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일까 또 다른 가능성의 확인일까? 서비스 반년, 블리자드 '와우 클래식'은 어떻게 나아갈까

등록일 2020년02월03일 12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명작게임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어떤이들은 작품성으로 평가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기술적인 발전으로 명작게임을 평가하기도 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게임이 오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느냐도 평가 기준이 된다. 지난 8월 27일 블리자드가 새로 출시한 '와우 클래식'은 이미 약 15년전 이 모든 부분에서 유저들에게 찬사를 받은 바 있는 명실상부한 명작 MMORPG다. 

 

오늘날의 MMORPG 시스템의 기반을 다진 21세기 최고의 MMORPG인 와우 클래식. 서비스가 6개월이 지난 현재 와우 클래식을 바라보는 유저들의 시각은 어떨까.

 

"이게 되겠어?"라는 의심... 뚜껑을 열어보니 상상이상의 폭발력을 가진 서비스 초반

 

현재의 '레이드' 시스템은 와우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와우에서 완성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의 콘텐츠를 그대로 복원해 서비스하는 클래식 서비스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휘귀한 형태의 서비스는 아니다. 하지만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잘못된 서비스는 오히려 기존 게임을 즐기고 있는 유저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점 등 고려해야 되는 부분이 많았기에 적어도 게임사의 입장에서는 큰 결심이 서지 않으면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서비스 형태이기도 하다.

 

와우 클래식도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지는 않았다. 기대가 된다는 유저들과 추억을 망쳐서는 안된다는 유저들이 서로 나뉘어 설전을 벌였고 성공의 대한 예상은 블리자드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릴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기대와 우려속에 출시된 와우 클래식은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최고의 호조를 보이며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시 24시간 동안 스트리밍을 통해서만 610만 명 이상이 와우 클래식 관련 방송을 봤으며 국내에서도 마치 15년 전을 보는 것과 같은 접속 대기열이 이어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와우 클래식을 통해 유입된 새로운 MMORPG 유저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예전의 와우를 즐겼던 30대~40대 유저들이 새롭게 게임을 즐기는 10대~20대 유저와 만나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게임 콘텐츠를 즐긴 것. 실제로 게임내에서 게임의 조작법이나 시스템에 대한 질문을 하는 유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오닉시아의 둥지에 들어가기 위한 필드쟁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추억과 게임의 재미를 동시에 담아낸 게임의 중반
출시 후 약 2년간의 콘텐츠를 담은 와우 클래식의 버전은 15년전에 즐겼던 1.0 버전이 아니라 아이템 등의 능력치가 수정된 1.12패치인 '전장의 북소리'를 포함하고 있다. 물론 일부 콘텐츠의 경우 그 이후의 패치를 기본으로 하거나 예전 패치에서 포함된 것들이 지금의 클래식 버전에서 포함되지 않는 등 개발팀의 판단에 따라 임의적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개발팀이 공언하는 가장 안정적인 버전이기에 전체적으로 게임을 즐기는데는 큰 문제는 없는 편이다. 아이템 체계가 오픈 초창기가 아닌 후기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아이템의 능력치는 상향 평준화 되어 전체적인 던전이나 초반부 레이드의 체감난이도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다.

 

골드팟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있지만 레이드라는 것을 즐기기 위해 많은 유저들이 힘을 합한다는 클래식 본연의 재미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요소들 때문에 플레이 자체는 오히려 15년 전 당시보다 더 풍성해졌다고 볼 수 있다. 게임의 시스템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유저들이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사슬 클래스가 가죽이나 천을 입찰하거나 판금 클래스가 가죽, 사슬, 천템 모두를 필요에 따라 입찰하는 등 당시에는 유저들 사이에서 논란거리였던 문제들도 와우 클래식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국 상향 평준화된 유저들의 플레이는 곧바로 PVP로 이어지게 됐다. 필드는 PVP를 즐기는 유저들로 넘쳐났으며 시도때도 없이 대단위 전투가 발생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과거보다 유저를 수용할 수 있는 발전된 네트워크 기술의 도입으로 2공대 3공대 이상이 얽히는 전투를 즐기는 것이 가능해졌다. 

 

커뮤니티도 강력해졌다. 신규 유저들과 복귀 유저들이 대거 얽히며 퀘스트와 전쟁관련 이야기들로 채팅창은 폭발할 것처럼 활성화 됐으며 지나치게 불편한 부분은 애드온으로 보완되며 상호 시너지를 일으켰다. 콘텐츠와 커뮤니티가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이상적인 게임의 생태계가 갖춰졌고 오리지널이나 불타는 성전 이후로 게임을 즐기지 않았던 아저씨들이 '와저씨'로 다시 아제로스에 접속하기 시작했다. 

 

문제점도 그대로 반영된 와우 클래식, 변화를 꿈꿀까
와우 클래식을 하다보면 모바일게임이 대세가 된 지금의 게임 시장에서 어떻게 PC MMORPG가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결국 여러사람과 함께 콘텐츠를 즐기는 재미가 가장 큰 원동력이자 MMORPG의 자산이라는 것이다.

 

물론 재미있는 기억만 있을 것 같은 와우의 초창기 버전에서도 좋지 못한 문제점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입장에 따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유저들도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계단을 밟아나가야 되는 레이드의 구조나 대단위 전장의 추가로 생기는 커뮤니티 및 유저간의 단절, 계속되는 신규 아이템의 추가로 속칭 레게(PVE)와 투게(PVP)의 경계선이 무너진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전장 업데이트 이후 유저들은 더 이상 필드에 관심을 두질 않고 있다

 

과거의 업데이트 콘텐츠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와우 클래식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서비스 약 6개월 여를 맞은 현재 최고레벨을 달성한 유저들이 많아졌지만 필드를 활용하는 콘텐츠가 빠르게 죽어가고 있으며 여기에 대규모 전장의 도입으로 어찌보면 게임 커뮤니티의 연장선상이 될 필드쟁 역시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한마디로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콘텐츠가 조금씩 제약되고 한정지어지면서 생기는 서열화와 커뮤니티 파편화가 가속화 되고 있는 것이다. 

 

똑같은 길을 걷는다면 정해져 있는 것은 똑같은 결과다. 추억의 길을 다시 걷고 싶은 유저들도 있기에 지금이 와우 클래식의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와우 클래식의 개발을 총괄하는 이언 해지코스타스 디렉터 역시 지난 해 11월에 개최된 블리즈컨을 통해 해당 부분에 대한 고민(이후 콘텐츠의 업데이트나 별개의 새로운 콘텐츠의 업데이트)을 이야기 하기도 했다.

 

게임의 핵심 콘텐츠가 전부 공개되는 2020년 하반기나 2021년 상반기 와우 클래식은 게임 자체의 생존을 위해 클래식으로 남느냐 아니면 완전히 새롭거나 혹은 유저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부분을 보완하는 별개의 게임으로 나아갈지를 정하게 될 것이고 그 선택이 게임의 흥망성쇠를 결정지을 중요한 승부처일 듯 싶다. 2월에 진행될 장기레이드 콘텐츠인 검은날개둥지의 공략 속도와 유저들의 피드백이 블리자드의 판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추억과 새로운 재미라는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갈림길 속에서 블리자드는 유저들의 판단을 가장 우선시해 업데이트를 결정짓겠다고 한 만큼 다수의 유저들이 만족할 수 있는 현명한 서비스가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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