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11년 만에 PC로 귀환한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 "정식 버전까지 숨 참는다, 흡!"

등록일 2019년12월31일 10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디제이맥스' 시리즈를 집대성한 마스터피스 타이틀, '디제이맥스 리스펙트(이하 리스펙트)'가 발매된 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시리즈의 개발자들과 유저들을 향한 존경심을 담아 야심 차게 개발된 '리스펙트'는 시리즈 부활의 신호탄이 되었다.

 

꾸준히 사후 지원과 업데이트를 이어오던 '리스펙트'. 이번에는 닌텐도스위치로 이식될 것이라는 팬들의 예상을 뛰어넘어 PC 플랫폼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다름 아닌 12월 19일 얼리엑세스로 발매된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이하 리스펙트 V)'다.

 

 

'리스펙트 V'는 '리스펙트'에서 크게 활성화 되지 않았던 멀티플레이에 힘을 준 타이틀이다. 이 때문에 'V(Versus)'라는 알파벳도 붙었다. 현재 얼리엑세스 단계에서는 즐겨볼 수 없지만, 약 2달 가량의 막바지 점검을 거쳐 1대1로 실력을 겨루고 랭크를 올려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래더 매치'와 최대 7명이 동시에 플레이하는 '오픈 매치'가 추가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리스펙트 V'에는 이미 예고된 바와 같이 '마시멜로우'나 '포터 로빈슨'과 같은 인기 DJ들의 곡 외에도 '리그 오브 레전드'와의 콜라보레이션, 키보드 유저들을 위한 SC 패턴의 추가, '리스펙트'를 통해 기존에 업데이트 됐던 DLC까지 다양한 업데이트가 예고된 바 있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새로운 콘텐츠로 무장하고 얼리엑세스로 출시된 '리스펙트 V'. 과연 '리스펙트'를 처음 접했을 때와 같은 재미를 느껴볼 수 있었는지 자칭 리듬게임 마니아(?)인 기자가 즐겨봤다.

 



 

플랫폼 특성에 맞춘 새로운 시도들
우선 플레이 측면에서 '리스펙트'와 '리스펙트 V'는 크게 다르지 않다. 얼리엑세스 단계에서는 자유롭게 곡을 플레이하는 '프리스타일'과 '리스펙트 V'에서 새로이 추가된 '에어 모드', 랭킹과 콜렉션 등을 접할 수 있다. 자신의 실력을 냉정하게 랭크로 평가받는 '래더 매치'와 '디제이맥스 온라인' 시절 여러 명이 동시에 플레이하던 그때의 감성을 느껴볼 수 있는 7인 동시 플레이 '오픈 매치'는 아쉽게도 얼리엑세스 단계에서는 제외됐다.

 

하지만 정식 발매 이후 시간이 꽤 흐른 다음에야 새로운 플랫폼에 발매되는 만큼, 단순한 포팅이 아닌 새로운 시도들이 눈에 띈다. 특히 '에어 모드'는 이러한 로키스튜디오의 '새로운 시도' 중에서도 유독 눈에 들어온다.

 



 

'에어 모드'는 한때 온라인 상에서 악명(?)을 떨쳤던 영상 서비스 '티비플'과 게임 파트를 합쳐놓은 듯한 느낌의 신규 모드다. 무작위로 곡이 선정되고, 난이도와 배속 그리고 플레이 할 키를 선택하여 플레이 하기만 하면 된다. 오토 플레이를 켜둔 상태로 채팅도 가능한데, 아마도 실시간은 아니고 일종의 댓글과 유사한 비 동기식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렇게 글로 설명을 나열하면 어떤 모드인지 감이 잘 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 직접 플레이 해보면 단 번에 이해되는, 말 그대로 가벼운 모드다.

 



 

누구나 쉽게 접근하여 부담 없이 플레이 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처음에는 이게 뭐하는 모드인가 싶었지만, 조금 플레이 하다 보니 말 그대로 편하게, 아무렇게나 즐겨도 된다는 점이 부담과 진입장벽을 크게 낮춰주는 느낌이었다.

 

'에어 모드'에서는 노트를 놓치거나 잘 못 쳐도 상관없다. '프리스타일'에서 '콤보작'을 할 때처럼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아직 해금이 되지 않은 곡들을 미리 플레이 해볼 수도 있고,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켜 두기만 해도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도 나름대로(?) 장점이다.

 



 

다만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완벽하게 만족스럽지는 않다. '에어 모드'의 독특한 발상과 라이트 유저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의도는 이해되나, 플레이 해야하는 동기 유발 측면에서는 약한 면이 있다. 콜렉션에서 '에어 모드' 플레이 카운트에 따라 소정의 수집 요소가 풀리지만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

 

이 외에도 곡이 끝난 후 다음 곡으로 넘어갈 때 준비 시간이 짧은 점, 채팅 시스템의 기획 의도가 이해는 되나 실제로 구현되었을 때 게임 내에서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점, 비속어 채팅에 대한 필터링 등이 아쉽게 느껴진다.

 



 

SC 난이도와 사이드 노트 및 8버튼에 대한 아쉬움
이 외에 PC 플랫폼으로 발매되면서 키보드 유저들을 위한 SC 패턴의 추가가 이루어졌는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키보드 특유의 채보로 '치는 맛'을 살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존에 듀얼쇼크로 엄지 손가락 플레이를 할 때 기자의 실력 한계치는 4버튼 MX 12~13레벨을 클리어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듀얼쇼크를 기준으로 한 패턴을 키보드로 플레이하니 같은 곡을 플레이 하더라도 확실히 '리스펙트'보다는 쉽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보다 훨씬 더 고수인 유저들 입장에서는 SC 난이도임에도 불구하고 패턴이 '트릴로지'나 '온라인' 시절만큼 '치는 맛'이 살아있지 않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물론 밥 먹듯 풀 콤보와 퍼펙트 플레이를 해내는 유저들 외에 초보, 중수 유저들도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냥 아쉬운 점 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 난이도는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듀얼쇼크 기준으로 만들어진 패턴과는 다른, SC 난이도만의 차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키보드 플레이 유저들을 위해 별도로 추가된 난이도인 만큼, 조금 더 패턴 자체의 완성도를 끌어올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자에게 좌절을 안겨준 '엔비레인저 버진 포스' SC
 

이 외에 8버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점도 아쉽다. 콘솔 버전인 '리스펙트' 8버튼은 PSP 타이틀들의 조작 체계를 그대로 따르고 있어, R1과 L1 트리거 버튼까지 사용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6버튼의 인터페이스에 붉은색 노트가 추가된 형태인데, '리스펙트 V'는 여러 키를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인터페이스가 그대로 적용됐다. '트릴로지'와 같이 8버튼 인터페이스가 적용되길 바라본다.

 



 

이와 함께, 사이드 노트에 대한 아쉬운 점도 언급하고 싶다. 이 또한 '리스펙트'의 조작 체계를 그대로 따르고 있어 생기는 문제인데, 아날로그 스틱으로 조작해야 하는 슬라이드 노트가 별도의 키로 지정되어 있어 혼란스러움을 야기한다.

 

물론 익숙함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4버튼은 사실상 6버튼, 6버튼은 8버튼으로 플레이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개인적으로는 이전 '리스펙트' 당시에도 상당히 아쉬웠던 부분이었다. 플레이 경험 측면에서 온전히 각 버튼으로만 플레이 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점수나 콤보로 처리하지 않는 대신, 'EZ2DJ'처럼 사이드 노트만 오토로 이어가도록 하는 등의 선택지를 주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얼리엑세스로 눈도장 찍은 '리스펙트 V'… 정식 버전 출시까지 숨 참는다, 흡!
얼리엑세스 단계인 만큼 각종 버그나 싱크 문제, 마우스 미지원 등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봐야 할 것 같다. 얼리엑세스 출시를 한 이유 자체가 사실상 막바지 담금질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발팀은 공식 '디스코드' 등의 채널을 통해 빠르게 유저들의 피드백을 수용하고 버그들을 조금씩 개선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의 개선과 함께, 아직 적용되지 않은 신규 모드들도 기대감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하다. 다소 실험적인 시도였던 '에어 모드'와는 달리, 플레이의 동기 부여가 확실한 '래더 매치'와 '온라인'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오픈 매치'가 정식 버전에 탑재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나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래더 매치'가 상당히 기다려지는데, 발매 전에 시연해본 바 곡 밴 시스템이나 무작위 노래가 선택되는 등 개인의 실력을 판가름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잘 구현되어 있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무려 11년만에 PC 플랫폼으로 돌아온 '디제이맥스'.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나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나, '리스펙트' 이후 PC로 금의환향한 '리스펙트 V'의 귀환을 환영하고 싶다. 또 향후 있을 중간 테스트와 얼리엑세스 단계에서의 각종 업데이트를 발판 삼아, 정식 버전에서는 조금 더 완성도 높은 '리스펙트 V'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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