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풍의 일러스트와 캐릭터를 내세운 소위 '2차원 게임'의 열풍은 생각보다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시장을 선점한 게임들이 이용자 대부분을 확보한 가운데, 게이머들의 전반적인 눈높이가 상승하면서 새로운 게임으로 서브컬쳐 마니아 층을 공략하는 것이 힘들어진 것이 그 이유로 풀이된다.
2차원 게임 열풍도 끝이 보이는 가운데, 중국 현지에서 다수의 모바일 게임을 서비스 중인 빌리빌리가 2차원 모바일 슈팅 RPG '걸 카페 건'으로 국내 시장에 도전한다. '걸 카페 건'은 다양한 미소녀 캐릭터들을 수집하고 육성하는 게임으로, 모바일 RPG 특유의 성장 요소에 슈팅 게임의 시스템과 카페 경영 요소를 더했다.
빌리빌리는 6월 20일부터 23일까지 4일간 '걸 카페 건'의 CBT를 진행하고 7월 중순 경 게임의 국내 정식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반복 작업은 편하게 진행하면서도 높은 난이도의 스테이지에 도전할 때는 공략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한 시스템도 만족스럽지만, 게임의 진짜 매력은 다양한 미소녀와의 교류에 있다. 2차원 게임의 본분에 충실했다는 느낌이다.
'벽람항로'와 비슷한 느낌의 탄막 슈팅 RPG, 자동과 수동 콘텐츠 분배 적절
'걸 카페 건'은 탄막 슈팅 RPG를 표방하고 있다. 플레이어는 총 3명의 캐릭터를 팀에 편성해 스테이지를 공략하게 되는데, 위에서 내려다 본 시점에서 게임이 진행되며 모바일 디바이스의 환경을 고려해 버튼만 누르면 가까운 적을 바로 공격할 수 있도록 해 조작의 편의성을 챙겼다.
적의 공격을 피하며 총을 쏘는 탄막 슈팅 게임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공격을 전부 피하기보다는 방어력이나 체력을 넉넉하게 챙겨 맞을 공격은 맞아준다는 느낌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는데, 비슷한 성격의 모바일 게임 '벽람항로'를 생각하면 되겠다. 3명의 캐릭터가 대열을 갖춰 움직이기 때문에 모든 탄막을 피하는 것은 힘들며, 대신 방어막이나 체력 개념이 있어 캐릭터를 육성해 공략하는 것이 정석.
게임은 스테이지에 입장한 뒤, 적들을 해치우며 전진하고 보스를 쓰러트리는 일직선 구조를 채택했다. 스테이지 내에서도 적을 찾아 번거롭게 이동할 일이 없어 편의성이 높은 편이다. 여기에 자동 진행 기능도 제공해 캐릭터를 충분히 육성시킨다면 편하게 스테이지를 돌파할 수 있다.
다만 일일 던전을 제외하면 반복 전투 기능이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국내에 앞서 서비스를 진행 중인 중국 및 일본에서는 이벤트 스테이지에서 요구하는 클리어 횟수가 지나치게 많은 편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는데, 반복 전투 기능을 선호하는 국내 이용자들이 이런 시스템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일반 스테이지에서는 자동 진행 기능을 사용해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면, 보스 스테이지에서는 직접 조작하고 공략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AI의 성능 자체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라 강력한 공격을 펼치는 보스를 상대로 자동 진행 기능을 사용하면 전멸하기가 일쑤다. 연출이나 스테이지 내 상호작용 요소도 일반 스테이지보다 풍성한 느낌이기 때문에 직접 조작하는 재미가 확실한 것이 '걸 카페 건'의 매력.
'덕심' 충만한 콘텐츠, 2차원 게임 본분 충실했다
게임의 장르는 탄막 슈팅 RPG지만, 2차원 게임을 표방하는 만큼 서브컬쳐 마니아 층을 어떻게 공략하는지 역시 중요하다. '걸 카페 건'이 내세우는 서브컬쳐 요소는 미소녀와의 교감.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는 지휘관이자 카페의 점장이 되어 미소녀들과 교류하고 경영까지 담당해야 한다.
타 모바일 게임에서 '기지' 정도의 역할을 하는 카페는 손님의 취향에 맞춰 커피를 제공해 수익을 얻거나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 사실 경영의 요소가 크게 부각되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가구들을 얻어 나만의 카페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카페' 콘텐츠의 본질이다.
많은 모바일 게임들이 서브컬쳐 요소와 게임성을 동시에 내세우고 있지만, 캐릭터의 매력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육성 이외에는 별다른 교감 요소를 제공하지 못해 아쉬운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런 측면에서 '걸 카페 건'은 게이머들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핸드폰' 기능을 사용하면 캐릭터들과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SNS에서 소통할 수 있는데, 분량도 본편 못지 않게 상당한 것은 물론 캐릭터들의 개성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기본으로 100명 이상의 캐릭터를 선보이는 최근 모바일 수집형 게임의 트렌드와 달리, '걸 카페 건'은 소수의 캐릭터를 조명하고 있다. 주역 캐릭터를 정해두고 복장 마다 서로 다른 유닛으로 취급하는 것. 다른 복장의 캐릭터를 획득하면 카페나 메인 화면에서 해당 의상을 입혀줄 수도 있는데, 타 모바일 수집형 게임 못지 않게 '덕심'을 자극한다. 라이브 2D의 퀄리티도 준수해 이 옷, 저 옷을 입혀가며 캐릭터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노'는 NO! 조금 아쉬운 언어 현지화
'걸 카페 건'의 텍스트 분량은 상당한 편인데, 곳곳에서 언어 현지화가 미흡한 부분들이 보인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특히 게임 내에서 사투리를 사용하는 캐릭터 '리타'의 경우 말 끝마다 '~노'를 붙여 놓은 탓에 상당히 어색하다. 사투리를 어깨너머로 배운 탓에 어색하다는 설정이 있기는 하지만, 국내의 정서를 고려하면 '~노'보다는 다른 형태의 사투리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핸드폰' 기능에서 플레이어인 '점장'의 말투도 조금 옛스럽다.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가 카페 아르바이트 생들과 대화를 나누면 딱 이런 느낌일까. 장르 특성상 플레이어의 연령대가 젊은 편인 만큼, 텍스트 자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도 조금은 젊어질 필요가 있겠다.
2차원 게임 본질에 집중한 '걸 카페 건', 관건은 '헬적화' 여부다
빌리빌리가 국내에 정식 서비스할 예정인 '걸 카페 건'은 탄막 슈팅 게임의 게임성에 미소녀들과의 교류를 더했다. 연애 시뮬레이션 요소가 잘 구성되어 있어 CBT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인 편. 빌리빌리 역시 국내 정식 서비스에 앞서 걸그룹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등 여러모로 '걸 카페 건'의 국내 서비스에 힘을 모으는 모양이다.
다만 CBT 버전 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다. 특히 '걸 카페 건'이 주의해야할 것은 국내 유저들을 차별하는 소위 '헬적화' 여부.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이 국내에 서비스될 경우 재화 가격 책정이나 시스템 등이 변해 이용자들이 등을 돌리는 일이 많다. 운영 측면에서도 중국과 국내의 정서가 많이 다르다는 점을 빌리빌리가 명심해야 한다.
캐릭터와의 상호작용 시 호감도에 따라 노출이 있다는 점도 조금은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구글 플레이를 기준으로 '걸 카페 건'은 15세 이용가 등급을 지정했는데, 향후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 다행히 어린 연령의 캐릭터에 대해서는 상호 작용 요소를 없애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게임의 정식 출시 이후 논란이 불거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다.
한동안 모바일 게임 시장을 달궜던 2차원 게임의 열기는 생각보다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올해 출시를 앞둔 2차원 게임 중에서는 아직 게이머들의 기대를 모으는 신작이 없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7월 중 정식 출시를 앞둔 '걸 카페 건'이 2차원 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줄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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