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검전설3 TRIALS of MANA' 너무 좋다, 그런데 요즘 게이머들도 좋아할지는 모르겠다

등록일 2020년07월29일 09시10분 트위터로 보내기



 

'성검전설3'는 기자가 특별한 추억을 갖고 있는 게임이다.

 

오락실에서 게임하다 들키면 머리끄덩이 잡혀 집으로 끌려가던 어린 시절을 보낸 기자는 게임기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강원도 산골 시골마을에 게임기를 가진 친구는 손에 꼽을 정도였고 그 친구 집에 몰래 놀러가 잠시 플레이해보는 게 다였다.

 

그러다 중학생이 되고 도시로 이사를 가 동생과 용돈을 모으고 사정사정해 패미컴을 갖추게 되었지만 밤새 게임하다 들켜 패미컴은 조각나 사라지고 말았고 다시 게임기(새턴)를 갖게 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도시에 오니 게임기를 가진 친구가 많았고 고등학생이 된 후에는 친구에게 슈퍼패미컴을 빌려서 부모님이 일하러 가신 틈에 동생과 하루종일 게임을 하며 지내곤 했다. 그 때 처음 빌려와 즐긴 게임 2가지가 '성검전설3'와 '로맨싱사가3' 였다.

 

게이머 모임에서 '최고의 파이널판타지', '최고의 바이오하자드', '최고의 메탈기어솔리드' 같은 주제가 나오면 의견이 분분한데, 많은 경우 자신이 처음 접한 타이틀을 최고로 기억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뒤 '성검전설2'와 '로맨싱사가2'도 해 보니 역시 훌륭한 게임들이었지만 기자에게 시리즈 최고작은 둘 다 3편으로 각인되었으니, 역시 처음 접하는 게임이 최고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여기서도 드러나는 것 같다.

 

이 두 타이틀은 슈퍼패미컴 본체와 함께 게임 패키지도 구입해 20여년 동안 보관해 오다 부모님이 말도 없이 수년 전 쓰레기로 버려버려 충격을 받았는데, 이건 여기선 상관없는 이야기겠고.

 



 

스퀘어에닉스에서 마침내 '성검전설3'를 리메이크한다고 해 기대가 컸다. '성검전설2' 리메이크가 기대에 못 미치는 타이틀이었지만 거기서 얻은 경험을 살려 3 리메이크는 제대로 만들어줄거라는 기대를 품고 출시를 기다려 왔다.

 

그리고 마침내 출시된 '성검전설3 TRIALS of MANA'를 플레이해 보니...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게임이었다. 20여년 전 그랬듯 앉아서 몇 시간이고 플레이할 수 있었다. 성검전설3를 켜서 부모님이 오실 때까지 식음을 전폐하고 플레이하던 그 기억이 되살아날 정도였다.

 

매력적이던 캐릭터들이 매력적으로 잘 묘사되었고, 신나던 전투도 잘 재현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나리오. 시원시원하고 왕도만 걷는 시나리오는 요즘 시대에 하니 신선하고 걸리는 부분 없이 진행이 되었다.

 



 

트로피 난이도도 적당해서, 30시간 정도 플레이해서 캐릭터별 스토리를 다 보면 별다른 추가 작업 없이 그냥 플래티넘 트로피를 획득할 수 있었다. 오히려 너무 빨리 플래티넘 트로피가 나와 아쉬웠을 정도이다.

 

더 하고 싶어도 트로피헌터는 트로피를 컴플릿한 게임은 더 할 수 없는 슬픈 게이머라... 플레이스테이션5로 트로피를 분리해서 이식해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플래티넘 트로피 획득과 함께 일단 게임을 접었다.

 

그리고 주변에 물어보니 플레이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너무 좋다고, 재미있다고 한다. 그런데 주변에 플레이한 사람들도 하나같이 과거 '성검전설3'를 플레이한 경험이 있는 나이가 좀 있는 게이머들 아닌가. 젊은 게이머들도 이걸 좋게 느낄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공을 들였다지만 요즘 나오는 3D 그래픽의 포토리얼 그래픽 게임들과는 차이가 큰 그래픽에 스토리도 진부하게 느끼는 것 아닐까. 그리고 몇 안되는 '성검전설3 TRIALS of MANA'를 플레이한 20대 게이머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할만하긴 한데 옛날게임의 한계는 어쩔 수 없네요" 같은 소감이 돌아온다. 아니 옛날 게임은 맞지만 리메이크했으니 나름 최신게임이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 이것이 젊음인가.

 

기자 입장에서는 오래된 게임을 리메이크하며 '성검전설3 TRIALS of MANA' 정도로 공을 들여 만들어준다면 무조건 구입하겠지만, 이게 수요가 딱 우리 세대 게이머 뿐이라면 더 좋게 나올 수는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파이널판타지7'처럼 나올 수 있는 건 '파이널판타지7' 정도겠구나(?)라는 묘한 감상과 함께 '성검전설3 TRIALS of MANA'을 끝냈다.

 

바꿔 말하면 '성검전설3'에 직접적 추억을 가졌거나, 그 시절부터 게임을 해 와 고전게임의 감성을 기억하고 있는 게이머라면 무조건 추천할만한 게임이라는 말도 된다. 아직 플레이하지 않은 어른(?) 게이머가 있다면, 꼭 플레이해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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