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방향성 확 바꾼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 올드 팬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등록일 2019년12월04일 09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야구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는 중고등학생 시절 기자에게 '게임빌 프로야구' 시리즈는 야구의 재미를 알려준 인상깊은 작품이다. 특히 기자와 비슷한 나이대의 게이머라면 수업시간에 몰래 핸드폰을 숨겨놓고 나만의 선수를 육성하던 기억이 있을 터. 그렇지만 스마트폰과 피처폰 사이의 과도기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 2013년 이후 명맥이 끊겨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게임빌 프로야구'가 6년 만에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우주 급으로 스케일을 키워 23세기를 배경으로 우주 리그를 제패하는 것이 목적. 여러가지 사정들로 인해 기존의 2D 도트 풍 그래픽 대신 3D로 그래픽을 일신했지만, '마선수'에 음성이 추가된 것은 물론 배성재 아나운서의 중계 더빙을 통해 다시 한번 뭇 게이머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출시 이후의 반응은 조금 미묘하다. 올드 팬들을 중심으로 기존 작품 특유의 재미가 사라졌다는 평가들이 대부분인 것.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의 출시와 함께 실망한 유저들이 구작을 찾는 바람에 '게임빌 프로야구 2013'이 구글 플레이 인기 게임 순위에 다시 이름을 올리는 등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게임의 방향성이 크게 변화했다는 것이다. '나만의 선수'를 장기간 육성하며 '마선수'와의 연애 시뮬레이션 적인 요소나 리그의 전 과정을 따라가던 기존 시리즈와 달리, 이번 작품은 선수 개인보다는 팀 전체를 육성하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나만의 선수'와 관련된 콘텐츠가 대폭 축소되었는데, 이에 실망을 느낀 올드 유저들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는지가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가 풀어나갈 숙제다.

 

6년만에 돌아온 '게임빌 프로야구', 반가운 얼굴 총출동

 



 

이번 작품의 가장 큰 의의는 기존 시리즈 팬들에게 익숙한 '마선수'들이 대부분 돌아왔다는 점이다. 매 시리즈 개근하고 있는 대표 마선수 '메디카'는 물론, '어거지조' 등 시리즈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반가움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제노니아'나 '놈' 등 게임빌이 기존에 선보였던 인기 IP 속 캐릭터들도 얼굴을 비추니, 올드 팬이라면 조금이나마 추억에 빠져볼 수도 있겠다.

 



 

올드 팬들을 위한 소소한 배려들도 돋보인다. 2013년 버전이 출시되었을 당시, 매니저 캐릭터와의 연애 시뮬레이션 요소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를 통해 드디어 매니저 캐릭터와의 연애가 가능해졌다. 이 밖에도 '마선수'에 드디어 음성이 추가되었다는 점이나 중계 음성 등을 통해 게임이 조금 더 풍성해졌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

 

선수 육성 게임에서 팀 빌딩 시뮬레이션으로

 



 

반가운 얼굴들을 그대로이지만 게임성은 조금 변화했다. 가장 큰 차이는 선수 개인보다 팀 전체의 육성에 집중한 '나만의 선수' 콘텐츠. 기존의 작품들이 '나만의 선수' 콘텐츠를 통해 선수를 육성하고 '시즌 모드'에서 해당 선수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과 달리,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는 보다 많은 '나만의 선수'들을 육성해 나만의 팀을 꾸리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전체적인 게임 구성이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시리즈와 비슷해졌다.

 



 

게임의 방향성이 달라지면서 게임을 즐기는 감각도 보다 새로워졌다. 기존의 작품에서는 '마선수'와 '나만의 선수'라는 강력한 카드에 의지해 경기를 진행했다면,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에서는 직접 팀의 빈틈을 찾아가며 짜임새 있는 팀을 만들어나가게 된다. 이번에는 마무리 투수를 키웠으니 다음에는 선발 투수를 키워보는 등 선수 개인보다는 팀을 운영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에 가깝다.

 

짧아진 나만의 선수 콘텐츠

 



 

선수 개인의 육성에서 팀 빌딩으로 방향성을 전환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에 대한 반대 급부로 '나만의 선수' 콘텐츠의 분량이 대폭 축소된 것이 올드 팬들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다. 기존 작품에서는 데뷔부터 은퇴까지 선수 생활의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던 것과 달리,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에서는 하나의 시즌 동안에만 선수를 육성할 수 있다. 그마저도 각 주차 당 1경기만 플레이할 수 있어 조 1위를 달성하지 못하면 6번의 경기만 출전할 수 있는 것.

 



 

문제는 기존 시리즈의 가장 큰 재미요소가 데뷔부터 은퇴까지의 긴 여정 동안 어떤 선수도 넘볼 수 없는 전설 급의 능력치를 갖춘 선수를 육성하는 것이라는데 있다. 최대 7번의 경기에 각 경기 이전 4번의 훈련 기회가 제공되기 때문에 기존 시리즈처럼 능력치가 높은 선수를 육성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게임에 재미를 붙여야 할 초반부터 육성의 장벽이 느껴지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아쉬움도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분량은 짧은데 같은 이야기가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점도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의 문제. 물론 '나만의 선수' 콘텐츠에서는 총 3개의 팀을 제공하고 각기 다른 이야기를 펼치지만, 결국 하나의 선수를 육성하고 새로운 선수를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똑 같은 과정을 처음부터 되풀이해야 한다. 소년 야구 만화의 왕도를 걷는 듯한 이야기도 초반에만 인상적일 뿐, 선수를 육성할 때마다 같은 구조가 되풀이된다는 점은 아쉽다.

 



 

기존 시리즈가 내세웠던 연애 시뮬레이션 요소도 콘텐츠의 분량이 줄어들면서 빛을 잃었다. 기존 시리즈에서는 '나만의 선수' 콘텐츠의 분량이 길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애 시뮬레이션 요소를 넣을 자리도 넉넉하다. 그러나 6주만에 끝나는 이야기 속에 연애 시뮬레이션 요소를 부여하기 어려운 만큼,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에서는 3번의 대화 만에 '마선수'와의 연애 콘텐츠가 끝나버린다. 방금전까지도 서먹했던 사이가 불과 대화 몇 번 만에 가까워지는 모습에 올드 팬들 역시 큰 실망을 느낄 듯하다.

 

너무 많은 요소를 운에 맡긴다

 



 

최근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플레이어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경향이 있다.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 역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기능들을 다수 추가했는데, 이런 편의 요소들이 게임이 추구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점도 큰 문제다.

 



 

먼저 '나만의 선수'와 '플래닛 리그' 모두 플레이어가 전체 이닝을 조작할 수 없다. 기존 작품에서는 별도의 옵션을 통해 위기나 특정 상황에서만 플레이어가 개입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선택지가 사라진 것. '나만의 선수'에서는 육성 캐릭터가 등판하거나 특정한 상황에서만 캐릭터를 조작할 수 있으며, '플래닛 리그'에서는 그나마 조작할 수 있는 기회도 타자와 투수 각각 3회로 한정되어 있다.

 



 

플레이어를 대신해 AI가 경기를 진행하는데, AI의 수준이 플레이어의 눈높이를 맞추기에 턱 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의 문제다. 분명 구단의 경기력이 월등하게 차이가 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만루 홈런이 터지거나, 스태미너가 바닥나는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투수를 등판시키는 감독의 판단력 등 경기를 지켜보는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선수 육성에 있어서도 확률적인 요소가 너무 많이 개입하는데, '나만의 선수'를 육성하는 과정에서 '마트레이너'의 스킬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해당 트레이너와의 인연 이벤트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문제는 인연 이벤트를 통해 선정되는 트레이너가 랜덤이라는 것.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거나 훈련을 잘 시키더라도 사실상 인연 이벤트를 실패하면 특수 스킬이 없는 반쪽짜리 선수를 배출하게 된다.

 

직접 게임을 즐기고 홈런의 짜릿함을 느끼는 것이 야구 게임의 본질 임에도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는 유저들의 편의성을 너무 고려한 나머지 직접 개입할 요소를 축소했다. 편의성을 위해 오토 기능을 유지하는 한편, AI의 성능을 개선하고 직접 플레이 옵션을 별도로 배정할 필요가 있겠다.

 

시도는 좋았지만 결과가 아쉬워, 올드 팬 마음 돌릴 방법 찾아야

 



 

6년 만에 새롭게 돌아온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는 기존 시리즈의 장점을 계승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려는 시도가 엿보였지만 결과가 조금 아쉬운 게임이다. '나만의 선수'를 다수 육성해 팀을 꾸려나간다는 게임성은 기존 야구 게임 유저들에게도 익숙한 시스템이지만, 개별 선수를 육성하는 콘텐츠의 깊이는 기존 작품에 비해 부족한 것이 문제.

 

특히 플레이어가 개입할 여지를 축소하고 게임의 대부분을 자동 진행에 맡겼다는 점도 올드 팬들의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첫 선수를 육성할 때에는 수동으로 훈련을 하다가도 이내 단조로운 구조에 지쳐 여타 자동 진행형 RPG처럼 오토 기능을 이용하게 되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AI의 수준이 높은 편도 아니라 경기를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도 야구 게임을 선호하는 게이머들에게는 큰 불편 요소가 될 수 있다.

 

결국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올드 팬들을 사로잡을 필요가 있겠다. 다행인 점은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를 통해 게임빌이 앞으로 시리즈를 이끌어나가기 위해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 6년만에 돌아온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가 이사만루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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