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VR게임 향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일방적' 애정공세, 이번엔 결실을 맺을까

등록일 2020년05월20일 11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속 한 장면
 

매체의 형태를 막론하고 미래의 생활상을 그릴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이다. HMD(Head Mounted Display)를 장착하고 눈 앞에 펼쳐지는 진짜 같은 세계를 감상하고 게임을 즐기는 모습은 얼핏 보기에도 어딘가 '미래'스럽고 '4차 산업' 다운 자태를 뽐낸다.

 

정부 역시 비슷한 꿈을 꾸는 모양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산업 진흥 종합 계획'을 통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실감형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의 결합을 통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 이와 함께 '바다이야기'부터 이어진 낡은 규제도 철폐하겠다고 밝혀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VR 게임을 향한 정부의 지원과 후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정부는 VR 게임 등 실감형 콘텐츠를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먹거리로 선언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선언한 바 있으며, 기존에도 정부 차원에서 게임산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언제나 빠지지 않고 VR 게임에 대한 언급이 등장했다. 이정도라면 단순한 관심을 넘어 열렬한 애정공세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

 

문제는 VR 게임을 향한 정부의 러브콜이 '짝사랑'이라는 점이다. 5G와 보급형 HMD가 시장에 출시되기 훨씬 전인 2000년대부터 게임사들은 일찍이 눈 앞에 직접 펼쳐지는 게임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결과는 대부분 실패에 그쳤다. 상황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비트세이버'나 '하프라이프: 알릭스'를 제외하면 시장에서 성공한 VR 게임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VR 게임 시장의 현주소다. 이에 최근에는 VR 기술을 게임이 아닌 산업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 VR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시장의 움직임이다.

 

이번에 정부가 목표로 삼은 VR 아케이드 게임 시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2017년부터 2018년 사이에는 다양한 어트랙션 기기를 앞세운 VR 아케이드 게임 시장이 속속 등장했지만, 2019년 이후로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가상현실(VR) 게임 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VR 게임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업자가 60% 정도였던 반면 2019년에는 40% 대로 줄어들면서 업계의 전망 역시 어두운 편.

 

낮은 재방문율, 사라져가는 소비자들의 관심 등 VR 아케이드 게임 시장이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지만 VR 게임 시장을 대하는 정부의 생각은 조금 안일하다. 이번에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게임산업 진흥 종합 계획'을 아무리 살펴봐도 VR 아케이드 매장의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고려는 없이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좋아한다”거나 “방문 연령층이 다양해졌다”라는 단편적인 이야기만 나열하고 있다. 이정도면 정부에서 VR 게임의 상황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결국 구체적인 진흥 방안은 없지만 예산만 투자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VR 게임 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계획인 셈.

 

시장 자체의 성장 기대치가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VR 게임 제작에 대한 지원책을 이어가는 탓에 정통 플랫폼 게임을 개발하는 중소 게임사들의 불만도 높다. VR 게임 제작 지원 사업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개발비 지원에만 사업 대부분이 집중되어 있어 이를 악용하는 소위 '먹튀' 업체들도 많다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VR도 좋지만 지금 잘 나가는 정통 플랫폼 게임 개발사에게 예산을 집중해줬으면 필요하다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물론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VR 기술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은 아니다. VR 기술은 게임보다 군사, 의료, 건설 등 산업 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VR 게임에 대한 시장 및 업계의 관심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여전히 VR 게임을 향한 일방적인 애정 공세를 이어가고 있어 정부가 방향을 잘못 잡은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다.

 

빠르게 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단편적인 지원 사업책보다는 VR 게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돌려놓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몇 년간 이어져 오는 VR 게임에 대한 정부의 짝사랑이 올해는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까? 과연 이번에는 정부의 간절한 애정 공세에 시장이 응답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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