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에 얼리엑세스로 출시된 기준으로 벌써 4년차에 접어든 '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 전세계 게임 시장에 '배틀로얄' 장르의 열풍을 몰고 온 이 게임은 이전에 비해서는 한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고정 팬층이 두텁다.
그동안 '배틀그라운드'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총기나 탈 것 그리고 각종 아이템과 편의성 패치들도 한 몫을 했지만, 이중에서도 가장 크게 플레이 패턴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다름 아닌 새로운 맵이다. '배틀그라운드'를 즐기는 유저들의 고향인 '에란겔' 이후 다양한 맵들이 추가되었는데, 사실 각 맵마다 장단점과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만큼 '가장 좋은' 맵을 꼽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차량 확보가 필수가 아니면서도 빠른 템포의 전투를 즐길 수 있는 '사녹'을 재미있게 했다. '에란겔'이나 '비켄디'에서의 차량 운영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싫었기 때문이다. '사녹'도 많이 플레이 하는 바람에 약 반년 가량 자의 반, 타의 반 게임을 쉬게 되었는데, 최근 흥미로운 소식이 관심을 끌었다. '사녹'보다도 더욱 작아진 크기의 신규 전장, '카라킨'의 업데이트 소식이었다.
'카라킨'은 2x2km의 작아진 크기와 점착 폭탄, '블랙 존' 등의 새로운 요소로 무장한 신규 전장이다. '사녹'에서 호평을 받았던 빠른 템포의 전투를 채용한 '카라킨'은 그야말로 짧고 굵게 즐기는 화끈한 총격전을 메인 테마로 하고 있다.
'사녹'을 주로 즐기다 약 반년 가량 게임을 쉬었던 '중고 배린이'가 새로이 추가된 전장, '카라킨'에 도전해봤다.
빠른 템포가 경쟁력, 신규 전장 '카라킨'
'카라킨'의 첫인상은 '정신 없다' 였다. 기본적으로 '사녹'보다 작은 2x2km 사이즈의 작은 맵이 가장 큰 이유다. 어디를 첫 낙하지점으로 선택하더라도 주위에 최소 1~2명은 보이고, 대부분 첫 번째 들어간 장소에서 파밍을 하고 난 후 연이어 첫 교전이 일어난다. 체감상으로 이러한 교전 템포는 '에란겔'의 '밀리터리 베이스'와 유사하고, 당연하지만 '사녹'보다 훨씬 빠르다.
이와 함께 차량이 등장하지 않고 비행기 고도가 기존보다 낮게 설정되었다는 점 또한 빠른 템포에 일조한다. 대기시간을 제외하면 첫 파밍 지역에 낙하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굉장히 짧다. 빠르게 죽는다고 하더라도 다음 매치를 준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적다는 점은 기자와 같은 중고 뉴비(?)에게는 강점이라면 강점.
맵의 지형과 지형지물 또한 신경을 써서 구성된 점이 느껴진다. 새로이 도입된 '블랙존'과 빠르게 줄어드는 자기장이 플레이어를 압박하는데, 대도시는 주로 외곽에 몰려있어 한 곳에 오래 머무를 수 없는 환경이다. 마치 캠핑만 하지 말고 실력으로 겨뤄보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에 더해 맵 중앙에는 대부분 산악지형이 자리하고 있어 차량 없이 산을 타야 하는 상황이 많이 나오고, 이 과정에서 적들과의 교전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곳곳에 벙커와 바위들이 존재하고 있어 '미라마'의 중장거리 교전이 아닌, 대부분 근중거리에서의 교전이 펼쳐져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미라마'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점이라면, 몸을 숨길 만한 식생이 없어 중후반 교전에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과 달리 시간을 들여 열심히 파밍을 한 후 허무하게 저격을 당해 죽는 불상사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편이라는 것이다.
'카라킨'을 플레이하면서 느낀 바, 전체적으로 '미라마'와 '사녹', '비켄디'까지 거치면서 맵 제작 노하우가 쌓인 것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사녹'이 인기있는 이유인 속도감 있는 게임과 잦은 교전에 '미라마'의 산악 지형을 조금 끼얹은 듯한 느낌이다. 낙하산으로 착지, 파밍, 위치 선정과 교전 그리고 이동에서 사이사이 소모되는 시간을 극단적으로 줄여놓은 것이 바로 '카라킨'이다.
운영으로 불리한 상황 극복하는 재미는 어디에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배틀그라운드'의 흥행 포인트이자 재미 요소인 총격전의 재미는 확실하게 구현해냈지만, 운영과 상황 판단이라는 또 하나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요소는 부족하다는 느낌을 준다.
앞서 언급했듯이 산악지형을 자주 오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차량 운용을 할 수 없다 보니 이동 경로 및 전략을 구상하는데 있어 지극히 단순한 운영만 하게 된다. 물론 지하 벙커 등의 색다른 요소도 분명 존재하지만, 운영 싸움에서 크게 변수로 작용하지는 못한다.
이는 '사녹'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일명 '총스스톤', 즉 첫 파밍 지역에 어떤 총기가 주어지는 지와 피지컬에 의존한 슈팅 실력에 따라 결정되는 게임 흐름과도 동일하다. 특히나 이미 템포를 빠르게 설정한 '사녹'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보다도 더 작은 '카라킨'이 등장한 것은, 맵의 콘셉트가 다소 겹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카라킨'은 지나치게 피지컬, 즉 총기를 다루는 실력에 의해서 승패가 결정된다. 특히나 듀오 이상의 팀플레이에서도 불리한 상황을 차량이나 상황 판단으로 극복하는 재미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상황은 자신의 샷 능력에 좌우되곤 한다.
기본적으로 어느 맵에서나 고지대를 점령하는 것이 유리한 것이 맞지만, 차량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이점은 더욱 극대화된다. 뛰어서 움직일 수 있는 범위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운영의 묘(妙)가 빛을 발하기 어렵다. '여포' 스타일의 플레이어에게는 만족스러운 맵일 수 있지만, 만약 본인의 플레이 스타일이 교전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라면 '카라킨' 특유의 템포를 따라가기 힘겹다고 느낄 수 있다.
전체적으로 '카라킨'이 못 만든 맵이냐 하면 절대 아니다. 분명 '사녹'에서 호평을 받았던 강점들을 잘 따왔고, '수류탄 그라운드'라는 오명을 의식한 듯 점착 폭탄이라는 투척 무기로 변화를 꾀했다. '레드 존'을 무시한 채 건물 안에서 버티는 플레이어들을 강제로 끌어내는 '블랙 존'의 추가도 나쁜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러한 '카라킨'의 추가가 향후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성향까지 강제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도 앞선다. '여포'와 '존버'가 공존하며 '생존'을 모토로 내세웠던 '배틀그라운드'의 기조가 흔들리는 것 아닌지 우려도 든다. '미라마'의 실패와 '사녹'의 성공에서 배운 맵 제작 노하우가 '카라킨'에서 빛을 보았듯, '카라킨'에서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조금 더 완성도 높은 전장을 선보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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