 누구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또 하나 생각해봐야 될 문제는 바로 게임물이 외부 창작자를 적극 활용하는 산업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외주 일러스트, 성우, 작곡가, 프리랜서, 외부 개발사, IP 협업 등 다양한 외부 창작물을 활용한다. 조금 극단적으로 ‘제작물이 AI 학습에 활용될 수 있다’, ‘학습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세부 조항을 계약서에 넣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외부 창작자와 게임사 사이에서 권리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 게임사가 언급한 “계약과 플랫폼 구조 안에서 옵트아웃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IP의 가치도 흔들릴 수 있다. 좋은 게임의 정의라고 할 수 있는 좋은 IP와 좋은 개발력이라는 공식이 좋은 IP를 활용한 AI 학습 데이터가 얼마나 잘 활용되고, 그 가치를 누가 가져가는지로 바뀌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명 게임 IP의 스타일과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비슷한 세계관과 방향성을 가진 오리지널 IP를 선보인다면 게임사 입장에서는 단순 저작권 문제가 아니라 IP의 경쟁력과 장기적인 가치관리 문제로 발전 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외부 창작자의 권리 보호 문제에서 출발한 AI 학습거부권 문제는 향후 AI 기반 제작환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든 콘텐츠 제작자들이 반드시 선제적으로 기준을 마련해야 될 중요한 과제라는 점에서 업계도 ‘우리 자산의 권리 보호’라는 자사 IP 보호 관점에서 벗어나 ‘AI를 활용한 창작 데이터의 소유와 활용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이지’에 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나아가 정부 역시 이러한 게임 산업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산업 발전을 저해시키지 않는 선에서의 AI 시대에 창작 데이터의 출처와 이용 조건을 어떻게 투명하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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